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지키기 위한 공격적인 성향, 또 그 공격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필요 이상의 충격 방지 대책, 즉 자위적 조치(Defensive Measure). 장인적 수작업으로 탄생시킨 차가운 알루미늄 오브제를 인체와 결합시켜 여러 가지 문화적 코드를 떠올리게 하는 사이보그 이미지의 인간상을 만들어내는 작가 손종준의 작업은 그래서 한편 애잔하고, 따뜻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단순한 기술이라도 인공적인 물이 인체와 결합되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사이보그’라는 견해도 있다. -Donna Haraway, “A Cyborg Manifesto (New York; Routledge, 1991), pp.149-181.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기계를 장착해 개체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고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인체에 심박조절기를 삽입하거나,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슐린 주입기를 부착한 사람도 이미 사이보그 개념에 속하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청기, 콘택트렌즈의 사용까지도 넓은 의미에서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Rowan Hooper,“Spear-wielding chimps snack on skewered bushbabies,” New Scientist 22 February 2007

내가 제작하는 작품의 테마로 주로 사용하는 ‘Defensive Measure’라는 영문은 ‘방어 수단’, ‘자위적 조치’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사실 이 말은 미군의 국외 작전 조치 등에 쓰이는 표현으로 -예를 들어 공산권 국가로 미국과 마지막 적대국으로 있는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감행했을 때, 한국 내 주둔해 있는 미8군사령부와 일본에 주둔해 있는 오키나와 미국 해병대에게 미국의 국방성에서 하달되는 군사적 방어 조치, 또는 자위적 방어 조치, 즉 군사적 방어에 관련한 명령 체계를 ‘Defensive Measure’라고 한다- 나의 작품은 이 단어의 개념성에 부분적으로 착안해 시작된 것이다.

‘방어 수단’, ‘자위적 조치’ 등의 단어는 외형적으로 영웅성을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는데, 작품의 내용에 비춰 설명할 때, 이는 곧 넓은 개념의 사이보그 개념과 일치한다. ‘아무리 단순한 기술이라도 인공적 산물이 인체와 결합되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사이보그’라고 말한 다나 해러웨이의 견해처럼 물질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어떤 물질적 대상으로부터 유형 또는 무형의 형태로 인간이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곧 작가의 조형적 감각을 이용해 창조된 작품인 ‘Defensive Measure’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사이보그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 혹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도구’를 생산하듯 작품을 제작한다. 그리고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줄 착용자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그 선별 과정 속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 혹은 현대사회의 커다란 굴레 속에서 자연적 인간성과 서서히 소원해지고 있는 ‘인간’을 찾아내 작품에 대입하고 있다.

작품의 외형적 특성은 ‘방어 Defensive’라고 하는 본연의 역할성을 차용한 사이보그, 그 사이보그의 특징적인 외형적 특성을 다시 차용한 형태로 전개된다. 그렇게 완성된 오브제의 착용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소외되진 않았더라도 일반적으로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서서히 자연적 인간미를 잃어가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Hero’로 다시 탈바꿈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심리적 반응 및 효과 등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각 작품은 ‘Hero’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가 되어 나는 이를 모델에게 대입해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이 모습을 촬영한다. 나는 팝아트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중과 작가의 소통을 매우 중시하며, 이것이 곧 작가를 위한 미술, 미술을 위한 미술이 아닌, 대중을 위한 미술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작품 제작 과정을 사람들에게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또는 직접적으로 대입시킴으로써, 소외 및 단절이 아닌 ‘소통의 사회’가 가능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W Korea>와의 작업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는데, 나는 오브제의 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비주얼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평소 작품의 연장선상에서 일반인도 누구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Hero’(여기서는 ‘리더’로서의 Hero 개념이 더욱 쉽게 통용되겠다) 역할을 하고 싶어 하며 어떠한 기능적, 이미지적 영웅의 요소를 이용해 타인 혹은 사회의 공격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작업 속에서 ‘Defensive Measure’, 즉 자위적 조치가 모든 일반인에게도 필요할 것이며 통용될 수 있다는 확장된 개념을 표현한 것이다. 신체 및 정신적 장애인들이 그들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발현해내는 행동 양상, 그들이 상상하며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표상과 같은 개념의 ‘그 무언가’를 우리가 일반인이라고 말하는 모든 인간 또한 각양각색으로 얻고자 하고 있다.

