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패션으로 겨울을 나기 위한 아홉 가지 방법.

짧은 퍼 코트의 위력
퍼 코트 마니아들에게 기나긴 겨울은 동굴 속에 웅크리고 있어야 할 시간이 아닌, 퍼라는 믿음직한 지원군을 두고 마음껏 스타일링할 수 있는 기회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짧은 퍼 재킷의 매력은 룩을 완전히 가리지 않아서 긴 퍼 코트보다 더 재미있는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데님같이 평범한 룩에는 컬러풀한 퍼 코트를 매치하면 인상적인 포인트를 줄 수 있고, 강렬한 그래픽 프린트나 복잡한 패턴이 담긴 룩에는 검은색이나 회색 같은 무채색의 짧은 퍼 코트를 매치하면 룩 본연의 느낌이 살아나 부담스럽지 않게 활용할 수 있다. 단 후자의 경우, 퍼의 종류는 폭스나 라쿤같이 거친 소재보다는 털이 짧게 가공되어 차분해 보이는 토끼나 밍크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퍼 특유의 부한 느낌이 부담스러워 망설인다면 모직 소재의 롱 팬츠 같은 아이템을 매치해 비율의 착시 효과를 노려보는 건 어떨까? 길어진 다리 길이 덕분에 부피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며, 팬츠가 주는 도시적인 무드로 더욱 시크할 테니까.

판타스틱 퍼 모자
두통을 동반한 머리 윗부분의 추위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아이템은 바로 퍼 모자다. 겨울 필수 아이템인 퍼 모자는 요즘 형태가 더욱 과감해지는 추세다. 러시안 무드의 샤프카부터 마크 제이콥스가 제안한 플로피, 귀까지 덥는 귀여운 트래퍼 모자까지. 이런 종류의 퍼 모자는 독특한 모양에 민망해하지 않고 용감하게 써야 제맛이다. 뻔뻔함이 허용되는 ‘추워서’라는 이유가 있으니 주눅 들지 말 것.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퍼 모자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룩에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는 점이다. 퍼 모자만의 독특한 형태감은 평범한 룩에도 특별한 스토리를 부여한다.

젠틀 우먼의 선택, 페도라
클래식한 페도라는 겨울 멋쟁이에게 필수 아이템이지만 동양인에게는 사실 자주 손이 가는 아이템은 아니다. 페도라를 쓰면 왠지 유러피언 코스프레를 한 것 같고, 과도하게 멋을 부린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 하지만 스트리트에서 페도라를 대한 방식을 보면 굉장히 일상적이고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넉넉한 코트와 페도라를 매치했는데, 색감은 자극적이지 않고, 차분하며 부드럽다. 이런 자연스러움 안에서 클래식한 무드가 더 살아나는 것. 몸에 꽉 맞는 실루엣보다 넉넉하게 흐르는 코트의 적절한 선택과 부드러운 색감의 조화가 관건. 자연스러움만 기억한다면 페도라는 그리 어려운 아이템이 아니다.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퍼 코트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퍼 코트를 입는 건 보온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풍성한 볼륨감이 주는 퍼 코트 자체의 디자인을 즐기기 위한 경우가 많다. 롱 퍼 코트는 옷을 거의 다 가려 레이어드를 많이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퍼 자체의 매력을 살리거나, 무릎 아래의 스타일링에서 승부를 보는 게 관건이다. 특히나 이번 시즌 트렌드인 코쿤 디테일 퍼 코트는 슈즈의 매칭이 중요하다. 푸근한 소재로 주목받았던 막스마라 코트를 입은 카린 로이펠드가 바람직한 예로, 그녀는 캐멀색 테디베어 코트에 누드 톤 스틸레토 힐을 매치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신발에 색을 주지 않음으로써 코트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것. 이와 반대로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즐기는 지오바나 바탈리아는 퍼 코트를 드레스로 활용했는데 그녀의 스타일링 포인트는 퍼 코트의 색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니트 타이츠의 매치. 그리고 퍼 코트와 정반대의 계절감인 스트랩 슈즈를 활용했다는 것. 만약 그녀가 둔탁한 부츠를 신었다면 덜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거칠고 아름다운 비니
라프 시몬스가 질 샌더에서 튈 장식을 붙인 비니를 내놓은 이후 스트리트 패션의 클래식 아이템으로 떠오른 비니. 초고속으로 하이패션에 입성해 급속 승진한 이 역사적인 아이템은 사실 스트리트 패션계에서는 스포츠 양말같이 평범한 존재였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영 보이들이 떡 진 머리를 가리려 푹 눌러쓰던 것이었으니까. 그것을 우아하고 고상한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가져온 그 창의력이란! 이렇듯 거침없는 시도와 실험정신은 디자이너의 몫이자 책임이고, 그것을 가지고 두 번째 상상을 하는 건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몫 인것. 거리에서는 라프 시몬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비니를 표현하고 있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가지 색으로 스타일링하거나, 클래식한 룩에 비니를 믹스 매치 등이 그것이다. 아마 그들의 모습은 또다시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테고, 서로가 영감을 주고받는 이런 모습이야말로 패션이 진정 흥미로운 이유 아닐까?

