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상상력과 감각이 폭발하는 작지만 큰 세계, 쇼윈도는 우리의 발길을 붙잡고 보는 이의 환상과 욕망을 자극한다. 이제 구매를 유도하는 수단을 넘어 하나의 상업 예술 장르로 발돋움한 쇼윈도 속 조물주가 바로 윈도 드레서다. 뉴욕을 대표하는 3대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바니스 뉴욕, 그리고 삭스 핍스 애비뉴의 윈도 드레서들이 이야기하는 유리창 너머의 세상.

1,2,3. 삭스 핍스 애비뉴 본점 옥상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설인, 예티를 주인공으로 삼은 2013년 홀리데이 윈도 디스플레이.

1,2,3. 삭스 핍스 애비뉴 본점 옥상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설인, 예티를 주인공으로 삼은 2013년 홀리데이 윈도 디스플레이.

어린 시절, 우리 가족에게는 매년 크리스마스 전에 행하는 특별한 행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부모님께서 우리 남매를 맨해튼 중심에 자리한 거대한 장난감 매장인 ‘FAO슈워츠’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시는 것이었다. 이 연중 행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차를 주차하는 빌딩에서부터 FAO슈워츠 매장까지, 길을 걸어오는 동안 지나치게 되는 어느 백화점의 쇼윈도 때문이었다. 그땐 그저 뉴욕의 멋진 볼거리 중 하나쯤으로 생각했지만, 좀 더 나이가 든 후에 생각해보니 당시 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의 화려한 쇼윈도를 보아온 것이다. 어떤 동화책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도 본 적 없던, 기상천외한 쇼윈도 안의 작은 세상. 그 공간 안의 세계에는 마법 같은 힘이 존재했다. 어린 시절에 매혹된 그 쇼윈도의 마법은 어른이 되고 한참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린 시절에는 쇼윈도 안의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경외감이라는 마법이었다면, 지금은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구매 행위를 촉발하는 마법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쇼윈도 안을 장식하는 사람이야말로 마법사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실로 텅 빈 공간을 어느 특정한 테마에 맞춰 하나의 작고도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상(地上)에 존재하는 마법사. 이 쇼윈도 안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사람을 일컬어 뭐라고 부를까? ‘VMD’, 즉 ‘비주얼 머천다이저’가 먼저 떠오를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한국을 비롯해 쇼윈도만 구성 및 장식하는 전문직이 자리 잡지 않은 나라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비주얼 머천다이저의 범주에 든다 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패션업계에서는 쇼윈도의 구성 및 장식만을 전문으로 맡아서 담당하는 직업이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윈도 드레서(Window Dresser)’가 그 이름이다.

‘윈도 드레서’는 말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쇼윈도에 의상을 입히는 일을 하는 이’라는 말인데, 처음 이 단어가 업계에서 쓰여졌을 때는 하는 일의 내용을 멋스럽게 표현한 언어 유희쯤으로 생각한 사람도 없지 않았다고 하나, 현재는 쇼윈도의 장식과 관련된 직업을 아울러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이라고 칭한다. 인테리어 및 공간 미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교에서는 ‘윈도 드레싱’이 학과 과정 중의 하나로 존재하는 등 또 하나의 세부 장르로 분류되며, 전문 업종으로 점차 그 입지를 높여가고 있다. 그렇다고 윈도 드레서가 인테리어 및 미술 전공자에게만 해당하는 직업은 아니다. 현재 ‘킹 오브 버그도프’라고 불리는 윈도 드레서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데이비드 호이(David Hoey)’는 음악학도였지만, 댈러스에 위치한 니먼 마커스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윈도 드레싱이라는 직업과 만나게 되었다. 당시 한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윈도 드레서 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지금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부사장인 ‘린다 파고(Linda Fargo)’다.

린다 파고 역시 메이시스 백화점의 윈도 드레서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한 인물이다.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으로 영입된 1995년, 그녀는 이전에 함께 일을 해본 적이 있던 데이비드 호이를 뉴욕으로 불러들였고, 린다가 그와 함께 가장 먼저 염두에 둔 작업이 바로 버그도프 굿맨의 23개 쇼윈도를 새롭게 꾸미는 작업이었다. 그들의 작업은 이전까지의 쇼윈도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젊은 날의 저는 아티스트였죠. 멀티미디어에 능통했고, 의상에도 조예가 깊었고요. 처음 뉴욕에 왔을 때는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관심사가 특정 에너지로 집결했고, 여러 시도들이 모여서 버그도프 굿맨만의 쇼윈도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이는 ‘데이비드 호이’라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훌륭한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요…”라며 그녀는 회상에 잠겼다.

