인사이드 자하

W

DDP의 설계자, 곡면의 아티스트, 유선형 구조로 자기 스타일을 구축한 건축가, 모든 현대 도시들이 원하고 원망하는 스타 아키텍트, 프리츠커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 이토록 걸출한 여자, 자하 하디드를 <W Korea>가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떼고도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건축가 중 한 사람인 자하 하디드는 더블유가 런던으로 보낸 질문 스물두 개에 길고 충실하고 뜨거운 답변을 보내왔다. 답변지의 행간에서 거침없고 저돌적인 성격이라는 업계의 증언을 배반하는 증거를 읽어내는 일은 흥미로웠다. 한국 파트너들에 대한 존중과 찬사, 패션과 건축의 스케일과 호흡 차이에 대한 관심, 그리고 할 일이 많은 여자들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믿고 맡기라는 커리어 조언까지가 빼곡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가 위치한 지역은 전통적 구도심인 동시에 오래된 시장과 현대적 패션몰 등 다양한 요소가 공존하는 곳이고, 역사 깊은 야구장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동대문의 지역적 배경 가운데 당신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면은 무엇인가?
설계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해당 부지의 역사나 도시적 맥락, 기존 환경 조건 같은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동대문의 역사 유산을 발견하고 그 역사를 보존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클라이언트도 깊이 공감하고 인정해준 부분이다. 설계 과정 전반에 걸쳐 한국의 전통적인 조경 설계와 건축과의 관계도 연구했다. 동대문 부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곳의 역사와 도시적 맥락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고, 이는 이후 서울이라는 도시와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옛 성벽 및 문화 유물을 적절히 존중하며 건축과 조경을 설계해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참조 기준이 되었다. 서울 도심, 특히 동대문 지역은 녹지가 거의 없이 혼잡한 밀집 지역이다. 여기서 착안하여 경관 친화적인 유동적 디자인을 제안했다. 입방체의 단절된 신축 건물은 기존의 혼잡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설 공원은 동대문이라는 밀집된 도시 환경에서 레저와 휴식 공간으로서 오아시스 역할을 할 것이다.

혹자는 DDP의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두고 우주선 같다고 표현한다. 설계 시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의 목표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도 가장 분주하고 가장 역사적인 지역 중 한 곳의 중심에 문화 허브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영감을 불어넣고 싶었다. 혁신적인 DDP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바로 건축은 사람들에게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유동적 디자인을 통해 공간과 대중의 상호작용을 극대화시키고 싶었다.

독특한 디자인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DDP는 동대문이라는 도심 경관의 통합적 요소로 설계되었다. 해당 부지의 역사, 지역 문화, 계획 요건 그리고 그 밖의 관련된 여러 사안을 종합해 건축물, 도시, 경관을 형식적 전략이나 공간적 경험 면에서 매끄럽게 결합시키려는 고민에서 나온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DDP 디자인에서 건축물과 공원은 한데 뒤섞여 어울린다. 공원은 플라자의 핵심적인 부분인 동시에 콘서트, 공연, 전시가 가능한 야외 공용 공간으로 쓰일 것이다. DDP는 하나의 경관, 즉 한국 의 수묵화 및 전통 건축에서 실마리를 얻은 일종의 건축적 풍경 같은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그런 까닭에 DDP의 경관에서는 실내와 야외의 공용 공간이 서로 넘나들며 하나로 이어진다.

