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살아 있게 만들어줄 문화계 소식 요점 정리.

MUSIC
처음 뵙겠습니다
웬만한 내한 공연 소식에는 담담할 줄 알았건만, 그래도 이 남자들의 첫 단독 내한 공연엔 도무지 의연할 수가 없다. 먼저 1월 19일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았다가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몽환적인 소리를 만들어내는 제임스 블레이크가 온다. 2012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서긴 했지만,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술과 춤을 부르는 얼터너티브 록 밴드 피닉스 역시 1월 23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봄 발표한 5집 음반의 수록곡 ‘Entertainment’ 뮤직 비디오엔 한국 드라마 오마주를 담기도 했는데, 다소 당혹스러웠던 뮤직 비디오에 상처받은 마음이 위로가 된다.

브루노마스의 첫 한국행은 4월 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될 예정이다. 2월 28일 호주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더 문샤인정글 투어의 공연 일정을 알리는 공식 홈페 이지에 따르면 그렇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되어버린 그를 도대체 누가 모시고 오는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April 8·Seoul South Korea·Gymnastic Gymnasium’이라는 한 줄이 금세 사라지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봄을 맞아야겠다

CLASSIC
따로, 또 같이
2014년의 달력을 촘촘히 채운 클래식 공연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다.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에게 관객들은 이미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좌석 매진으로 애정을 증명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2번과 12개의 연습곡 중 7곡을 연주한다.

예프게니 키신이 오롯이 홀로 빛난다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국내 연주자의 협연 또한 2014년의 클래식 공연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특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젊은 지휘자 다니엘 하딩과 얼마 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만남이 최대 관심사. 그리고 작은 오케스트라만으로도 얼마나 충분한지를 증명한 파보 예르비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또한 2010년과 2011년에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브람스 협주곡 2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4년 주요 클래식 공연 일정
JAN 15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지휘 빌리 뷔흘러 + 소프라노 홍혜란 협연
FEB 6-7 뉴욕 필하모닉 내한 공연 + 지휘 앨런 길버트 + 김다솔 협연
FEB 25 자비네 마이어 & 쾰른 필하모닉
FEB 25 안젤라 휴이트 피아노 리사이틀
MAR 10-11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 지휘 다니엘 하딩 + 김선욱 협연
MAR 23 리처드 용재 오닐 데뷔 10주년 리사이틀
MAR 25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
MAR 30 예프게니 키신 피아노 리사이틀
APR 21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 지휘 데이비드 진먼 + 기돈 크레머 협연
APR 30 필립 자로스키 &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MAY 20 막심 벤게로프 & 폴리쉬 체임버 오케스트라
JUN 15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 리처드 용재 오닐, 임동혁, 주미 강 협연
JUL 15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 지휘 가즈키 야마다 + 클라라 주미 강 협연
SEP 12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OCT 7-8 몬트리올 심포니 + 보리스 베레좁스키 협연
NOV 29-30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 지휘 마리스 얀손스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협연
DEC 4-5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 지휘 파보 예르비 + 백건우 협연

MOVIE
지구를 지켜라
지난 한 해 아이언맨, 커크와 스팍, 슈퍼맨, 울버린, 토르까지 애써봤지만, 지구와 세계, 더 나아가 우주를 지키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2014년에도 슈퍼 히어로들이 출동 명령을 기다리며 줄줄이 대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선발대는 2월에 출격 예정인 돌아온 <로보캅>. 1987년에 개봉한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4월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차례다. 스파이더맨의 부활을 이끈 전편을 책임진 마크웹 감독, 앤드루 가필드, 엠마 스톤이 다시 뭉쳤다. 국내에서 슈퍼 히어로 인기 순위를 매긴다면 하위권을 예약했을 것이 확실하지만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 덕분에 체면을 살린 <캡틴 아메리카 : 더 윈터 솔저>, 온 동네 덕후들이 모여드는 <트랜스포머4>, SF 영화계의 조상님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역시 앞다퉈 개봉을 노리고 있다. 특히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 1, 2편을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다시 돌아와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DANCE
여자, 여자, 여자
국립발레단장으로 내정되었다고해서 무대를 포기할 거라고 예상했다면, 발레리나 강수진을 잘못 봤다. 올해 7월 4일부터 6일까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발레단과 함께 <나비부인>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세계 초연한 <나비부인>의 첫 내한 공연이기도 하다. 얼마 전 2016년 6월 은퇴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더욱 아껴가며 목격하고 싶은 순간이 될 것이다.

2009년 6월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로, 공연으로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안무가 피나 바우쉬. LG아트센터가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피나 바우쉬의 영혼을 다시 한번 깨우려 한다. 2013년 창단 40주년을 맞은 피나 바우쉬의 무용단,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 테아터의 <Full Moon>이 바로 그 암호다.

DESIGN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오는 3월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08년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된 후, 약 6년 만이다. 이라크 출신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았고, 아트홀, 뮤지엄, 비즈센터, 공원, 편의 시설까지 5개 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24시간 잠들지 않는 동대문 지역의 특성을 살려, 24시간 내내 시민에게 열어놓을 공간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그동안 해외 건축가가 설계한 이 공간이 과연 지역의 역사성과 어우러지는지, 주변 상권의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논란에 시달려온 것도 사실. 대규모 공공 건축물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이 애정과 우려 사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봄이 오면 확인할 수 있다.

EXHIBITION
보고 싶다
2013년의 빅전시 홍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2014년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건 세계적인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 덕분이다. 자연의 물과 바람과 땅을 존중했던 건축가가 남긴 유산을 곱씹어볼 수 있는 자리가 1월 28일부터 7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마련된다. 지난해 대구를 물들인 쿠사마 야요이의 동그라미들이 올해는 서울로 올라온다. 최근작을 중심으로 설치, 조각, 회화 등 총 100점이 넘는 작품으로 구성된 순회전 <A Dream I Dreamed>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머물 예정이기 때문이다. 5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 쿠사마 야요이가 살던 그 공간을 뭉크가 곧바로 이어받아, 7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는 <뭉크전>으로 이어진다.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화 50점 이상이 포함되어 있는 전시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2014년이 시작되기도 전에 얼른 끝나버리길 바라게 되는 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11월로 기대되는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때문일 거다. 폴 매카트니의 아내였고 일상을 따뜻하게 포착하는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가 기록한 순간들을, 모두의 바람처럼 대림미술관에서 조우할 수 있기를 바란다.

BOOK
소설이여, 다시 한번
하루키와 정유정이 지펴놓은 소설을 향한 관심은 2014년에도 유효할까? 문학동네는 은희경의 신작 소설집 <아주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박민규의 새 장편 <매스게임 제너레이션>
펴낸다.

특히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새롭게 발간하며, 김승옥의 대표 중단편선 <생명연습>부터 박민규의 <카스테라>까지 이어지는 총 20권이 그 시작이 될 예정이다. 창작과비평에서는 연재 중인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성석제 <투명 인간>이 장편 소설로 묶여 나오는 데 이어 천명관, 하성란의 새로운 장편 소설도 출간될 계획.
문학과지성사 역시 연재 중인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gt;과 더불어 은희경, 김경욱의 새로운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