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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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90년대를 소환하라.’ 대한민국의 패션 피플들이 빛바랜 앨범 속에 잠들어 있던 추억의 봉인을 해제했다. ‘왜 이랬나’싶을 만큼 촌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땐 그게 최고인 줄만 알았다. 저마다의 아련한 향수가 불러모은 격동의 90년대 패션.

1. 이영진 (모델 겸 배우)
데뷔작이었던 <여고괴담> 홍보 당시였다. 이땐 부츠컷 팬츠만 줄기차게 입었는데 특히 미스 식스티를 좋아했다. 운동화는 닥터 마틴과 엇비슷한 콘셉트의 챔퍼라는 브랜드 것으로 20만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2. 정윤기 (스타일리스트)
배우 차승원이 모델로 활동하더너 시절, 이태리에 화보 촬영을 가서 사진가 김욱 실장이 찍은 컷. 90년대 후반 트렌드인 미니멀리즘 룩과 함께 당시 샤프한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이다. 그 시대에 유행한 긴 길이의 재킷에 폴 스미스 팬츠, 구찌 슈즈와 머플러 등을 매치했다. 빈티지풍의 커다란 백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맨즈 룩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1. 김봉법 (스타일리스트)
통이 넓은 힙합 스타일 팬츠가 유행이던 그때. 이태원에서 산 붉은색 말보로 티셔츠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김건모 덕분에 열풍이었던 알이 작은 선글라스와 길게 늘어뜨린 벨트까지. 90년대 후반을 풍미한 대표 룩이다. 베트남에서 찍은 컷.

2. 이지은 (<더블유 코리아> 패션 에디터)
대학교 1학년이던 1999년의 마지막 날. 친구들과 해돋이를 보기 위해 간 정동진에서 찍은 사진. 버버리의 피케 셔츠(칼라는 반드시 세웠다)에 당시 80%의 여대생이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좋을 프라다 백팩을 메고 있는 모습이다.

3. 박혜라 (스타일리스트)
리본 블라우스는 장 폴 고티에, 팬츠는 요지 야마모토. 그 당시 가장 즐겨 입던 브랜드다.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벨트를 꼭 착용했고 무조건 검은색을 입었다. 또 그 당시부터 붉은색 립스틱을 고수했다. 그 시절 가장 핫한 사진가였던 조세현 실장님이 찍어준 컷.

1. 조선희 (포토그래퍼)
지오다노 광고 촬영 중에 찍은 사진인데 이땐 지금처럼 패션에 대해 뚜렷한 주관이 없었다. 그나마 큰 마음을 먹고 산 옷이라면 스승인 포토그래퍼 김중만 선생님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산 꼼데 가르송의 일명 ‘똥싼 바지’. 이것만큼은 지금도 즐겨 입는다. 다만, 이 당시엔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했는데 멋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단 당시 신인이었던 나를 사람들이 단번에 기억하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2. 김선영 (모델 및 교수)
이 당시 옷장엔 온통 블랙&화이트 밖에 없었다. 궁극의 미니멀한 룩과 화려한 글램 룩을 동시에 연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델 활동을 한창 할 때라 한국에 막 들어온 해외 브랜드를 두루 섭렵할 수 있었는데 돌체 & 가바나, 구찌, 로베르토 카발리 등을 즐겨 입었다.

1. 이주연 (티로즈 주얼리 디자이너, 멀티숍 스수와 오너)
세일러문을 연상케 하는 소싯적 모습. 파리에서 촬영한 컷으로 구찌 스커트에 샤넬의 투 톤 부츠를 매치하고, 한 이태리 브랜드의 크로스백을 멨던 걸로 기억한다. 한마디로 모노톤의 미니멀한 룩에 눈에 띄는 액세서리로 악센트를 준 스타일링.

2. 지향미 (더써드마인드 비주얼 디렉터)
(왼쪽) 허리선이 배꼽을 훌쩍 넘는 일명 배바지의 나날들.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겟유즈드 데님이다. 화룡점정은 게스의 아일릿 장식 벨트인데 디테일이 굉장했다.

