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브랜드가 알았다간 서운해하겠지만, 그래도 공개해야겠다. 매일매일 수많은 브랜드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더블유 에디터 12인이 유독 편애하는 단 하나의 브랜드.

C.O.S
한번 들어가면 도저히 빈손으로는 나올 수 없는 마성의 공간. 베이식 룩 신봉자들의 성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곳, 바로 C.O.S다. H&M에서 고급 버전(?)쯤 되는 코스는 오롯이 멋을 내지 않아서 멋스러운 ‘기본’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요란한 옷이라면 질색하는 나의 취향과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제대로 꿰뚫는 곳이랄까. 화이트 셔츠, 캐시미어 목도리, 스웨터, 줄무늬 티셔츠 등은 시즌마다 색상, 길이, 디테일에 따라 종류별로 구입하고 있다. 단언컨대 강력한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코스에 대한 외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 –송선민(패션 에디터)

쿠스미 티
외국에 나가면 늘 전전긍긍 23kg의 무게 제한에 가위눌리는 나에게, 차란 거의 유일하게 고삐를 풀어놓을 수 있는 쇼핑 품목이다. 이런저런 고전적인 차 브랜드들을 만나고 그저 스쳐 지난 후, 유독 쿠스미 티에서는 발목을 잡혔다.대담하고 독창적인 블렌딩만큼 마음에 드는 건 ‘프린스 블라디미르’ ‘아나스타샤’ 같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명법이다. 러시아 문양에서 따왔다는 레이블 디자인, 컬러 차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화려한 색 조합도 좋아한다. 그러니까 결국 포장에 혹한 거냐고? 수많은 홍차 애호가들이 물을 끓이고 잔을 데우는 동안 찻잎을 덜고 틴캔을 바라보는 시각적 기쁨이 보이지 않는 향기나 맛의 즐거움보다 덜하다고 여겼다면, 그렇게나 예쁜 찻잔에 집착하고 간식을 3단으로 쌓으며 먹었을 리가 없다. –황선우(피처 디렉터)

이딸라
수집하는 몇 가지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부엉이다. 핀란드의 테이블웨어 브랜드 이딸라의 타이카(Taika) 라인에 푹 빠지게 된 것도 이 통통한 부엉이 때문이다. 지혜를 상징하는 부엉이의 이미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클라우스 하파니에미(2004년 마돈나가 딸과 함께 만든 동화책의 그림 작가로 유명한)가 그린 북유럽 특유의 감성 어린 일러스트야말로 백미. 그래서 2007년, 타이카 라인이 론칭한 이래 기분 전환용으로 혹은 소중한 지인의 선물로 하나둘 구입해왔다. 일상의 마법(핀란드어로 마법을 뜻하는 ‘타이카’)과도 같은 식기라니,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아니한가. –박연경(패션 에디터)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
얼마 전 침실에 영화 <그랑 블루>의 포스터를 걸었다. <응답하라 1994>가 몰고 온 복고풍 유행을 좇으려는 건 아니다.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는 <비몽> <피에타> <집으로 가는 길> 등의 포스터 작업을 맡았던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가 론칭한 브랜드인데, 1990년대보다 2010년대의 취향에 맞도록 재해석한 고전 영화의 포스터들을 판매한다. 현재까지는 <그랑블루> <멜랑콜리아> <시네마 천국> <퐁네프의 연인들>의 4종이 전부지만 앞으로 차곡차곡 종류를 늘려갈 계획. http://propaganda.co.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준화(피처 에디터)

제이허빈
다양한 촉을 가진 만년필에 매혹된 순간부터, 흔하디흔한 검정 잉크가 밋밋하고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잉크 브랜드 중 색깔별로 사 모으자 마음먹은 건 바로 제이허빈. 마치 수채물감으로 그린 듯 오묘한 색감이 글씨 쓰는 재미를 준달까? 게다가 달의 먼지, 푸른 밤, 우려낸 홍차잎, 아일랜드 커피, 말린 꽃다발, 회색 구름… 잉크 색감만큼이나 서정적인 이름까지 지녔다. –송시은(뷰티 디렉터)

포스탈코
노트만 보면 사들이는 병이 있다. 하지만 남 앞에서 꺼내 들기 민망한 감성적인 디자인 때문에, 취재 중 손에 들고 사용하기 영 불편해서, 펜이 뒷장에 배기는 까닭에 사두기만 하고 쓰지 않은 노트가 온 방을 점령할 기세. 그래도 일본의 문구 브랜드 포스탈코 노트만큼은 사는 족족 써대는 중이다. 단단한 패드 덕분에 손에 들고 써도 글씨가 흔들리지 않을 때, 매끈한 종이에 펜촉이 부드럽게 굴러갈 때는 희열을 느끼기까지 한다. 나비, 사과, 광물 등을 시리즈로 담은 엽서 세트, 톡톡한 소재감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스케줄러 등은 누구에게 줘도 욕먹지 않을 수 있는 선물 아이템! –김슬기(피처 에디터)

