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손수건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기쿠치 린코에게 잘 맞는 옷이 아니다. 일본 영화계의 안전한 인형 대신 할리우드의 마녀가 되는 쪽을 택한 그녀는 새 영화 <47 로닌>에서 키애누 리브스를 섬뜩하게 위협한다.

드레스와 부츠는 발맹, 장갑은 알렉산더 매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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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배우인 기쿠치 린코는 매력적인 불협화음 그 자체다. 일상적인 룩은 패셔너블하면서도 색다른데, 이를테면 검정 타이츠 위에 프린트 롬퍼를 입고 버클이 달린 부츠를 신은 뒤 큼직한 선글라스를 쓰는 식이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가 2년 정도밖에 되질 않아서 아직 말하는 태도는 조심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솔직하다. 그리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만큼의 큰 웃음이 종종 곁들여진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에서 착용한 파일럿용 수트에 대해 묻자, 매우 간단하게 무척 무거운 의상이었다고 답했다. “그런 걸 걸치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판타지 사무라이 액션인 신작 <47 로닌>에서는 미즈키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정말 나쁜 년이죠.” 즐거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다.

올해 서른두 살이 된 기쿠치 린코는 가나가와 현 태생이며 어렸을 때부터 사무라이 장르와 서부극의 팬이었다. 그전까지 일본 TV 드라마나 인디 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한 이 배우에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006년 작 <바벨>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벙어리에 귀머거리인 문제아를 연기한 그녀는 오스카 후보로 지목됐고, 2007년 샤넬 캠페인에도 등장했다.

현재 기쿠치 린코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아늑한 아파트로 이사를 온 상태다. 미국의 동물 검역 및 격리 과정이 염려돼 부모님 곁에 남겨두고 온 고양이들이 그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국제적인 영화계를 경험할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다. “많은 일본 감독은 여배우들에게 더 사랑스럽고 귀여워지길 요구하거든요.” 그녀가 키득거린다. “그런데 전 많이 거친 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