아시아 도시들은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수집이라도 하듯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을 경쟁적으로 세우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건물 하나가 도시 전체를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축, 특히 공공 및 문화 건축은 도시 발전의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다. 도시에서는 이런 공용 공간이나 공공 건물에 투자해야 한다. 시민들을 위한 이러한 프로젝트는 도시에서의 삶과 경관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문화 프로젝트와 공용 공간은 마치 작은 천 조각을 꿰매어 잇듯이 도시를 하나로 이어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와 공간이므로, 기업들이 주도하는 상업적인 개발과는 달리 차별이나 분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미래 지향적 곡면 설계라는 측면에서 DDP 시공 과정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과물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가?
현장에서 총괄 작업을 담당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특히 한국의 관행이나 규정에 관련된 부분 등 프로젝트 관리 전반에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설계 원안을 크게 건드리지 않고 설계 및 시공에 관련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DDP의 설계 및 시공은 수많은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완공된 DDP는 기술적으로 선두에 서 있는 동시에 한국 건축 공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러한 꿈 같은 건물을 현실로 만들고자 애쓴 한국의 모든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재능과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가구나 신발 같은 다양한 제품 디자인에도 참여해왔다. 건축 설계와 제품 디자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형태에 관한 모든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 아이디어가 금방 떠오르는 것은 건물이나 물건이나 마찬가지인데, 차이가 있다면 규모나 과정, 기법 같은 부분이다. 출발점은 결국 동일한 것 같고, 모든 프로젝트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돼있다. 나는 모든 방식의 협업을 즐긴다. 다양한 규모와 매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협업은 디자인 연구의 연속된 과정의 일부이며, 이 과정은 양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건축적인 연구와 실험을 다른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하지만, 각 분야 리더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훌륭한 디자인은 각 영역 전문가들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기 마련이다. 물론, 오늘날 예술, 건축, 패션의 경계는 매우 느슨해져서, 각 분야 간에 교차와 결합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는 경쟁 개념이 아니라 협업의 문제다. 이러한 흐름과 과정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디자인은 새로운 기술의 지속적 발전을 요구하며, 협업자들 역시 나날이 복잡한 디자인과 응용을 들고 나온다.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아방가르드 디자인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응용 기법의 발전을 촉진하고,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또다시 한층 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 식이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다양한 얼굴들. 전체가 곡면으로 이루어진 이 건축물의 시공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하디드는 '한국의 전문가 파트너들의 재능과 열정 덕분에 수많은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DDP와 같은 곡선형 디자인에 대해서는 21세기 건축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며, 마치 자연 경관의 곡선과 형태와 같은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건축에서 구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다양한 얼굴들. 전체가 곡면으로 이루어진 이 건축물의 시공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하디드는 ‘한국의 전문가 파트너들의 재능과 열정 덕분에 수많은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DDP와 같은 곡선형 디자인에 대해서는 21세기 건축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며, 마치 자연 경관의 곡선과 형태와 같은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건축에서 구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루이 비통, 샤넬, 스와로브스키 같은 여러 패션 브랜드와도 일했다. 함께 일하는 데 있어 패션 업계의 클라이언트와 타 업계의 클라이언트 간에 차이가 있다면?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다. 패션은 마치 음악이나 문학, 예술처럼 어떤 순간이나 그날의 기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면, 건축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긴 여정이다. 건축은 사람이 스스로를 공간 안에 어떤 방식으로 둘 것인가, 하는 훨씬 더 몰입이 강한 경험이다. 그에 반해 패션은 물건을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둘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패션 업계와의 작업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 중 하나는 디자인과 제작에 사용되는 놀라운 기술이다. 아이디어가 결과물이 되기까지의 제작 과정이 건축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 이같은 짧은 시간적 틀 덕분에 실험할 기회가 늘어난다. 예를 들면 신발 같은 제품 디자인의 경우, 단기간 내에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착용감을 즉각 평가할 수 있다.

당신의 초기 설계안들은 날카로운 느낌이었는데, 곡선형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초기 작업의 출발점은 병치(竝置)와 중첩에 대한 연구였다. 그 뒤 대형 프로젝트에서 요구되는 좀 더 복잡한 특성을 반영하고자 고민하다 보니, 하나의 거대한 땅덩어리 같은 건 물을 생각하게 됐다. 마치 하나의 풍경처럼 건축적 경관이 물 흐르듯 지면과 만나고 도시를 관통하는 순환이나, 프로젝트와 콘텍스트 사이의 유동성을 극대화하고 싶었다. 내 설계에서 중첩과 구멍은 모든 프로젝트마다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개념이다. 최신 설계, 자재, 시공 기술을 이용해 한 단계 높은 유동성과 복합성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나는 현대 건축의 최대 난제 중 하나는 반듯한 입방체 형태의 20세기 건축을 뛰어넘어 21세기 건축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 건축이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복잡한 삶을 표현하는 건축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현대의 복잡한 삶의 패턴을 분석하고 조직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 원리, 방식으로 작업한다. 지난 세기에서 늘 입방체 형태로 정의되었던 건물은 이제 맞물리고 통합되고 젖어드는 곡선형 건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건축에서는 다양한 요소가 한데 어울려 매끄러운 연속체를 형성한다. 건축 환경을 조성할 때 자연을 자주 참고한다. 그 응집성과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종종 내게 당신 작업에는 왜 직선이나 직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인생은 바둑판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 경관을 생각해보라. 균일하거나 규칙적이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러한 자연의 자연스러운 곡선과 형태에서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느낀다. 나는 건축에서도 그게 가능하다고 본다.

