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과 제이슨 슈월츠먼이 이탈리아 시골 마을로 향했다. 그곳의 이름은, 카스텔로 카발칸티.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는 공간이 또 하나의 캐릭터다. 그러잖아도 주인공이 여럿 나오는 이 감독의 영화 속에서 어떤 장소는 한 인물만큼의 비중을 차지한다. 따져보면 안 그런 영화가 있겠냐만, 유독 ‘비생디사’, 비주얼에 살고 디테일에 죽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 세계에서는 또렷이 울타리 쳐진 특정 장소의 비주얼과 개성이 오래 남는다.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서의 바다 커뮤니티, <문라이즈 킹덤>에서 소년과 소녀를 둘러싼 캠핑 사이트와 해변,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의 나무 속과 땅밑세계, 그리고 최근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의 붉은 카펫과 섬세한 무늬로 둘러싸인 호텔 건물 속까지 말이다.

8번째 장편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내년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개봉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앤더슨이 헝가리의 화려한 호텔 로비를 떠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이탈리아의 소박한 시골 이다. 단편의 제목인 <Castello Cavalcanti>가 바로 영화의 제목이 되는 이 마을의 이름.1 955년, 눈높이 건물들이 고만고만한 야트막한 동네, 예수상을 둘러싼 아주 작은 광장과 길, 그 앞의 조그만 카페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나른한 저녁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들은 뜨개질을, 할아버지들은 와인을 홀짝이거나 카드놀이를 하면서 그들이 기다리는 건 마을을 관통해 지나갈 자동차 경주의 행렬. 카페의 전화로 먼저 레이싱 팀의 도착 전갈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깃발을 손에 쥐고 눈을 빛낸다. 마침내 요란한 엔진 소리가 다가오는가 싶다가 레이서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뒤늦게 나타난 또 한 대의 경주차. 운전석에는 앤더슨의 페르소나 중 한 명인 제이슨 슈월츠먼이 타고 있다.

포뮬러 원을 다룬다고 해서 테스토스테론 넘치는 론 하워드의 <러쉬> 같은 영화를 웨스 앤더슨에게 기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앤더슨은 언제나 선두의 불꽃 경쟁이 아니라 곁길로 벗어나 딴짓에 몰두한 떨거지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창작자니까. 늦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자동차를 마을 광장 예수상에다 처박아버린 이 성질 나쁜 F1 드라이버는 정비공들을 탓하며 시끄럽게 투덜대기 시작한다. 차는 망가뜨리고, 레이싱에는 졌고, 경주 행렬은 놓쳤고…. 하지만 드라이버는 이 마을에 조금 더 남기로 기꺼이 결정하고 마을 사람들의 테이블에 털썩 앉는데… 그 이유가 뭔지는 글로 읽는 것보다 유튜브에서 확인하는 편이 즐거울 것이다. (유니폼을 사랑하는 웨스 앤더슨 영화답게) 경주용 점프수트를 입고 있는 그의 뒷모습에 선명하게 새겨진 스폰서 브랜드의 이름은, ‘Prada’. 올봄에 웨스 앤더슨이 (소피아 코폴라의 오빠인) 로만 코폴라와 함께 만든 캔디 향수 캠페인에 이어 프라다와 손잡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위트 있고 귀여우며 동시에 스타일리시한 이 8분짜리 단편은 매우 웨스 앤더슨스럽고, 이탈리아적이며, 프라다답다. 11월에 로마 영화제에도 초청되었다. [영상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