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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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들은 최근에야 이 배우의 사용법을 뒤늦게 발견한 것 같다. 전지현은 <도둑들> <베를린>에 이어 <별에서 온 그대>에서 꼭 맞는 캐릭터의 옷을 입고 편안하고 노련하게 움직인다.

WHO – 그녀는 누구인가?
배우 전지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화려하게 재도약한 스타

WHAT –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는 무엇이 다른가?
물론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나 <도둑들>의 예니콜이 전지현의 변신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배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하게 해주는 괜찮은 맞춤옷이자 적절한 멍석에 가깝다. 30대 버전의 엽기적인 그녀라고도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의 행보를 제자리걸음으로 폄하하긴 어렵다. 배우가 캐릭터를 소화하고 스타성을 과시하는 방식은 예전에 비해 훨씬 편안하고 노련해졌으니까. 전지현은 이제 혼자 치솟아 오르는 데만 몰두하지 않고 극의 무게중심 역할까지 안정적으로 해낸다. <별에서 온 그대>에 종종 등장하는 순정만화 풍 대사나 아슬아슬한 개그도 그녀 덕분에 간신히 구원받는다.

WHY – 왜 한동안 배우 전지현은 평가절하 당했을까?
굳이 분류하자면 전지현은 메릴 스트립보다 줄리아 로버츠 쪽에 가까운 연기자다. 어떤 역할이든 귀신같이 소화해내는 배우는 아니지만 타고 난 스타로서의 카리스마가 막강한데다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더없이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한때 연기보다 CF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는 일부의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엽기적인 그녀>와 <도둑들> 사이에도 작품 활동은 꾸준했다. 다만 그 가운데 잘 맞는 옷이 드물었을 뿐이다.

WHERE – 할리우드 진출의 성과는 어땠나?
홍콩과 프랑스, 중국의 합작 프로젝트인 크리스 나혼의 <블러드>보다는 중국과 할리우드의 자본이 투자된 웨인 왕의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본격적인 진출로 보는 게 맞겠다. 하지만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무시되다시피 했으니 ‘성과’ 자체를 이야기하기가 좀 민망하긴 하다. 한국에서도 정식 개봉이 되질 않아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이 드물 정도.

WHEN – 전환점은 언제였을까?
<도둑들>의 예니콜도 근사했지만 <베를린&gt의 련정희야말로 이 배우의 가치를 새삼 고쳐 보게 만든 계기다. 남자들의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으나 관객들로부터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건 분명 전지현이었다. 익숙한 것 대신 새로운 것을 시도해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더 의의가 크다. <베를린>과 <별에서 온 그대>를 연달아 보면 30대를 맞아 더 넓어진 표현의 스펙트럼이 읽힌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 / 홍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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