그동안 기술이나 예산 면에서 설계대로 시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건축가로서 일하기 시작했을 당시 다들 밤낮없이 미친 듯 일하는 워커홀릭이었다. 엄청난 집중력과 야망은 필수적이었다. 10명이서 3교대로 일하며 30명 몫을 해내고 있었다. 지독히 열심히 일했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간 내내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들 엄청난 연구와 조사를 했고 이것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공항이나 다리 같은 주요 인프라 작업에 비하면 우리의 건축 프로젝트는 상당히 규모가 작은 편이다. 내가 건축을 시작한 이래로 새로운 설계, 시공, 자재 기술을 수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은 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완공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내게 ‘그런 건물을 세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대체 얼마나 더 많은 건물을 세우고 나서야 믿어줄는지!

건축물을 실제로 만들 기회를 얻지는 못하고 설계만 하던, 소위 ‘페이퍼 건축가’ 시절에 당신이 품었던 비전은 무엇인가?
1970년대 많은 건축가들은 경제 불황 때문에 일이 없었지만, 당시 도면만큼은 정말 많이들 그렸다. 그래서 ‘종이 건축’이라는 말이 나왔다. 70년대는 연구 면에서 매우 결정적인 시기였고 당시의 연구는 그 후 30여 년간 진행될 작업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이론적 연구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약간의 오점으로 남아 있다. 대중적인 인식 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건축계의 놀라운 발전을 가능케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건축계의 스승 또는 존경하는 건축가는 누구인가?
내가 학생이던 시절 건축가 협회장이었던 고(故) 앨빈 보야르스키는 내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품을 수 있는 토대를 처음 마련해주신 분이고, 렘 콜하스와 엘리아 젠겔리스는 훌륭한 스승이셨다. 구조 전문가인 피터 라이스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1. 2013년 완공된 바쿠의 아제르바이잔 문화 센터. 2.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모노그램 버킷 백을 실리콘 소재로 재해석한 작업. 3. 자하 하디드는 건축뿐 아니라 패션 하우스와의 협업, 각종 제품 디자인에서도 자신만의 유려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4. 흘러내리는 액체처럼 보이는 질감이 독특한 다이닝 테이블. 5. 광저우 오페라 하우스. 6. 로마 맥시 21세기 국립 미술관.

1. 2013년 완공된 바쿠의 아제르바이잔 문화 센터. 2.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모노그램 버킷 백을 실리콘 소재로 재해석한 작업. 3. 자하 하디드는 건축뿐 아니라 패션 하우스와의 협업, 각종 제품 디자인에서도 자신만의 유려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4. 흘러내리는 액체처럼 보이는 질감이 독특한 다이닝 테이블. 5. 광저우 오페라 하우스. 6. 로마 맥시 21세기 국립 미술관.

