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에너자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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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음을 시위라도 하는 걸까? 겨울의 끝자락에 접어든 피부는 부쩍 각질이 많아지고 생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있으니 피부에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한 에너자이저, 부스터다.

피부 에너자이저, 부스터의 영역 확장
언제부터인가 토너와 에센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토너와 에센스가 ‘부스터’라는 이름 아래 에센스 토너, 퍼스트 세럼, 워터리 에센스라는 저마다 또 다른 이름을 달고 여자들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세안이 끝나면 그냥 피붓결을 정돈해주고 클렌징 잔여물을 닦아주는 기능에 충실한 토너와 영양이 농축된 에센스, 크림을 차례로 바르면 끝이었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세안 후 토너보다 에센스를 먼저 바르라 하거나 아무리 봐도 생김새는 토너 같은데 기능은 에센스와 같다고 당당히 말하는 제품이 넘쳐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부스터’의 의미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보자. ‘부스터(Booster)’의 사전적으로는 추진 로켓, 약의 효능 촉진제, 후원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의약에서는 몸의 면역 기능을 높여 힘을 기르고 신체 기능의 상호 작용을 도와 앞으로 사용할 약제의 효과를 높이는 제제를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본래 갖고 있는 기능을 한층 ‘업’시켜준다는 말씀. 그런 만큼 화장품에서 말하는 부스터는 피부 세포가 제 기능을 하도록 깨워주어 다음 단계에 바르는 화장품이 피부 속에 잘 흡수되도록 피부 안팎을 다독여주는 제품을 통칭한다. 건조한 피부에는 제아무리 좋은 제품을 발라봐야 효과를 보기 힘들다. 고비 사막처럼 수분이 바짝 마른 땅은 웬만큼 비가 와서는 촉촉해지기 힘든 이치와 비슷한데 부스터는 이런 상태를 미리미리 대비하고, 피부를 최적화시켜주기 위한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 부스터는 단순히 세안 후 건조해진 피부 속 물길을 터주거나, 다음 단계에 바르는 제품의 흡수를 높여주는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만 발라도 든든할 만큼 에센스보다 더 에센셜한 성분을 담았으며, 텍스처 역시 진득하니 농축 그 자체다. 그래서 이젠 부스터 혹은 기능성 토너라는 이름보다 ‘워터리 에센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최근 에스티 로더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을 보자. 진득한 점성을 가진 토너처럼 생겼지만 정체는 발효 콘셉트의 워터리 에센스라고 말한다. 외부 환경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스스로 개선하는 호극성 미생물에서 영감을 받은 마이크로 발효 영양소를 담고 있는데 덕분에 보습과 윤기를 책임진다. 그런가 하면 피부와 가장 가까운 성분을 담은 제품도 있다. 헤라의 셀 에센스는 피부에 가장 가까운 물(생체수)을 구현한 ‘셀 바이오 플루이드 싱크’ 성분을, 오휘의 더 퍼스트 셀소스는 피부 세포 발생과 성장에 필수적인 세포 배지 성분이 90% 이상 담았다.

물론 스킨케어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룰인 보습에 충실한 토너 타입의 부스터도 여전히 강세다. 이름은 토너이지만 단순히 세안 후 피붓결을 정돈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페이스 오일에서나 만날 수 있는 순도 높은 오일을 함유하거나 시세이도 이부키 소프닝 컨센트레이트처럼 에센스에나 들어갈 법한 형상 기억 세포 기술 복합체 같은 성분을 담아 일반 토너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덕분에 두 번 정도 겹쳐 바르면 에센스를 바른 것마냥 피부가 든든해진 느낌이다.

1 OM 부처브룸 토너 아스트린젠트
부처브룸 추출물이 피지 분비를 조절하고, 세드랏껍질 오일이 피부를 진정시킨다. 한 번 쓱 바르는 것만으로도 팔꿈치처럼 까칠한 곳까지 보드랍게 케어해줄 만큼 보습력도 확실하다. 알레르기가 많은 환절기에 눈이 자주 가렵거나 붓는다면 화장솜에 토너를 듬뿍 묻혀 5~10분 정도 올려놓자. 부기가 싹 가라앉는다. 200ml, 5만7천원.

2 ESTEE LAUDER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호극성 미생물에서 영감을 받은 마이크로 발효 영양소가 피부 에너지를 끌어올려준다. 펩티드와 발효 영양분을 혼합해 피부 속부터 건강하고 투명한 피부를 만들어준다. 모든 스킨케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바른 다음에 에센스를 발라줄 것. 150ml, 13만5천원대.

3 HERA 셀 에센스
피부를 구성하는 생체수를 구현한 기술을 바탕으로 피부 활성 에너지를 담은 워터리 에센스. 화장솜을 이용해 바른 뒤 마치 로션을 바르듯 겹쳐 바르면 다른 에센스가 필요 없을 정도다. 150ml, 6만원.