(오른쪽)이 당시 보헤미안 룩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덩달아 반다나가 크게 유행했다. 여기에 버스 손잡이 같은 귀고리까지 더하면 금상첨화. 때론 인도에서 물 건너온 터번을 쓰고 다니기도 했다.

3. 김귀애 (헤어 스타일리스트)
수능이 막 끝난 시점이었다. 떡볶이 코트에 버버리 목도리는 고등학생들이 선망해 마지않던 아이템. 이땐 한창 구제에 빠져서 리바이스 빈티지를 사다가 수선을 하고 발목이 보이게 둘둘 접어서 입었다. 머리 스타일도 가관인데, 지방에선 엄청 유행하던 스타일. 밤새 세트를 말아서 커다랗게 부풀렸는데 부피가 크면 클수록 멋진 거였다.

1. 최용빈 (포토그래퍼)
(오른쪽) 때는 바야흐로 철이와 미애가 메가톤급 인기로 대한민국을 들썩이던 어느 여름날. 용인 에버랜드로 나들이를 가던 날,
최신 유행이었던 폴로 티셔츠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청바지, 김건모가 주로 썼던 선글라스로 멋을 냈다. 특히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밑위가 길고 발목에서 커팅되는 것이 포인트였는데, 지금의 아메리칸 어패럴 같은 피트였다. 스타일링 포인트는 셔츠를 앞부분만 넣고 뒷부분은 시크하게 빼서 입는 것!

(왼쪽) 일본 후쿠오카 대학교에 사진과 교환학생으로 갔을 시기인데, 듀스, 업타운 같은 정통 힙합 그룹의 영향으로 세미 힙합이 대세이던 시절이다. 옷을 극단적으로 크게 입던 시절을 지나 적당히 폭이 넓은 바지와 브랜드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커다란 로고 티셔츠 를 매치하는 것이 세련됨의 기준이라 생각한 때다. 벙거지와 선글라스는 이 시기 패션 피플들의 정석과도 같은 존재였다.

2. 박연경 (<더블유> 패션 에디터)
낭랑 14세의 청청 패션이랄까. 그 당시 데님에 푹 빠져 있던 난 아이보리색 니트 풀오버에 오버사이즈의 데님 재킷을 걸치고 여유로운 핏의 데님 팬츠을 매치했다. 여기에 아디다스의 검은색 농구화야말로 당시의 캐주얼룩 열풍을 보여주는 화룡점정.

1. 박혜령 (메이크업 아티스트)
1994년 앳된 얼굴이 남아 있던 중학교 1학년. 가을 소풍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검정 데님 팬츠를 즐겨 입었다. 레이어링을 한다고 티셔츠, 화이트 셔츠, 데님 베스트를 겹쳐 입고 멋을 냈다. 나를 포함해 친구들 모두 같이 볼륨 뱅 헤어스타일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2. 홍혜진 (더 스튜디오 K 디자이너)
당시 난 모던하고 심플한 룩을 지향했는데 이런 내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한 건 바로 프라다의 모노톤 룩. 이 올 블랙 룩 역시 모두 프라다였다. 프라다의 니트 톱과 스커트, 그리고 프라다 로고가 박힌 메탈 버클 벨트와 높은 굽의 로퍼까지. 당시 브랜드를 통일시키고 색상을 맞추던 스타일이 유행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 심연수 (패션 홍보대행사 브랜드폴리시 대표)
(왼쪽) 해외에선 메그 라이언, 국내에선 최진실과 고소영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다.이처럼 그 당시 인기 절정의 여배우들이 선보인 청순한 셔츠 드레스의 매력에 빠졌던 때였다. 벨트는 앤 클라인, 선글라스는 아르마니로 당시 큰 인기를 얻은 브랜드들.

(오른쪽) 마리떼 프랑소아 저버의 체크 셔츠에 리바이스 데님 진으로 완성한 보이프렌드 룩. 당시 친구의 전화에 급하게 나이트클럽으로 불려나간 모습이다. 앞머리에 힘을 준 채, 룩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당시 여배우들이 즐겨 연출하던 보이프렌드 룩으로 멋을 냈다.