버그도프 굿맨과 더불어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 역시 쇼윈도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백화점이다. 버그도프 굿맨의 쇼윈도가 최상의 명품을 제공하는 백화점이라는 매장의 특성상 글래머러스하며 또한 격조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바니스 뉴욕의 그것은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되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발상을 기본으로 하는 혁신적인 데커레이션이 그 주류를 이룬다. 바니스 뉴욕의 눈이 튀어 나올(Eye-Popping) 정도로 유니크한 쇼윈도를 창조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주인공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앰배서더’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사이먼 두넌’(Simon Doonan)이다. 영국 출신의 그가 L.A 멀티숍 맥스필즈를 거쳐 바니스 뉴욕과 인연을 맺은 해가 1986년이며, 그 이후 지금까지 바니스 뉴욕의 쇼윈도 역사와 함께해온 살아 있는 증인이 그다.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앰배서더라는 매장 전체의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을 총괄하는 상징적인 직책을 맡고 있지만, 언제나 자신은 윈도 드레서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천생 윈도 드레서다. 2001년에는 그간 바니스 뉴욕의 쇼윈도를 통해 선보여온 화제의 작품을 담은 <어느 윈도 드레서의 고백(Confessions of a Window Dresser)>을 발간, 패션 부문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어 윈도 드레서라는 직업을 보다 널리 알린 바 있다. 무엇보다 그만의 위트가 넘치는 윈도 드레싱은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며, 전 세계 매장 공간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가 하면 미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백화점 체인인 ‘삭스 핍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의 윈도 드레싱 총 책임자인 ‘줄리오 고메즈(Julio Gomez)’는 자신의 부서에 소속된 많은 직원 역시 여러 분야에서 모여들었다고 설명한다. “삭스 핍스 애비뉴는 2~3주에 한 번씩은 쇼윈도의 디스플레이를 바꿉니다. 1년에 20번 정 순환이 되는 셈인데, 그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와 윈도 드레싱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삭스 핍스 애비뉴의 윈도 드레싱 팀에 소속된 직원들을 살펴보면 출신 학과가 천차만별입니다. 그런데 그들 모두의 귀결점이 윈도 드레싱이라는 세계였다는 것이죠. 물론 손재주와 눈썰미 정도는 필요하겠지만요.”

한편 우리나라 백화점 쇼윈도를 보면 해외 명품 브랜드의 본사에서 시즌별로 세팅해놓은 매뉴얼을 바탕으로 약간 변형시킨 정도의 윈도 드레싱이 대부분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백화점들과 달리, 아직 한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에는 윈도 드레싱 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윈도 드레서라는 전문 직종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한국에도 백화점이 아닌 특색 있는 브랜드들을 매장의 테마에 맞추어 모아서 판매하는 셀렉트 숍이나 멀티브랜드 숍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매장들은 독자적인 디스플레이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쇼윈도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서나 인재가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이다.

사이먼 두넌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을 존경한다. 자신을 ‘광대’라고 스스로 빈정거릴 줄 아는 진짜 이 시대의 감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내 자신을 스스로 ‘윈도 드레서’라고 부른다. 바니스 뉴욕의 디렉터라 불리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나답기에…”라고. 윈도 드레싱은 순수예술 파트라고 말하기 힘들다. 윈도 드레싱 역시 현대의 물질주의가 만들어낸 상업주의 표본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 가 살고 있는 이 물욕(物慾)이 넘쳐나는 세상을 대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진화된 예술의 장르가 바로 윈도 드레싱이 아닐까?

4,5. 동화적인 무드를 한껏 강조한 블록버스터 급 윈도 디스플레이

4,5. 동화적인 무드를 한껏 강조한 블록버스터 급 윈도 디스플레이

삭스 핍스 애비뉴 (Saks Fifth Avenue)
윈도 디스플레이 팀

<W Korea> 2012년까지 삭스 핍스 애비뉴의 윈도를 책임지던 ‘줄리오 고메즈’가 그만두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줄리오 고메즈는 훌륭한 윈도 드레서였다. 그가 그만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그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몇몇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줄리오 고메즈의 작업이 미니멀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디스플레이였다면 2013년부턴 화려하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 새로운 레벨의 삭스 핍스 애비뉴의 윈도를 보여주기 위해 신경 썼다. 또 캐딜락과 마스터카드와 협업해 더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품이 아닌 캐딜락이나 결제 수단인 마스터카드 등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 보여줄 것이 있다면?
이런 협업으로 윈도 디스플레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시도에 쓰일 비용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기존의 윈도뿐만이 아니라 5번가에 대면한 백화점 벽면 전체를 활용, 3D라이팅 쇼를 실현하여 특정 시간에 한 편의 3D 영상물을 보는 듯한 상황을 연출해 보행자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3D 라이팅으로 실제 눈이 내리는 듯한 효과를 낸 시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2013년 홀리데이 시즌의 테마는 무엇인가?
뉴욕의 도시 전설 중 하나인, 삭스 핍스 애비뉴 본점 옥상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설인, 예티(Yeti)를 캐릭터화해, 앞서 언급한 3D 라이팅으로 재현한 눈송이를 옥상의 예티가 만들어 뿌린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윈도들을 채웠다. 시베리아에 존재한다는 전설 속의 눈 제조사인 예티가, 뉴욕에서 눈송이 예술가로 재탄생한다는 것이 기본 플롯이다.