‘그 무언가’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데, 예를 들면 사회적 의미에서의 경제력, 정치력, 권력, 혹은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든 것을 내포하며, 결국 자신을 감추려고 하거나 자신을 우월하게끔 느끼게 하는 것, 즉 ‘힘’을 의미한다.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이런 ‘힘’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요구되는 ‘사회성’을 구비하기 위한 원동력을 발생하게 하며, 그러한 ‘힘’은 다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적 성격을 갖게 된다. 결국 ‘Defensive Measure’ 개념은 개인이 속한 사회에서의 ‘Hero’가 되기 위한 ‘힘’을 표현하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 손종준

메시 소재의 홀터넥 브라톱은 모두 Gucci, 볼드한 목걸이는 Bottega Veneta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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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재킷, 슬림한 팬츠, 워커 부츠는 모두 8seconds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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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스웨트 셔츠와 회색 트레이닝팬츠는 모두 8ight Seconds, 스니커즈는 Converse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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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팽글 장식이 달린 망사 스타킹은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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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더블 브레스트 재킷과 스틸레토 힐은 모두 Dior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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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키한 오버사이즈 니트 카디건과 니삭스는 모두 8ight Seconds 제품.

청키한 오버사이즈 니트 카디건과 니삭스는 모두 8ight Seconds 제품.

 

이너로 입은 보디수트는 Vina J. Lingerie, 스터드 장식이 달린 톱은 Kwak Hyun Joo 제품.

이너로 입은 보디수트는 Vina J. Lingerie, 스터드 장식이 달린 톱은 Kwak Hyun Joo 제품.

 

검은색 트렌치 코트는 8ight Seconds, 검정 펌프스 힐은 Guess Shoes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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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1. 수소문 끝에 각종 장비들이 갖춰진 수술실 세트를 빌릴 수 있었다. 2. 화보 촬영을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모델 유지안. 피부톤을 페일하게 연출하고 보니 그녀의 붉은 입술이 무척 도드라진다. 3. 팔에 끼우는 정교한 오브제는 손종준 작가의 작품 . 4. 스튜디오 컷 촬영 현장. 오브제의 형태가 '공격적인' 관계로 작가가 조심스럽게 모델에게 오브제를 설치해주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1. 수소문 끝에 각종 장비들이 갖춰진 수술실 세트를 빌릴 수 있었다. 2. 화보 촬영을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모델 유지안. 피부톤을 페일하게 연출하고 보니 그녀의 붉은 입술이 무척 도드라진다. 3. 팔에 끼우는 정교한 오브제는 손종준 작가의 작품 . 4. 스튜디오 컷 촬영 현장. 오브제의 형태가 ‘공격적인’ 관계로 작가가 조심스럽게 모델에게 오브제를 설치해주고 있다.

 

<화보 비하인드 스토리>
낮은 데로 임하소서
순수 미술을 공부한 전공자로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지니고 있던 에디터에게 이번 예술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가슴 설레는 작업이었다. ‘협업’이 아니었다면 작가의 작업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이토록 근접해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특히 “온 몸으로 ‘나 작가요’하는 사람들, 별로예요. 모델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관찰자의 입장으로 대중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야 하는 제 작업의 특성상 그런 모습이 더욱 안 맞기도 하구요.”라고 말하는 아티스트 손종준은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아파트나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쉽게 마주칠 법한 평범한 인상이다.)

단 한치의 과장이나 숨김 없이 작업의 전 과정을 에디터, 그리고 더블유와 함께 했다. 소위 말하는 예술가들의 ‘특권의식’까지 이해하고 감당할 각오를 했던 에디터로서는 추운 여관방에서 무거운 오브제를 어깨에 멘 모델을 위해 창문을 닫는 모습이나, 도심의 당나귀들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고마움을 넘어 진한 동료애마저 느꼈을 정도였다. “변태(!)적인 감성이 있으시네요. 아, 좋은 쪽으로요!” 그의 정교한 오브제를 들여다보며 감탄하던 사진가 김영준의 귀여운 농담을 “아, 그럼요. 있죠.”라고 받아 치는 소탈한 작가라니! 아트보다 아티스트를 멀게 느꼈던 내 편협함이 기분 좋게 깨어지는 기회였다.

<화보 메이킹 영상>
 

Artist / Son Jong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