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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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페미니스트들이 들으면 화낼지 모르지만, 공주 이야기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먹힌다. 흥행 1위를 달리며 디즈니의 부활을 알리고 있는 <겨울왕국>의 엘사는, 지금 가장 뜨겁고도 차가운 공주다.

WHO 그녀는 누구인가?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혹은 디즈니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시도.

WHAT 엘사는 어떤 점에서 새로운 캐릭터인가?
상당히 다른 이야기로 완성되긴 했지만 애초에 <겨울왕국>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엘사 역시 악역에 가까웠으나 스튜디오 측에서 메인 테마에 해당하는 ‘Let It Go’ 를 듣고 난 뒤 초기의 구상을 수정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인물은 왕자와의 로맨스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갈등을 겪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됐다. 부당한 차별에 부딪히는 엘사의 상황을 소수자, 특히 동성애자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엘사가 ‘왕자와 맺어지지 않는 여주인공’라는 점 또한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준다. 제작진의 진짜 의도야 밝혀진 바가 없지만 꽤 흥미로운 의견인 건 분명하다. 보수적인 디즈니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걸까?

WHERE 이 목소리를 어디서 또 들었더라?
엘사의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담당한 이디나 멘젤은 2천 년대 중반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 역을 맡으면서 브로드웨이의 스타로 떠올랐던 배우다. TV시리즈 <글리>와 동명의 뮤지컬을 각색한 영화 <렌트>, 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마법에 걸린 사랑>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실연을 당한 뒤 엇비슷한 처지가 된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덴)와 맺어지는 뉴욕의 변호사가 바로 그녀였다. 이디나 멘젤은 디즈니의 이전 프로젝트였던 <라푼젤>의 오디션에도 응모했었다고. 당시에는 역할을 얻지 못했지만 캐스팅 디렉터가 <겨울왕국>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다시 그녀를 불러들였다.

WHY 왜 관객은 <겨울왕국>에 열광하나?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풍경을 화려하게 구현해낸 CG팀의 야근, 흥미로운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 이야기, 그리고 영화음악가 크리스토퍼 벡과 브로드웨이의 히트 작곡가인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로버트 로페즈 부부가 함께 완성한 OST. <겨울왕국>의 사운드트랙은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미 북미에서만 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이 작품의 성공에 고무된 디즈니는 벌써 속편 기획에 돌입했다는 소문이다.

WHEN 객석을 떠나도 되는 시점은 언제인가?
거대 설인이 등장하는 보너스 영상(쿠키)이 궁금하다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제작진이 엔딩 크레딧 안에 감추어둔 농담도 재미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코딱지 파먹기에 대한 크리스토프의 의견은 모든 남성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남자들이란 죄다 코딱지를 파먹기 마련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에 대한 디즈니의 공식 입장인 셈.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 / 홍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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