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시기에는 옷이란 점점 두꺼워지고 실루엣이란 점점 뭉개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한겨울에도 실루엣을 마법처럼 조절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각광받고 있다.

THE BIG O’S
올해는 가장 춥고, 가장 긴 겨울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초가을부터 흘러나왔다. 월동용품만큼이나 패션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단연 퍼와 패딩 시장인데, 이 둘은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만들기에 불리한 대표적인 겨울 아우터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무엇이든 큼직하게 만들어버리는 볼륨의 대세를 타고 둔탁한 겨울 실루엣에도 감도 넘치는 시도가 눈에 띈다. 빅 볼륨 실루엣의 열쇠를 쥔 것은 무엇보다도 어깨선으로 적게는 3~5cm에서 많게는 10~15cm 정도까지 실제 어깨보다 재봉선이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떨어진 어깨선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곡선이 생기기에 큼지막한 ‘O’ 실루엣이 되는 셈. 거대한 칼라로 어깨를 덮어버린 까르벵, 팔꿈치 위에서 어깨 라인이 형성되는 로샤스막스 마라의 코트, 볼륨감 넘치는 재단 덕분에 가로 길이가 더 넓은 ‘가로본능’ 아우터를 내놓은 스텔라 매카트니프로엔자 스쿨러 등도 ‘O’ 실루엣으로 멋진 겨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거대한 O 실루엣은 몸 자체가 커 보이기보다는 그 옷 속에는 가녀린 여체가 들어 있음을 내보이도록 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 경우 어떤 소재를 사용했느냐가 관건이다. 발맹은 몸에 꼭 맞는 실크 재킷 위에 도톰한 패딩이 들어간 오버사이즈 재킷을 덧입는 스타일링으로 가녀린 허리를 더욱 강조했고, 로에베데스켄스 띠어리, 드리스 반 노튼, 마이클 코어스에서는 모두 풍성하고 각이 잡히는 톡톡한 표면감의 상의에 하늘하늘하거나 몸에 딱붙는 하의를 스타일링해 실루엣의 극적인 대비를 강조했다.

1. 큼직한 실루엣 포인트가 되는 디올의 초현실적인 반지.
2. 허전한 목을 장식하는 버버리의 실크 스카프.
3. 머리 크기를 타이트하게 보이도록 하는 버버리의 라이딩 캡.

THE SLIM I’S
날씬한 몸에 대한 찬미는 패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절대 지향점이고, 겨울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한때는 옷 맵시가 나도록 얇고 가볍게 가공한 소재 개발에 모두가 열을 올렸으나, 지금은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늘어 보이는 스타일링’ 제안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다. 특히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시선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말하자면 ‘I’자를 닮은 실루엣이 대세다. 빅 실루엣의 포인트가 어깨선의 위치에 있다면, I 실루엣의 포인트는 바로 허리. 벨트나 컬러 블록 등 디자인 요소로 허리의 위치를 확실히 드러내고, 원래 허리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라인을 구성하여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울 소재의 재킷 위에 가느다란 벨트로 장식적인 효과를 준 하이더 애커만의 룩이나 두꺼운 울펠트 소재의 앙상블에 가죽 벨트를 매치해 시선을 위로 끌어올린 캘빈 클라인, 실크와 가죽 소재를 접합하되 허리 라인이 들어가 보이도록 배치한 알투자라, 가슴 밑부터 허리 곡선을 넣은 구찌, 트랙점퍼부터 코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룩의 옆구리에 다른 소재를 이어붙인 프라다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딱 맞는 어깨선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맥시 아우터 역시 가늘고 긴 스타일링을 강조하는 최적의 아이템이다. 디올디스퀘어드2, 파코 라반에밀리오 푸치, 안토니 바카렐로 등 센슈얼한 느낌을 강조하는 브랜드에서는 거의 모두 꼭 맞는 어깨에 폭이 좁은 아우터를 선보였다. 여기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는 타이트한 보정 속옷의 역할을 하며 실루엣을 더욱 가늘고 길어 보이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1. 아름다운 자수와 조형적인 굽이 돋보이는 디올의 사이하이 부츠.
2. 가느다란 실루엣을 더욱 강조하는 버버리의 간결한 가죽 토트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