올해 홀리데이 협업 윈도도 그렇지만, 가을에는 ABC 방송의 드라마 <스캔들(Scandal)>과 협업해 드라마 장면에 맞춰 패션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며 쇼윈도를 채우기도 하는 등 다른 경쟁 백화점의 쇼윈도 디스플레이 전략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는 듯하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의 윈도 드레싱을 창조해갈 생각이다. 지난해의 여러 협업도 삭스의 새로운 도전 중 하나지만, 예티가 뿌리는 많은 눈송이들에 고객의 이름을 새겨주는 서비스를 사전에 인터넷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모집하는 등 윈도 드레싱도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단계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1. 산타 클로스의 썰매를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오브제. 여기에 올라타면 뉴욕 시내를 떠도는 듯한 가상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2. 빙석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디스플레이는 수많은 거울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크리스티의 프로젝션으로 빛을 쏘아서 시시각각 변하는 쇼윈도를 연출했다. 3. 음식을 테마로 한 2010년의 윈도 디스플레이.4. SNL 35주년을 기념한 2009년의 협업 윈도 디스플레이.

1. 산타 클로스의 썰매를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오브제. 여기에 올라타면 뉴욕 시내를 떠도는 듯한 가상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
2. 빙석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디스플레이는 수많은 거울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크리스티의 프로젝션으로 빛을 쏘아서 시시각각 변하는 쇼윈도를 연출했다. 3. 음식을 테마로 한 2010년의 윈도 디스플레이.
4. SNL 35주년을 기념한 2009년의 협업 윈도 디스플레이.

사이먼 두넌(Simon Doonan)
바니스 뉴욕 크리에이티브 앰배서더/칼럼니스트/작가

<W Korea> 당신은 바니스 뉴욕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특히 바니스 뉴욕의 윈도 드레싱이나 디스플레이에 드러나는 당신의 색깔은 강력하다.
사이먼 두넌 1986년에 입사했으니 벌써 30년 가까이 이곳에서 일한 셈이다. 윈도 드레서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바니스 뉴욕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바니스 뉴욕의 윈도뿐 아니라 전반에 대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끔 윈도 드레서로 돌아가고 싶기도 한지.
말한 대로 지금은 다양한 영역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깊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넓게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에 가깝다. 물론 윈도 드레서로 전력 투구했을 때가 가끔 그립다. 하지만 지금도 윈도 드레싱 전반의 업무에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에 큰
부족함을 느끼지는 못하는 편이다.

당신의 책 <윈도 드레서의 고백>을 보고 참 많은 영감을 받았다. 윈도 드레서를 꿈꾸는 사람을 위해 조언한다면?
내 책을 읽었다고 하니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첫 번째, 아티스트들과 협업해라. 생각지도 못한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테니. 두 번째, 사람들을 귀찮게 해라. 즉 그들의 시선을 귀찮게 해서 관심을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다른 이의 쇼윈도를 카피하라. 카피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단, 절대 카피로 끝나면 안 된다. 그 카피를 통해 배운 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창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네 번째, 만약 자신이 펑크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자신 속에 있는 펑크 감성을 키워라. 다섯 번째, 윈도 안에 잘 상하는 음식을 사용해라. 언젠가 쇼윈도에 잘 상하는 음식을 둬서 프라다 가방 옆에 쥐가 썩은 음식을 먹고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결국 내 말의 요지는 상식에 너무 얽매이지 마라는 것이다. 여섯 번째, 하위와 상위 문화를 믹스해라.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샤프할 때가 있고,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썩은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적절한 믹스는 최상의 변종을 만들어낸다. 일곱 번째. 위험을 즐겨라. 큰 성공을 위해서는 소심한 결정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을 때가 인생에서 최상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1. 2008년 쇼윈도에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동물들을 등장시켰다. 2. 애니메이션 의 주인공이 등장한 2009년의 윈도 디스플레이. 3. 1902년작 에서 영감을 받은 2010년의 윈도 디스플레이. 4. 밸런타인 데이를 콘셉트로 핑크빛 세상을 연출한 홀리데이 윈도. 5. 크리스털 눈이 내린 듯한 추수감사절 콘셉트의 윈도 디스플레이. 6. 귀여운 동물 인형과 크리스털 아이템의 조화가 이색적인 성촉절 콘셉트의 홀리데이 디스플레이. 7. 만우절을 콘셉트로 삼은 홀리데이 윈도 디스플레이는 마치 설국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1. 2008년 쇼윈도에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동물들을 등장시켰다. 2. 애니메이션 의 주인공이 등장한 2009년의 윈도 디스플레이. 3. 1902년작 <달세계로의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2010년의 윈도 디스플레이. 4. 밸런타인 데이를 콘셉트로 핑크빛 세상을 연출한 홀리데이 윈도. 5. 크리스털 눈이 내린 듯한 추수감사절 콘셉트의 윈도 디스플레이. 6. 귀여운 동물 인형과 크리스털 아이템의 조화가 이색적인 성촉절 콘셉트의 홀리데이 디스플레이. 7. 만우절을 콘셉트로 삼은 홀리데이 윈도 디스플레이는 마치 설국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데이비드 호이(David Hoey)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윈도 드레서