칼제도니아
컬렉션 취재를 위해 밀라노에 갈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꼭 들르는 곳이 바로 칼제도니아 매장이다. 속옷, 스타킹, 양말, 수영복 등 여자에겐 생필품과도 같은 아이템이 가득한 곳으로, 특히 스타킹이 이곳을 거르지 않도록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무릎이 까질 정도로 넘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올이 나가거나 보풀이 생기지 않고, 여러 번 빨아도 탄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신을 때마다 높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운 다채로운 색이 ‘깔’별로 있어 촬영을 대비해 왕창 사오는 경우가 많다. 키와 다리 길이에 따라 사이즈를 잘 보고 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 것. –김한슬(패션 에디터)

멜로우 송
최근 우리나라에도 핸드메이드 향초를 판매하는 곳이 많아졌다. 하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구입해봐도, 이만한 데를 아직 보지 못했다. 분명 B형일 것만 같은 디자이너가 나무랄 데 없는 꼼꼼함으로 향초를 만드는데, 말랑말랑 사랑스러운 양, 토실토실한 부엉이, 근육 돋는 위풍당당 곰 모양 초와 100% 여자 취향의 빈티지 컵초는 무엇을 선택해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굳이 꼽자면 여러 가지 향 중에서도 민트가 가장 독특하면서도 끌렸고, 동물초는 선물용이나 장식용으로,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가 매력적인 컵 초는 침실에 두기에 좋더라. –김희진(뷰티 에디터)

세인트 제임스
‘옷의 가격 나누기 그 옷을 입는 횟수’로 소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면 세인트 제임스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언제나 옳은 선택이다. 하이패션 디자이너의 것이든, 티셔츠 전문 브랜드의 것이든 세탁기에 몇 번 돌리고 나면 후줄근하게 늘어지거나 보풀이 일어 두 시즌을 넘기지 못하고 전사하는 것이 예사지만, 여러 해 전 뉴욕 업타운의 작은 매장에서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수없이 빨아 입은 세인트 제임스의 티셔츠는 아직까지도 처음 샀을 때의 ‘때깔’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자주 빨아야 하는 아이의 티셔츠 또한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깔별’로 사들이는 중. –이지은(패션 에디터)

미우 미우
직업적으로 다뤄야 하는 옷과 실제로 입는 옷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셀린, 지방시, 매퀸? 물론 입고 싶긴 하다. 하지만 못 입는다. 턱, 샀다가는 억, 하고 통장이 휘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은 키와 도무지 각이 살지 않는 둥근 어깨 탓도 크다. 그런데 유독 미우미우, 특히 스커트와 원피스 드레스는 수선을 하지 않아도 딱 맞는 피트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커머셜 제품으로 매 시즌 매장에 등장하는 파일세타 스커트는 약간 높은 허리선에 헴라인이 살짝 퍼지는 스타일인데, 1년에 두 차례씩 제값을 주고 구입할 정도. 한국에서는 빠른 속도로 품절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최유경(패션 디렉터)

산타마리아 노벨라
피부 트러블의 아이콘으로서 화장품은 늘 약국에서 산다. 그런데 약국 화장품은 얼마나 양이 적은지… 그런데 그중에서도 스킨을 콸콸 바르는 나의 고민은 밀라노 산타마리아 노벨라 매장에서 장미 화장수를 만난 순간 끝나버렸다. 한국에서도 산타마리아 노벨라는 이미 유명하지만, 현지에서는 500ml 장미 화장수가 3만원 정도로 거의 반값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건 물론, 고풍스러운 유리 용기는 화장대 위를 환하게 밝혀주기까지 한다. 여기에 달콤한 장미의 잔향이 오래 남아, 향수를 싫어하는 나에겐 이래저래 정말 일용할 양식이다. –김신(패션 에디터)

오프닝 세레모니
“그 브랜드 어디 거야?” 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물을 때면 대부분 오프닝 세레모니 제품이었다. 지금은 두 디자이너 움베르토&캐롤이 세계를 호령하는 거물급 신예 듀오가 되었지만, 뉴욕 소호 한구석에 자리한 조그마한 구멍가게였을 때부터 오프닝 세레모니를 사랑했다. 특히 걸리시하고 빈티지한 감성이 녹아 있는 클로에 세비니와의 협업 라인은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자마자 구입한다. 컬렉션 기간 스트리트 사진가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앞뒤 길이가 다른 플라멩코 러플 스커트나 레오퍼드 새틴 드레스 역시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찾아낸 보물들이었다. –정진아(패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