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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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오프닝 룩의 가격부터 지방시에서 선보인 충격적인 스와로브스키 마스크에 사용된 크리스털 개수,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꽂힌 시간에 이르기까지, 숫자로 분석한 2014 S/S 런웨이.

왼쪽부터ㅣ질 샌더, 알렉시스 마샬, 루이 비통

왼쪽부터ㅣ질 샌더, 알렉시스 마샬,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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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샌더 여사가 작별을 고한 건, 3번째다. 1990년대 패션계에 미니멀리즘 미학을 설파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질 샌더 여사는 CEO와의 불화를 이후로 이미 두 차례나 떠난다고 발표했고, 2013 S/S 남성복 컬렉션으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불과 두 시즌 만에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은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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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쿨한 감각과 동시대적 감성으로 무장한 채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이듄의 다니엘 셔먼과 아이스버그의 알렉시스 마샬. 젊은 세대가 열광할 만한 모던하고 트렌디한 룩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각각 T by 알렉산더 왕과 리카르도 티시 밑에서 5년간 갈고 닦은 실력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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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한 무대 연출과 환상적인 세트로 화려한 루이 비통 컬렉션을 이끈 마크 제이콥스. 그는 자신의 고별쇼에 지금까지 컬렉션에 선보인 세트를 총출동시키며 성대한 자축 파티를 벌였다. 2010 F/W의 분수, 2011 F/W의 엘리베이터, 2012 S/S의 회전목마, 2012 F/W의 기차역 시계, 2013 S/S의 에스컬레이터, 2013 F/W의 호텔 방문에 이르기까지 무대 위에 설치된 거대한 종합 선물 세트는 총 6개 종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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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 쇼의 무대 중앙에는 벤츠, 재규어, 사브, BMW를 비롯한 7개의 검은 세단이 충돌한 채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것을 통해 리카르도 티시가 시사한 바는 바로 ‘문화의 충돌’. 자동차 추돌 현장 주위로 아프리카와 인도, 일본 등 다양한 문화의 복식이 혼재된 룩을 입은 티시표 뮤즈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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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가 아닌 아침 9시에 발맹 걸들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어요.”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화려한 밤을 흔드는 여신들의 모습이 아닌 아침 햇살처럼 산뜻하고 모닝 커피처럼 감미로운 분위기에 푹 빠진 여성들의 룩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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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여 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리는 톱모델 카라 델레바인. 이번 시즌 카라가 등장한 런웨이 쇼는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해 샤넬, 펜디, 버버리, 스텔라 매카트니, 자일스, 발렌티노, 피터 필로토, 멀버리, 톱숍유 니크까지 총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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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백’이라고 불릴 만큼 불티나게 루이 비통 백을 팔리게 만든 스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 비통과 함께 치열한 항해를 해온 세월은 무려 16년. 16년 동안 그는 30번의 런웨이 쇼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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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쇼장에는 디에고 리베라, 다비드 알파로와 호세 클레멘테 등 멕시칸 벽화가들의 정치적인 벽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17개의 거대한 페인팅 작품이 세워졌다. 이는 벽화가 마일스 ‘엘 멕’ 그레고르, 메사, 가브리엘 스펙터, 스팅크피쉬, 일러스트레이터 잔느 디톨란트와 피에르 모르넷 등 6명의 아티스트가 여성의 페미니티와 파워,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벽화를 제작했고, 작가들의 고유한 특성으로 살려낸 인물화들이 강렬한 색감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공간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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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BMW, 레인지 로버, 포르쉐, 람보르기니, 아우디 같은 번쩍이는 20개의 슈퍼카들이 모델들을 태운 채 오프닝 세레모니 쇼장에 등장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이 퍼포먼스는 L.A의 스트리트 레이싱 컬처를 오마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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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론칭 25주년을 맞이한 DKNY는 그동안 선보인 라인 중 보디수트, 트랙팬츠, 파카 등의 히트 아이템을 선별하고 재구성한 컬렉션을 선보였는가 하면,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리타 오라의 라이브 공연과 함께 성대한 생일 파티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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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적이고 치명적인 꽃으로 가득한 디올 정원에는 세련된 동시에 야성적인 사나움이 공존하는, 신선하면서도 존재감이 뚜렷한 새로운 종족이 등장했다. 이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비밀스럽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싶었다고 고백한 라프 시몬스. 그의 쇼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 것은 피날레에 깜짝 등장한 29벌의 아름다운 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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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하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한 패션 하우스 모스키노는 30주년을 맞이해 창립자 프랑코 모스키노의 심미적 상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모든 상징적인 테마를 재해석했다. 1985 F/W 시즌 선보인 이탈리아 국기와 소가 그려진 스트라이프 드레스부터 1994 S/S 휴지조각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모스키노의 런웨이에는 수녀, 메이드, 플레이보이 모델 등 다채로운 캐릭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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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유돈 초이는 일본으로 이송되어 강제로 결혼당하고 38년간 조선땅을 밟을 수 없었던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혜옹주의 슬픈 이야기에 매료됐다. 최유돈은 38년간 이어진 그녀의 비극적인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듯 화사한 꽃무늬와 달콤한 색상을 조화시킨 동양적인 룩을 런웨이로 내보냈다.