2. 송자인 (제인송 디자이너)
92학번 새내기가 지닌 풋풋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진. 당시 가장 즐겨 입던 김동순 울티모의 ‘왕뽕’ 밀리터리 블루종을 입은 채, 한강 유람선을 타며 데이트를 즐기던 모습이다.

1. 김제원 (포토그래퍼)
대학교 새내기 시절, 정말이지 허세의 정점에 달했던 옷차림. 당시 영화 <비트>의 정우성을 선망했는데, 외모는 불가능해도 감성만큼은 따르고 싶은 마음에 반항기 가득한 ‘어둠의 자식’ 처럼 입고 다녔다. 주로 헐렁한 핏의 코모도 정장을 아래위로 맞춰 입고 멀쩡한 가방 끈을 늘어뜨린 채 한쪽 팔로 삐딱하게 들고 다니며 폼을 잡는 식. 나름 엄청 신경 써서 차려입은 거다.

2. 박세준 (스타일리스트)
모범생의 전형인 화이트 셔츠에 검정 팬츠, 단정한 흰 양말과 소박해 보이는 면 운동화까지. 흑백의 대비가 이처럼 명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요란하게 멋을 내지 않은 평범한 중학생 시절의 모습인데 그래서 더 풋풋해 보이는 듯.

3. 송선민 (<더블유 코리아> 패션 에디터)
교복 세대인 까닭에 멋을 부릴 수 있는 기회라고는 소풍이나 수학여행뿐.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당시 대체 불가능한 음악과 패션의 메시아, 서태지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대 앞의 패션 메카, 빌리지에서 구입한 데님 소재의 멜빵 바지에 브렌따노의 박시한 티셔츠, 하이라이트는 태지 오빠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벙거지 모자!

1. 조윤희 (스타일리스트)
무조건 정장 차림으로 압구정을 누비던 그 시절. 롯데월드를 가도 꼭 정중한 수트 차림에 페라가모 벨트와 가방을 반드시 세트로 같이 들어주고 2:8 가르마와 올리비에 핀을 꽂아주는 것이 청담동 룩의 정석이었다. 김혜수가 이끈 뱀프 립과 얇고 뾰족한 눈썹, 과산화수소로 염색한 머리까지 더하면 패션이 완성됐다.

2. 이주영 (레주렉션 디자이너)
타이 다이 프린트와 보헤미안 스타일에 완전히 푹 빠져 있던 시절이다. 밀라노와 마라케시 여행 중 찍은 컷인데 마라케시에 그런 히피 스타일이 많아 다양한 프린트의 원단, 드레스, 액세서리까지 미친 듯이 쇼핑한 기억이 난다.

1. 강승현 (모델)
경주 불국사에 가족 여행을 가서 오빠와 함께 찍은 사진. 청재킷에 낙낙한 실루엣의 팬츠, 모자와 큼직한 선글라스 까지! 게다가 어른스러운 포즈를 취한 어린 시절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당시 이 어린 남매의 멋진 룩을 완성한 8할의 공은 바로 센스 넘치는 엄마의 패션 감각이란 사실.

2. 김지양 (포토그래퍼)
배낭여행의 첫 도착지였던 마드리드에서 찍은 사진이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잘 쓰지 않던 선글라스를 어색해하며 썼던 기억이 난다. 공항에서 기념으로 산 XL 사이즈의 큼직한 티셔츠를 입었고 커다란 링 귀고리가 포인트였다.

3. 김보성 (포토그래퍼)
서클 친구들과 놀러 가서 찍은 사진으로 당시 난 대학생들이 즐겨 입던 폴로 티셔츠에 바나나 리퍼블릭의 팬츠를 매치했다. 짧은 반바지는 그 시절 남자 셀레브리티들을 비롯해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던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클래식한 플레임이 돋보이는 선글라스는 올리버 피플스인 듯.

1. 최유경 (<더블유 코리아> 패션 디렉터)
더듬이 머리를 하고는 롯데월드에 놀러 간 나. 당시 즐겨 입은 아이템이 이 사진에 응축되어 있다. 지금은 생각도 못할, 전형적인 90년대 식으로 머플러를 두르고 겨자색 목폴라 티셔츠에 버버리 떡볶이 코트를 매치한 것. 또 이 당시엔 학교 이름이 영문으로 대문짝만 하게 쓰여진 티셔츠, 가방, 모자, 파일이 대유행이었는데 나 역시 Korea Univ.라고 쓰인 학교 가방을 멨다.

