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연기의 신, 필립 시모어 호프먼을 추억할 만 한 영화들을 꼽아본다.

What 미처 몰랐던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출연작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지난 2월 16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인 바프타(BAFTA)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은 소감 끝에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필, 당신의 뛰어난 재능과 너그러움, 그리고 예술과 삶 모두에서 끈질기게 진실을 추구하던 모습을 저나 여기 모인 이들뿐 아니라 모든 관객이 그리워할 거에요.” 지난 2월 2일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필립 시모어 호프먼을 기리는 헌사였다.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일급 스타는 아니었지만 그는 동료 배우나 감독들, 그리고 영화 마니아들로부터 특히 사랑 받은 연기자였다. 뛰어난 연기력과 작은 역할로도 장면을 장악해버리는 카리스마 때문이었을 것이다.

브랫 래트너의 <레드 드래곤>제작 당시, 한번은 안소니 홉킨스가 자신의 분량이 없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촬영장에 나왔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대배우는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영화 속에서 둘이 만나는 장면이 없었던 게 아무래도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누군가는 문득 의아해할 지도 모르겠다. <레드 드래곤>에 호프먼이 출연했던가? 잠시 기억을 깨우쳐주자면 밉살맞은 기자로 등장해 ‘딱하고 험하게’ 퇴장하는 역할이었다. 필모그래피가 60여 편에 달하지만 그가 맡은 캐릭터는 대부분 조연, 아니면 단역이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편이고, 그래서 예전 작품들의 경우 그의 출연 사실조차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어쩌면 당신이 놓쳤을지도 모를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연기들을 몇 개 꼽아봤다. 세상을 떠난 배우를 새삼스럽게 만나게 해줄 영화들이다.

-마틴 브레스트의 <여인의 향기>
영화 관계자들에게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크리스 오도넬을 괴롭히는 동급생으로 등장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는 밉살맞은 캐릭터를 유독 자주 연기했다. 그때마다 한 때 때려주고 싶을 만큼 제대로 얄밉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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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드봉의 <트위스터>
헬렌 헌트와 함께 트위스터를 추적하는 연구팀의 일원이었다. 야구 모자를 눌러쓴 은근히 귀여운 모습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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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츠>
마크 월버그가 연기한 에디 아담스를 짝사랑하는 게이 카메라맨으로 등장했다. 폴 토마스 앤더슨과는 <리노의 도박사>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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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슈마허의 <플로리스>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그저 그랬지만 드랙퀸을 연기한 필립 시모어 호프먼은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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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밍겔라의 <리플리>
프레디 마일즈라는 디키 그린리프(주드 로)의 친구를 연기했다. 톰 리플리(맷 데이먼)의 비밀을 알게 된 뒤 그를 협박하려 든다. 호프먼이 남긴 또 하나의 걸작 밉상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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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햄버그의 <폴리와 함께>
벤 스틸러의 친구 역할을 맡아 잭 블랙 풍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꼭 끼는 운동복 차림으로 ‘힘겹게’ 길거리 농구를 하던 장면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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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크로우의 <올모스트 페이머스>
숨 쉬듯이 깐족대는 음악 평론가 역할이었는데, 영화가 끝나갈 무렵 문득 가슴을 치는 독백을 건넨다. “네가 쿨하지 않을 때 누군가와 나누는 것이 이 망해먹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진짜 가치인 거야(The only true currency in this bankrupt world is what you share with someone else when you’re un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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