40
릭 오웬스의 런웨이를 장악한 것은 톱모델들이 아닌 미국에서 날아온 40명의 스테핑 댄서들. 그들의 강인하고 위협적인 움직임은 객석을 들썩이게 만드는 경이로운 패션 신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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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제이콥스의 루이 비통 고별쇼에는 스테판 존스가 제작한 드라마틱한 41개의 헤어피스가 등장했다.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검은색의 화려한 헤어피스는 모든 여성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쇼걸을 위한 마크 제이콥스의 장치였다.

75
쇼를 위해서라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그랑팔레로 옮겨오는 칼 라거펠트. 그가 이번에는 그랑팔레를 아트 갤러리로 변신시켰다. 거대한 2.55백을 비롯해 No.5 향수병을 응용한 로봇, CC 로고를 활용한 설치물과 페인팅 등 상상력 넘치는 75개의 설치 미술 작품을 런웨이에 전시해놓은 것!

551
패션계의 작은 거인들, 움베르토&캐롤 듀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동시대의 패션 신은 조금은 지루했 을지도 모른다. ‘물’을 주제로 한 쇼에서 그들은 천장에서 빗줄기를 내려보내더니 급기야 무대 전면에서 는 시원하게 내리치는 폭포를 등장시켰다.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폭포 퍼포먼스는 약 551초 동안 지속됐다.

1500
비주얼 쇼크를 일으킨 충격적인 메이크업은 지방시 쇼에서 탄생했다. “미래적인 테크노-아프리칸 마스크라고 할 수 있죠. ” 팻 맥그라스 사단은 모델 17명의 얼굴 위에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비즈, 글리터, 시퀸 같은 재료를 하나하나 얹어 환상적인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주얼 마스크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4시간. 모델 한 명의 마스크를 완성시키기 위해 사용한 스와로브스키의 개수는 약 1500개라고!

1667
알렉산더 왕의 두 번째 발렌시아가 런웨이 쇼가 열린 곳은 파리의 국립 천문대. 1667년 루이 14세가 건립한 곳으로 하늘의 궁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한다. 넝쿨 식물로 건물 내부의 벽과 기둥을 장식하여 모던함과 목가적인 무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제3세계가 펼쳐졌다.

1910
육상 선수들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관능적이지만 유혹적인 여성을 뮤즈로 삼은 구찌의 프리다 지아니니. 이번 컬렉션은 스포츠웨어에서 시작해 페미닌한 터치를 가미했고, 이국적이고 로맨틱한 취향을 반영한 화려한 의상들을 선보인 에르떼의 1910년대 일러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우아한 프린트를 무지갯빛 컬러와 함께 적용했다.

1971
이브생로랑과 에디 슬리먼의 간극이 조금은 좁혀지고 있다는 신호인 걸까? 생로랑 런웨이에 리브고시의 아이코닉한 프린트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80년대 무드의 쿨한 디스코 의상에 박힌 입술 프린트. 이것은 1971년 발표된 이브생로랑의 위대한 유산!

2520
4대 컬렉션에 걸쳐 가장 많은 관객을 수용한 쇼는 단연 샤넬! 거대한 그랑팔레에서 펼쳐진 예술 전시회에 셀렙, 프레스, 바이어, VIP를 포함해 총 2천5백20여 명의 관객이 초대됐다.

6600
알렉산더 왕의 이름표를 단 발렌시아가의 오프닝 룩의 가격은 얼마일까? 재킷은 약 5천4백만원, 스커트는 약 1천2백만원. 단 한 벌에 6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기하학적인 금액! 그 이유는 단연 장인 정신. 발렌시아가의 숙련된 장인이 가죽 노끈을 이용해 섬세하게 꼬아서 만든 위빙 기법이 바로 그 비밀!

28000
“부드럽고, 따뜻하며 축복이 넘치는 쇼를 만들고 싶었어요.” 한층 화사해진 버버리 프로섬의 런웨이에는 마카롱 상자에서 튀어나온 듯한 라일락, 민트, 레몬 등 달콤한 파스텔 컬러로 가득 찼다. 로맨틱한 쇼에 방점을 찍은 것은 피날레 때 천장에서 흩날린 2만8천여 개의 장미 꽃비!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JASON LLOYD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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