2. 신선혜 (포토그래퍼)
한껏 폼을 잡고 찍은 사진은 시애틀의 이모 댁에 가서 촬영한 컷이다. 샛노란 맨투맨 티셔츠에 넉넉한 품의 면 반바지, 일명 김건모 선글라스를 끼고 한껏 끼를 부렸다.

3. 김영준 (포토그래퍼)
고2 때 소풍 가서 찍은 사진인데 지금과 달리(?) 무척 상큼한 모습이다. 이땐 폴로티 아니면 상대를 안 했는데 자세히 보면 가방에 버버리 체크 셔츠를 걸치고 있다. 신발은 무조건 나이키와 팀버랜드. 돌이켜보면 리바이스 구제에 심취, 종로에 있는 구제 숍을 자주 찾은 기억이 난다.

1. 류현정 (메이크업 아티스트)
타임, 오브제, 텔레그라프를 사랑하던 시절, 매니시와 섹시 두 가지 콘셉트를 오가던 26세의 나는 아르마니풍의 수트를 탐닉했다. 넥타이도 맨 궁극의 매니시 룩을 연출하기도. 수트를 입을 땐 긴 머리를 남김없이 일명 ‘모택동 모자’에 집어넣곤 했다.

2.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는 그룹 소방차 등이 착용해 대유행을 불러일으킨 아이템이다. 박시한 티셔츠에 롤업해 연출한 데님진, 그리고 긴 펜던트 목걸이를 레이어해 매치했다. 당시 이러한 캐주얼 아이템은 남대문의 ‘빅 게이트’나 ‘페인트 타운’과 같은 패션 타운에서 구입한 것.

1. 윤홍미 (레이크 넨 디자이너)
6학년이 갓 된 겨울, 온 가족이 미국으로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그 시절엔 모두가 힙합 바지, 데님 팬츠를 입었다. 위아래 청청 패션으로 입곤 했던 큼직한 데님 재킷과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게스 티셔츠는 나 역시 엄청 애용하던 아이템.

2. 최희진 (스타일리스트)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 여행 갔을 때. 나름 모던하고 미니멀하게 연출한 룩. 팬츠는 쏘 베이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카디건을 어깨에 걸쳐 성숙미를 더했고, 잔스포츠 백팩으로 방점을 찍은 룩이다.

3. 채한석 (스타일리스트)
VJ 활동을 하며 댄스 가수를 준비하던 시절이다. 힙합 음악에 꽂혀 있었고 그 이유로 자연스레 힙합 패션을 추구했던 때로 당시 가장 핫했던 챔피언의 맨투맨 셔츠에 벙벙한 힙합 바지, 그리고 타미 힐피거의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사실 그때 타미 힐피거 슈즈는 국내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룰라도 어렵게 구하던 레어 아이템. 또한 힙합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신발을 크게 신고 다니는 게 룰이었던지라 자그마치 300사이즈의 운동화를 신기도 했다.

1. 이영학 (포토그래퍼)
초등학교 졸업식 때다. 그 시절 나는 농구에 빠져 있어 농구화 구입에 열광했다. 졸업 기념으로 나이키 농구화를 사주셔서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이 지금도 생각난다. 사진에서도 보면 새로 산 신발이 잘 보이도록 다리를 뻗고 있다. 컬러풀한 니트, 오리털 파카, 벙벙한 데님을 입었고 언제나 농구화와 함께였다.

2. 조영재 (헤어 스타일리스트)
미용실에서 고2 때부터 일을 하며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기초를 다졌다. 덕분에 학생치고는 비교적 자유롭게 헤어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일명 ‘나이아가라’ 펌을 했다. 데님 팬츠는 오직 리바이스만을 입던 시절이다.