<W Korea> 크리스마스 시즌에 쇼윈도 안의 세상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호이 쇼윈도라는 것이 정지된 화면같이 모든 장식물이 고정되어 있지만 나는 그 안에서 역동감을 느낄 수 있게끔 어떤 스토리를 불어넣으려고 고심하는 편이다. 실제로 기계를 설치해 움직임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느껴질 수 있게끔 하는 스토리적인 부분을 염두에 둔다.

크리스마스마다 특정 테마가 있다. 2013년 시즌의 테마는 무엇인가.
“Holidays on Ice”, 즉 얼음 위의 홀리데이였다. 1년 12달의 주요 명절 및 기념일을 주제로 삼아서, 각 일자별에 맞는 쇼윈도를 창조했다. 1년 내내 이 작업만 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뿐만이 아니라 1년 중의 다양한 기념일을 테마로 했다는 것이 참 흥미로운데, 어떤 명절과 기념일이 테마가 되었나?
이 아이디어는 작년에 갑자기 내 머리를 스쳤다. 왜 매번 홀리데이 쇼윈도가 크리스마스에 국한되어야 하는지에 의문이 들었고, 그 의문은 1년 동안 이어지는, 홀리데이를 모두 다루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을 널리 알리는 시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보니, 그 모든 홀리데이의 테마를 얼음 위에서 전개해보자고 결정했다. 먼저 5번가의 큰 윈도들에는 식목일(Arbor Day)을 비롯해, 독립기념일(The Fourth of July), 만우절(April Fool’s Day), 밸런타인데이(Valentine’s Day), 핼러윈(Halloween)을 그리고 작은 윈도들에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참회의 화요일(Mardi Gras), 새해 전야(New Year’s Eve), 성촉절(Groundhog Day) 등을 테마로 작업했다.

특별히 맘에 드는 날의 쇼윈도가 있다면?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더 맘에 드는 날의 쇼윈도가 있다. 밸런타인데이 쇼윈도가 가장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 ‘만우절’의 쇼윈도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모든 디스플레이와 데커레이션이 거꾸로 매달려 있어 흥미로웠다.
‘만우절‘의 쇼윈도는 버그도프 굿맨 쇼윈도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아이디어다. 모든 것이 거꾸로 된 전시였다. 그 윈도에 전시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블루 드레스를 거꾸로이지만 멋스럽게 고정시키느라 하루 종일 고생한 생각이 난다. 그리고 또 반나절은 고정시킨 드레스를 미세하게 조정하느라 핀과 접착제, 글루건에 빠져 보냈다.

지난 11월 19일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윈도가 공개되었는데, 설마 벌써 2014년 크리스마스 시즌 윈도 일을 시작한 건가?
어떻게 알았나? 그렇다. 우리의 실제 생활에는 홀리데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당신의 직업, 윈도 드레서에 대해서 말해달라. 당신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다.
쇼윈도는 배우에게 무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특정 시즌에 공개하는 쇼윈도는, 이를테면 새로 공개되는 영화의 시사회 같은 역할에 가깝다. 그렇지만 윈도 드레서라는 직업은 그 무대의 주인공은 아니다. 의상 담당자나 극작가 혹은 소품 담당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역할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나 작품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일, 그래서 그저 보행자였던 사람을 쇼윈도라는 무대의 청중으로 변모시켜, 그 흐름을 백화점 안으로 이끌어 진짜 주인공인 상품을 최종적으로 구매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그때
가 윈도 드레서로서 가장 환희를 느끼는 순간이다. 우리야말로 환상을 파는 상업 예술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