4 O HUI 더 퍼스트 셀소스
피부 세포 성장에 필수인 영양분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세포 배지’ 성분을 바탕으로 한 셀소스 성분이 90.3% 들어 있어 건조함은 물론 잦은 트러블을 겪고 있는 피부까지 다독여준다. 얼굴 전체에 도포하는 느낌으로 바른 뒤 양 손바닥을 이용해 볼, 이마, 턱의 순서로 지압하듯 부드럽게 눌러주면서 바른다. 111ml, 15만원.

5 FRESH 크렘 앙씨엔느 인퓨전
천연 대나무 수액과 장미꽃 워터, 히알루론산이 피부에 필요한 필수 미네랄과 수분을 공급하고 수분 부족으로 인한 잔주름도 잡아준다. 여기에 오메가 7이 풍부한 시벅톤 오일이 담겨 있어 피부의 활성 산소를 감소시킨다. 얼굴은 물론 목까지 꼼꼼히 바르면 부스팅 효과가 더 오래간다. 120ml, 13만5천원.

6 BELIF 더 트루 팅쳐 오브 카모마일
고대의 허브 농축액을 만드는 제조법인 ‘팅처(Tincture)’ 추출법을 통해 만든 부스터. 유기농 캐머마일을 추출, 여과, 숙성의 3단계를 거쳐 원액을 추출했다. 피부 손상을 케어하고 혈행을 개선한다. 토너와 에센스 사이에 사용하면 된다. 75ml, 4만5천원.

7 DAVI 안티옥시던트 액티브 에센스
포도 줄기에서 추출한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피부 본연의 항산화 시스템을 깨워준다. 피부가 건조하고 칙칙한 데다 탄력까지 떨어져 바르는 화장품마다 피부에서 겉돌 때 바르면 효과적이다. 100ml, 8만6천원.

8 SHISEIDO 이부키 소프닝 컨센트레이트
스트레스를 받아 움츠러든 피부 세포를 깨우는 것이 이부키 라인의 콘셉트다. 첫 단계에 바르는 이 제품은 토너이지만 컨센트레이트라는 이름처럼 강력한 보습 성분이 피부 속까지 제대로 수분을 채워준다. 여러 번 겹쳐 바르면 크림이 필요 없을 만큼 피부 땅김 없이 촉촉하다. 75ml, 4만5천원.

9 CHANEL 르 쥬르
아침에 비타민이 듬뿍 담긴 주스를 마신 양 피부를 깨워주는 모닝 부스터. 소량의 살리실산이 각질을 자극 없이 제거하주며 재스민 추출물이 피부가 하루 종일 받게 될 유해 요인에 대항할 수 있도록 피부 적응력도 강화한다. 50ml, 12만원.

부스터 사용설명서
그렇다면 부스터는 과연 어떻게 쓰는 것이 현명할까? 안타깝게도 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부스터의 영역이 토너와 에센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부스터는 그 다양한 이름과 형태만큼이나 자기만의 고유한 사용법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꼼꼼하게 설명서를 읽는 것이다. 하지만 기준은 있다. 지금 쓰고 있는 토너가 각질 제거를 해준다거나 피붓결을 다듬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부스터는 그다음이다. 반면 지극히 건조한 피부인지라 세안 후 즉시 수분 공급이 필요한 피부라면 토너 대신 부스터를 쓰라
고 권하겠다. 물론 이럴 경우 부스터만큼이나 신경 쓸것이 있으니 바로 세안제다. 항균, 비타민 이런 문구에 현혹되지 말자. 세안제의 핵심은 세정 성분이다. 세안제의 성분 라벨에 ‘소듐라우릴설페이트’, ‘TEA라우릴설페이트’, ‘소듐 C14-16올레핀설포네이트’ 중 하나라도 쓰여 있다면 눈을 돌리는 것이 상책이며 환절기 피부에 스크럽 알갱이는 자극적일 수 있으니 피하도록.

부스터 제품의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간단한 마사지를 곁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를 때 손가락 전체를 이용해 턱선부터 양볼까지 꾹꾹 지압하듯이 지그시 눌러주자. 제품의 흡수율을 높이는 건 물론 아침이라면 밤새 이완되었던 피부에 적당한 긴장감을, 밤이라면 하
루를 보내느라 경직된 얼굴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또 하나의 활용법은 팩의 대용이다. 즉각적인 스킨케어 기능에 초점을 맞춘 만큼 피부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얼굴에 수분이 유난히 모자란다 싶으면 화장솜에 부스터를 듬뿍 묻혀 양 볼과 이마, 턱을 중심으로 붙여주자. 10~15분 후 떼어내면 시트 마스크를 하고 난 뒤처럼 탱탱한 피붓결이 만져진다. 또 마치 자석처럼 다음 단계의 화장품을 끌어당겨 흡수율을 높여주니 메이크업의 밀착력도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있다. 지금처럼 무얼 발라도 피부가 정돈되지 않는 계
절이라면 수정 메이크업을 할 때 미스트 대신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에디터
뷰티 디렉터 / 송시은
포토그래퍼
정용선
스탭
어시스턴트 / 최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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