갑옷 대용 무톤 재킷
이번 시즌 아크네, 막스마라, 로에베 등 하이패션 브랜드에 등장한 무톤 재킷은 캐주얼한 동시에 고급스럽다는 게 매력이다. 하지만 무톤은 단단한 소재 때문에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게 치명적 약점. 그 탓에 호불호도 많이 갈린다.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무톤 재킷에 넉넉하고 펑퍼짐한 팬츠를 매치한 아크네의 제안은 무척 신선했지만 현실에서는 활용하기 쉽지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면 크기가 넉넉한 무톤 재킷을 돋보이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특유의 소재가 몸을 크게 불려놨으니, 타이트한 팬츠나 타이츠를 매치해 몸매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게 바람직하다. 유행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 다른 대안도 있다. 무톤 재킷은 라이더 재킷, 피코트, 블루종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변형되어 나오니, 자신이 평소 가장 잘 입고 다닌 아우터를 고려해 선택하면 될 듯. 라이더 재킷을 봄, 가을 내내 입었다면 겨울은 라이더 스타일의 무톤 재킷을 그 자리를 채워주는 식으로 말이다.

위트는 기본, 퍼 머플러
퍼 머플러는 룩에 생기를 부여한다. 이번 시즌 마크 제이콥스의 비버, 여우털로 만든 위트 있는 퍼 머플러의 영향 때문인지 유독 너구리 한 마리씩 몰고가는 패션 피플이 눈에 띈다. 룩과 전혀 상관없는 동물 인형 모양의 퍼를 걸치거나, 비비드한 컬러 퍼 머플러를 길게 늘어뜨리고, 어깨에 휙 두르는 등 그들에게선 패션을 가볍고 재미있게 대하는 쿨한 태도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유치하거나, 우스꽝스럽지 않은 이유는 바로 머플러를 제외한 룩이 미니멀했기 때문. 또 그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색을 사용해 레고 블록을 쌓듯 자신만의 컬러 블록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해피 바이러스가 전해진다.

겨울의 ‘갑’ 머플러
두꺼운 옷에 가려 멋을 낼 소재가 한정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그리고 멋 부리기에 최악의 조건인 이 계절을 독점하는 액세서리는 바로 니트 머플러다. 패턴, 소재, 두께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선택하거나 메는 방식을 조금한 바꿔도 룩의 느낌을 크게 바꾸는 겨울 스타일링의 ‘갑’인 셈. 머플러를 메는 수많은 방법 중 요즘 거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방식은 목을 옷걸이 삼아 그저 걸치는 것이다. 숄처럼 크게 펴서 걸쳐도 좋고, 반으로 접어 걸쳐도 좋다. 모두 의도한 듯 아닌 듯 모호한 느낌을 줄 수만 있으면 되는 것. 이보다 조금 더 머플러를 가지고 신경 쓴 것 같은 스타일링은 한 번만 매듭을 짓는 건데, 이 안에는 ‘미완성이 곧 완성’이라는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시즌 드리스 반 노튼의 니트 머플러 스타일링이 딱 그렇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쌀쌀해지면 사실 머플러로 멋 부릴 생각조차 들지 않을 테지만, 추위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방법은 머플러로 내 방식대로의 꼬임을 만드는 것이다. 특별한 방식 없이 제멋대로 꼬고 둘러서 머플러의 끝을 남김없이 다 감추는 것이 포인트다.

다문화 신발
겨울에 여름 샌들을 신고, 여름에 롱부츠를 신는 패션계의 청개구리 같은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거리에서도 슈즈의 계절감은 점점 무뎌지고 있다. 예를 들면 겨울에 여름 샌들과 양말을 매치해 활용한다거나, 여름에 히피풍의 드레스를 입고 부츠를 매치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 시즌 거리에는 그 어느 때보다 다종다양한 슈즈가 등장했다. 코트를 드레스 삼아 매치한 사이하이 부츠부터, 보온성은 별로지만 시각적 따뜻함을 전해주는 퍼 슈즈까지. 마치 세계 각국의 인종이 뒤섞여 벌이는 독특한 페스티벌처럼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다. 그들이 신은 슈즈가 모두 멋져보인 이유는, 상대적으로 심플한 슈즈는 화려한 레깅스나 프린트 팬츠를, 화려한 신발에는 슈즈를 돋보이게 만들어 줄 검은색 레깅스와 타이츠를 매치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