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시대의 변혁은 신선한 에너지와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젊은 초상에서 비롯된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재능 있는 신예 디자이너 최유돈과 허환이 제9회 삼성 패션 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든든한 후원 아래 눈부신 비상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빛나는 실력으로 세계 패션을 이끌어갈 두 디자이너를 <W Korea>가 만났다.

허환
한양대학교에서 의류학과와 인문학을 복수전공하고, 국내에서 3년간 여성복 브랜드의 디자이너 경험을 거쳐 영국왕립 예술학교에서 남성복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창 시절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우승한 후 2010년 브랜드 ‘허환 시뮬레이션 Heohwan Simulation’을 론칭했고, 2012 F/W 컬렉션을 통해 런던 패션위크에 데뷔하며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는 지난 시대의 잡지 이미지나 텍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실루엣에 자신만의 철학을 결합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SFDF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을 축하한다. 심사위원을 매료시키며 SFDF 수상에 이르게 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해외에서의 좋은 반응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하이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로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하이 퀄리티의 소재 및 부자재 사용, 새로운 실루엣과 디테일 개발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시뮬레이션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한국 디자이너로서 지정학적인 미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순히 외국의 지리적인 베이스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레이블이라는 이미지가 작용하는 공간 -시뮬라시옹- 을 베이스로 삼으며, 보다 글로벌적인 브랜드화에 초점을 맞추고자 만든 이름이다.

시뮬레이션만의 시그너처는 무엇인가?
철학적인 면과 비주얼적인 면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매시즌 역사와 비평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는 점이 철학적인 면이라면, 남성복적인 실루엣과 날카로운 커팅 라인, 사진을 이용한 프린트 등이 비주얼적인 시그너처다.

‘패션 현상과 역사를 탐구하고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영감을 사회 현상에서 얻는가?
패션의 생리 중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며, 이 새로움은 또 항상 쉽게 잊혀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새로움이냐 대한 문제로 귀결되는데, 더 이상 새로운 패션은 없고, 단지 새로운 발전 과정만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패션은 20세기 패션에서 다 나왔기에, 이제는 새로운 방향의 재해석과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새로움은 역시 과거와 현재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통찰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당신은 패션을 통해 특정한 시대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현시대에 가장 매력적인 요소와 그 원류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패션은 10년을 주기로 그 특성을 달리하며 변하고 있다. 80년대의 뮈글러나 클로드 몬타나의 파워 숄더 룩, 90년대가 미니멀리즘과 그런지 룩이었다면 역사에서 현시대의 패션은 텍스타일의 시대로 불리지 않을까? 과거에서의 다양한 실루엣에 텍스처를 입히는 방식이 지금 현재의 패션인 것 같다.

13 F/W와 14 S/S 컬렉션의 콘셉트와 영감은 무엇이었나?
13 F/W 컬렉션은 1968년의 정치적 상황과 패션 신의 관계에 대해서 조명한 것이다. 격동의 시기였던 1968년의 패션 잡지 등을 분석하고, 68년도 피에르 가르댕의 실루엣에 혁명의 이미지를 콜라주한 프린트로 작업했다. 14 S/S 컬렉션은 착장의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왔다. 토마스 루프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하이패션과 하이 스트리트 패션의 차이에 대해서 고민한 컬렉션이다. 가장 우아한 50년대의 실루엣에 가장 스트리트적인 80년대 스포츠웨어의 디테일을 접목한 컬렉션이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디케이드 프로젝트의 4분의 1을 완성했다. 10년 동안은 패션에만 집중할 것이다.

최종 목표는?
패션의 가장 큰 힘은 시대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것. 패션은 비주얼적인 면에서 과감한 시도가 가능한 분야다. 착장과 라이프스타일의 제시뿐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를 이끄는 데 기여하고 싶다.

최유돈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후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여성복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트웬티 에잇 트웰브’와 ‘올 세인츠’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2009년 론칭한 `브랜드 유돈초이로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의 옷은 정교한 테일러링 기술과 남성적인 커팅을 활용한 모던하고 구조화된 실루엣이 특징이다.

3회 연속 SFDF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을 축하한다. 첫 회부터 지금까지 SFDF의 지원 아래 어떤 변화를 거쳤나?
SFDF 지원을 받자마자 다음 시즌에 런던 패션위크 정식 스케줄로 데뷔하게 됐다. 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더 좋은 소재를 사용할 수 있어 한층 수준이 높아졌고, 디자이너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패션쇼 프로덕션에도 더 신경 쓸 수 있었다.

유돈 초이가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목이라는 단어는 어색하지만, 쇼적인 요소들이 있으면서도 옷 자체는 웨어러블하게 풀어가는 것이 독특했던 것 같다.

유돈 초이만의 시그너처는 무엇인가?
남성복 디자이너 출신이라 기본적으로 모든 피스에 남성복 요소가 내재되어 있지만 한편으론 매우 여성스러운 옷이다. 여성들은 유돈 초이 피스들을 입었을 때 조용하지만 힘있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컬렉션을 구상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그리고 어떤 표현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지? 영감은 다양한 곳에서 얻는다. 빈티지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빈티지 사진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전시나 여행이 영감이 되곤 하는데,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영감들은 분석과 발전의 과정을 거쳐 나만의 감성으로 구현된다.

13 F/W와 14 S/S 컬렉션 각각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13 F/W는 러시아의 민속 의상이 주제였다. 그래서 데이비드 린이 만든 1960년대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고 영감을 얻었으며 줄리 크리스티의 아름다운 모습과 러시아 혁명을 이겨내는 강한 여성상이 테마였다. 13 F/W의 페미닌한 무드가 굉장히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동양적인 여성의 미를 그려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14 S/S의 콘셉트가 되었다. ‘조선시대 마지막 공주’라는 사실도 로맨틱했지만, 일본으로 강제 이송되어 일본 귀족과 결혼하고 정신 병원에서 생을 끝낸 슬픈 이야기를 룩으로 풀어냈다.

리버아일랜드와의 협업도 흥미롭다.
리버아일랜드는 매 시즌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포럼이라는 협업을 진행하는데, 2013 F/W 시즌에 같이 일하게 되었다. 작년 여름, 베를린으로 여행을 갔을 때, 피터 린드버그의 사진을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다. 리버아일랜드 컬렉션은 그중 ‘와일드 엣 하트’라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했다.

디자인적인 요소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무엇인가?
내 자신의 본능! 내 눈에 들면 타인의 눈에도 좋으리라고 믿는다. 또 내 주위에 있는 근사한 여성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데, 특히 어나더 매거진의 에디터인 아가타 벨신의 스타일을 무척 좋아한다.

요즘 가장 흥미를 두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응답하라 1994!>. 이번에 잠깐 서울에 들렀을 때 접하고 난 후 빠져버렸다. 연세대학교 94학번인 나의 스토리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잊고 지낸 그 시절의 감성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