최초의 프리츠커상 여성 수상자일 뿐 아니라, 남성 중심의 분야에서 수많은 성과를 내왔다.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어떤 직업이든 철두철미하지 않고서는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 그리고 나는 늘 잘해내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마음먹은 것을 수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전문가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은 일이다. 세계 어디든 여성이 기댈 곳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들어설 수 없는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성이기 때문에 더 강인하고 더 섬세하고 정확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 건축 작업에 있어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도 저항감을 경험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오히려 나로 하여금 계속 전진하게 하는 자극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딜 가든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수만은 없는 거니까. 예전에 비해 실력 있는, 저명한 여성 건축가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환경이 편해졌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말도 안 되게 힘든 부분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건축계에서 여성 건축가를 만나기도 이제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라! 지금까지 내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언제나 기나긴 싸움의 과정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기 자신을 굳게 믿고 인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이라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자신감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모든 일을 매번 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세상의 모든 여성은 현명하고 재능 있고 강인하다. 독립적인 여성일수록 모든 일을 혼자 하려 들지 모르겠다. 아마 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돌보고, 모든 일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자는 할 일이 너무 많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믿고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 당신은 다른 이들이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청할 수 있다.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도와주는 그들의 능력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친구나 가족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다. 마감 시간이 촉박한 일을 할 때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듯 친구나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데도 동일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언제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테니까.

관심 있게 지켜보는 패션 디자이너가 있는가?
다양한 소재와 비율로 과감한 시도를 감행하는 디자이너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세이 미야케나 마틴 마르지엘라 같은 브랜드에 관심이 간다.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작품은 자유롭고 생동감이 넘친다. 매장에 걸려 있을 때와 직접 입었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뭐든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낡은 물건이 정말 많다. 얼마 전 옷장을 정리하다가 로메오 질리의 옛날 옷이 한 벌 나오기도 했는데, 지금 봐도 놀랍다. 그는 분명 천재였다!

일하는 스타일은 어떤가? 동료들은 당신에 대해서 어떻게 평할 것 같은가?
건축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함께 일하고 대화하는 사람들 덕분에 가능하다. 내 모든 프로젝트는 나 혼자 해낸 것이 아니다. 엄청난 에너지와 활기가 넘치는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헌신해준 결과물이다. 사회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만들고자 하는 의욕은 늘 존중한다. 기회만 주어지면 학생이든 직원이든 다른 누군가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우리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우리 회사 직원들의 유일한 의무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누구나 소속감을 가지고 작업 과정에 참여한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자하 하디드와 패트릭 슈마허 특별전> 전시가 열렸다. 패트릭 슈마허와의 파트너십은 어떤가?
패트릭 슈마허는 훌륭한 파트너다. 사무실에서 주축이 되어 실험과 연구를 병행하며 프로젝트 를 진행 중이다. 숱한 연구 결과가 프로젝트에 반영될 수 있는 건 모두 패트릭 같은 전문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건축 설계는 지속적인 시공 기술의 발전을 요구하고, 그에 맞추어 건축업계에서는 계속해서 더 정교한 도구와 자재를 내놓고 있다. 서로 강력한 상호 작용을 통해, 아방가르드 디자인은 새로운 설계 기술과 시공 기법의 발전을 견인하고,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또다시 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영감으로 작용한다. 훌륭한 결과물은 바로 이러한 작업 방식에서 나온다.

자유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가?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하지만 회사 사람들이 나를 그냥 놔두질 않는 게 문제다! 전화로 자꾸 날 찾아댄다. 그것도 새벽 2시에!

DDP는 아직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으로 이 건물을 실제 사용하게 될 서울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렇게 실험적인 작품을 실물로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가장 보람된 경험이었고, 그 점에 있어서 서울시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열정과 자긍심, 예술적 감성을 갖춘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는 과정은 늘 즐겁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한국 엔지니어들 및 시공업체들, 그리고 열정적인 클라이언트 덕분에 DDP 건축이 가능했다. 서울시의 공공 문화 행사 프로그램을 통해 DDP는 차세대 디자이너들에게도 영감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고, 한국 건축업계는 혁신의 선두주자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새로운 생각을 하고 서로 나누는 공간이 될 것이며, 서울에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끊임없이 선보이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수많은 기여와 혁신이 맞물릴 때 지역 사회의 문화와 창의성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Brigitte Lacombe
기타
PHOTOS / IWAN BAAN, WERNER HUTHMACHER, ALBERTO HERAS JACOPO SPILIMBERGO, CHRISTIAN RICH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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