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분위기를 만든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철학을 의상에만 담는다는 건 아주 큰 오해다. 옷을 보여주는 공간, 그곳에 그들의 우주관이, 그들의 숨결이 숨어 있다.

하나의 아트 작품 같은 도버 스트리트 마켓 뉴욕의 매장 전경. 색색의 구조물과 시멘트, 벽돌, 나무의 조화가 멋지다.

하나의 아트 작품 같은 도버 스트리트 마켓 뉴욕의 매장 전경. 색색의 구조물과 시멘트, 벽돌, 나무의 조화가 멋지다.

레이 가와쿠보가 자신의 철학을 담아 만든 멀티숍으로 관심을 받아온 도버 스트리트 마켓이 런던과 도쿄에 이어 세 번째 매장인 뉴욕 스토어를 드디어 공개했다. 그녀가 이끄는 15개의 꼼데가르송 전 라인을 비롯하여 아제딘 알라이아, J.W. 앤더슨, 시몬 로샤, 릭 오웬스, 생 로랑, 사카이 그리고 프라다와 루이 비통에 이르는 쟁쟁한 브랜드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물론 여느 백화점에서도 위 브랜드들을 만날 수는 있지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작은 아이템 하나도 그녀의 셀렉과 협의를 통해 선택되기 때문. 루이 비통은 팝업 스토어를 준비했고, 이번 시즌 컬렉션에 사용된 일러스트를 매장 안 팝업 스토어로 그대로 가져온 프라다는 입점을 기념하며 특별 에디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레포시, 로샤스나 앤드레 워커 역시 뉴욕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파워를 보여주었다. 브랜드 각각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작품인 듯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 역시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감각이 뭉친 결과물이다.

나무를 다루는 런던 출신의 아티스트 마그다 사에그, 컬러풀한 패치워크를 선보이는 레오 스웰, 브루클린 출신의 칼스 비베, 이 세 아티스트가 그녀와 마음을 모아 만든 하나의 작품으로 ‘Biotopological Scale Juggling Escalator’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거대한 유기체가 저글링하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역동적인 곳이랄까? 다소 추상적인 이 의미가 전하는 그녀의 메시지는, 직접 가서 느끼고 해석해보시길.

1. LA, 이스턴 컬럼비아 빌딩에 오픈한 아크네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2,3. 실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빅터&롤프의 파리 플래그십 매장. 곡선을 이용한 디자인과 펠트 소재를 이용한 마감재가 특징이다.

1. LA, 이스턴 컬럼비아 빌딩에 오픈한 아크네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2,3. 실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빅터&롤프의 파리 플래그십 매장. 곡선을 이용한 디자인과 펠트 소재를 이용한 마감재가 특징이다.

지난해 오픈한 런던 매장에 이어 LA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아크네. 벨기에 출신의 디자이너 카스텐 홀러의 작품인 ‘Giant Triple Mushroom’이 매장 중심에 놓인 LA의 매장은 메탈릭한 구조물과 핑크빛 테라초 바닥재, 푸른 카펫 등의 조화와 대비가 독특한 공간이다. 특히 매장이 들어선 이스턴 컬럼비아 빌딩은 현존하는 대표적인 아르데코 건물로 가장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아크네의 특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 비즈니스 수완이 탁월하지만 음악이나 가구 디자인 등 다방면으로 끼가 많은 아크네의 수장, 요니 요한슨의 취향처럼 정갈과 철학이 반영되어 편안한 무드를 자아내는 것이 아크네 플래그십의 특징이다.

한편, 쌍둥이 듀오 빅터&롤프는 파리 생토노레에 드디어 자신들의 첫번째 플래그십을 오픈했다. 두 사람이 가장 잘 다루는 회색을 기본으로 대비와 대조를 이루는 디자인, 글래머러스한 무드, 도발적이고 극적인 쿠튀르 느낌을 키워드로 드라마틱한 공간을 완성했다. 매장 전체를 펠트 소재로 뒤덮어 그들의 의상이 더욱 돋보이게 하였고, 아치형태의 쇼윈도 프레임과 홀을 중심으로 한 동그란 형태의 매장 구성은 편안하면서도 웅장한 무드를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