3. 목정욱 (포토그래퍼)
중학교 2학년. 독일에 계신 삼촌을 뵈러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 그 시절엔 알록달록 선명하게 깔맞춤을 해서 입거나 노랑, 빨강 등의 원색적인 색을 즐겨 입었다. 검정, 아이보리, 붉은색으로 레이어링도 할 줄 알았다는. 팬츠는 언제나 데님. 하이톱 스타일의 운동화를 늘 신었다.

1. 김정한 (헤어 스타일리스트)
듀스의 이현도가 선보인 90년대 룩의 느낌이 물씬 나는 스타일로 출장길에 호주에서 촬영한 컷. 당시 이렇게 모자를 돌려서 쓰는 게 유행이었다. 재킷은 타임 옴므를 론칭한 디자이너 나민열이 청담동에 오픈한 ‘돔’이라는 남성복 매장에서 구입한 것이며, 워커 역시 당시 유행 아이템.

2. 서정은 (스타일리스트)
(왼쪽) 겉멋이 정점에 달했던 시절. 옷 좀 입는 언니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마인 팬츠에 그 시절을 풍미한 프라다 나일론 배낭을 멨다. 이땐 엄청나게 성숙한 스타일을 고수했는데, 줄리아나 나이트에 가는 날이면 재킷까지 입고 완벽한 나이트 룩을 연출했다.

(오른쪽) 이땐 베이식한 클럽 모나코를 비롯해 앤쓰로폴로지, 애버크롬비 등으로 L.A 스타일을 즐기곤 했다. 특히 클럽 모나코의 트레이닝 웨어 라인을 즐겨 입었는데 한결 캐주얼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짙은 메이크업을 고수했다.

1. 한혜연 (스타일리스트)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한 쇼윈도 앞에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린 프라다의 나일론 백팩을 멘 모습이다. 타임 포스트 모던이 론칭한 직후, 처음으로 구입한 타임 재킷을 입었고 피트&플레어 실루엣의 길이가 긴 팬츠(높은 힐을 덮는)를 매치했다. 그때 팔찌나 반지를 여러 개 레이어링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나 역시 큼직한 반지를 여러 개 스타일링하는 걸 즐겼다.

2. 홍장현 (포토그래퍼)
군대 가기 전, 등산을 하며 찍은 컷. 당시 인기를 얻었던 챔피언의 후드가 달린 맨투맨 티셔츠에 노티카의 면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90년대에 남녀를 막론하고 그 어느 백보다 핫한 인기를 얻은 프라다의 나일론 가방을 매치했다.

3. 이미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일하게 사복을 입을 수 있었던 소풍 때 찍은 사진이다. 오피스 걸처럼 성숙한 수트 차림을 하고 싶었다. 팬츠 밑단이 길었지만 그대로 멋이 있었다. 여기에 반드시 앞굽이 뾰족한 구두를 신었고, 매우 빈티지해 보이는 숄더백으로 아가씨처럼 보이게 입었다.

1. 박태윤 (메이크업 아티스트)
연예인 팬클럽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소방차’ 팬클럽 사무실에서 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옆의 친구들이 회장과 부회장, 난 총무를 맡았다. 이때 나의 룩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게스의 데님 진과 컬러풀한 패딩 점퍼를 매치한 스포티 캐주얼!

2. 장수임 (모델)
11살. 가족이 함께 등산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그 시절엔 엄마가 오빠랑 나를 주로 같은 아이템을 사서 입혔던 것 같다. 이렇게 커플 룩을 하다니. 색은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운동화도 같은 브랜드다.

3. 김신 (<더블유 코리아> 패션 에디터)
어렸을 때 나는 좋아하는 옷이 생기면 그 옷만 계속 입었다. 사진 속 데님 재킷이 바로 그 것. 중학생이 되어서까지 입었던 기억이 난다. 레이스 양말은 당시 나의 시그너처였다. 체육복을 입을 때도 항상 저런 레이스 항상 양말을 신곤 했으니까.

1. 송경아 (모델)
이 당시 고2였는데 토요일 딱 하루만큼은 사복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규제가 엄격해서 청바지에 흰색 상의만 입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리바이스 보이프렌드 진을 입고 폴로의 꽈배기 니트 톱을 어깨에 툭 걸치거나 나인식스 뉴욕의 부츠컷 데님에 이스트백 혹은 레스포삭을 매치했다.

2. 홍승완 (로리엣 디자이너)
(왼쪽) 집 앞 거리에서 찍은 사진인데 흰색 베네통의 맨투맨 티셔츠에 마리떼 프랑소아 저버의 치노 팬츠를 입은 모습이다. 여기에 당시 배우 이종원이 의자를 쓰러뜨리며 박력 넘치게 등장한 광고 영상으로 유명한 리복 운동화와 나일론 망치 가방을 함께 매치했다.

(오른쪽) 일본에서 패션 스쿨 재학 시절, 지금의 와이프와 함께한 사진이다. 사진 속 베스트는 지금도 갖고 있는 아이템으로 칼 헬무트라는 일본 디자이너의 작품. 그리고 당시 젊은이들에게 교복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프레드 페리 폴로 셔츠 와 알베르토의 컬러 데님 팬츠를 입었다.

1. 채수훈 (헤어 스타일리스트)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친구들과 속초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 모습이다.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에 푹 빠져 지냈는데 멤버인 이주노가 모자를 구입하고, 듀스가 자신들의 시그너처 빅 백을 산 곳이 바로 이태원이다. 마침 이태원 근처에 살던 때라 자유롭게 이태원에서 쇼핑을 하며 구입한 인조 가죽(일명 ‘레자’) 소재의 큼직한 베스트와 힙합 바지를 입고 있다.

2. 석정혜 (쿠론 디자이너)
파리의 프리랭스 슈즈 매장 앞에서 찍은 컷. 당시 신은 부츠 역시 프리랭스였는데, 그때는 프리랭스가 최고의 슈즈 브랜드로 여겨졌다. 미우미우의 오버사이즈 코트 안에 맨투맨 티셔츠와 슬림한 팬츠를 매치한 모습은 지금 봐도 그다지 촌스럽지 않다.

3. 강현진 (헤어 스타일리스트)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서태지를 너무 좋아한 서태지 추종자였다. 무조건 그와 똑같이 입으려고 했다. 서태지처럼 옷의 태그를 떼지 않고 입었고 컬러풀한 데님 베스트를 톱과 보색으로 대비시켜 입곤 했다. 기분이 좋은 날 즐겨 입던 정열의 빨강 바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던 팬츠였다.

1. 김선희 (헤어 스타일리스트)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나름 멋을 내고 대전 엑스포에 견학 갔을 때의 모습이다. 당시 유행하던 멜빵 바지에 화려한 네온 색상의 모자를 쓴 채 꿈돌이 앞에서 한 컷 찰칵! 참, 손에 든 쇼핑백엔 당시 국민 브랜드와도 같던 이랜드 로고가 적혀 있다.

2. 이에녹 (헤어 스타일리스트)
초등학교 2학년. 엄마가 화려한 패턴, 프린트를 좋아해 체크, 줄무늬 등을 원 없이 입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꽃이 예쁘게 피어 그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찍는다고 양면으로 된 재킷을 앞뒤로 뒤집어 입으며 촬영한 거다. 빨간 벨트와 무릎의 주머니 장식이 달린 팬츠가 포인트다.

3. 김하늘 (스타일리스트)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도 블랙 아니면 화이트만 입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론 힙합 룩의 영향으로 넉넉한 핏을 고집했는데 뭘 입어도 운동화는 나이키 코르테즈를 신었다. 완전히 꽂혀서 종류별로 모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1. 조하얀 (모델)
흡사 농구 선수를 떠오르게 하는 룩이다. 그러잖아도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데 오버사이즈 티셔츠, 데님을 즐겨 입었다. 농구 선수들이 주로 입는 로고 장식의 슬리브리스 톱을 레이어링하고 농구화를 신는 것이 정석이었다.

2. 고태용 (비욘드 클로짓 디자이너)
중학교 졸업식 때인데 운동부 소속의 수영선수였던 나는 예외적 으로 ‘사복’을 입을 수 있었다. 휠라 점퍼를 입고 앞코가 둥그스름한 무크 구두를 신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즐겨 입은 데님은 마리떼 프랑수아 저버와 겟유즈드.

1. 박지혁 (포토그래퍼)
동생 박기숙(포토그래퍼)과 함께 제주도로 첫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성산일출봉에서 찍은 사진이다. 베네통의 프린트 티셔츠 위에 입은 것은 바로 OB 베어스의 스테디움 점퍼. 당시 야구 클럽에 주니어 회원으로 가입하고 받은 특별한 점퍼였다. 박남정이 연상되는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와 컨버스 슈즈도 당시엔 패셔너블한 아이템이었다.

2. 홍현정 (메이크업 아티스트)
당시 20대 여자라면 대부분 이승연의 헤어&메이크업을 그대로 모방하던 시절,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온갖 옷에 웨스턴 부츠를 매치했다. 당시에 잇 브랜드였던 게스, 쏘 베이직, 소다 등을 탐닉하던 시절.

3. 손대식 (메이크업 아티스트)
목포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 그 시절 오렌지족의 상징이기도 한 쉬퐁의 팬츠를 당시로선 꽤 비싼 가격에 구입했고, ‘메이드 인 이태리’가 붙은 마르시아노(당시 논노에서 만들던) 셔츠를 매치했다. 선글라스는 디젤 리플레이로 당시 가격은 명품 수준이었다. 샌들은 무크인 듯.

1. 황의건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스물세 살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이 사진은 호주에서 촬영한 컷이다. 사진 속 여유로운 핏이 돋보이는 하이웨이스트의 줄무늬 팬츠는 당시 디자이너 하용수 선생님이 직접 선물해준 특별한 쇼피스 아이템. 여기에 보세 숍에서 쇼핑한 셔츠의 깃을 세워 연출했다.

2. 공혜련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2. 소풍 때 용지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창 멋 부릴 때지만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가 아니면 멋을 내고 뽐낼 수 있는 장소나 시간이 없던 시절이라 작정하고 화장도 하고 속눈썹도 붙였다. 어정쩡한 높이의 앞이 뾰족한 구두를 신었고 바지는 밑단이 길게 늘어져도 줄이지 않고 그냥 입었다. 그게 멋이었다.

3. 이승미 (모델)
천방지축 말괄량이였던 다섯 살 때 모습이다. 활동적이라 자꾸 넘어지는 탓에 엄마가 무조건 움직이기 편안 옷을 입혀주셨다. 치마보다는 바지를 입었고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엄청 큰 오버사이즈 톱을 좋아했다. 이날은 예쁜 핀으로 머리도 묶고 스카프에 치마를 입고 예쁘게 입은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 노랑 톱과 녹색 타이츠의 컬러 블록이 포인트!

1. 오중석 (포토그래퍼)
미군들이 입는 군복과 빈티지 티셔츠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다. 큰 군복 바지를 밑단만 거칠게 잘라 입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컨버스를 신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일본어가 쓰여진 구제 티셔츠를 예쁘다며 ‘깔별’로 사 모았고, 컨버스 역시 ‘깔별’로 맞췄다. 아마도 이때부터 티셔츠를 컬렉팅하기 시작한 것 같다.

2. 곽현주 (곽현주 컬렉션 디자이너)
당시 55 사이즈부터 시작된 국내 브랜드들과 달리 오브제는 이례적으로 44 사이즈를 선보이며 인기를 모았다. 사진 속 칼라에 자카드 패턴이 믹스된 오리엔탈풍 롱 코트도 오브제 제품 이다. 공주풍 옷이 유행하던 시절, 목에 큰 리본을 하고 긴 풀 스커트 를 입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난 당시도 슬릿이 들어간 미니스커트로 글램한 스타일을 즐겼다.

3. 이명신 (로우 클래식 디자이너)
유치원 입학할 때 모습이다. 주로 언니한테 옷을 물려입었고 어릴 때라 패션 코드나 트렌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뱅 헤어 스타일을 고수했던 것이 생각난다. 레깅스, 일명 ‘고르뎅’ 바지라 불리던 코듀로이 팬츠, 고리가 달려 있는 쫄바지, 멜빵 바지 등이 나의 주 아이템이었다

에디터
에디터 / 송선민, 박연경, 김한슬
스탭
어시스턴트 / 고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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