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스무 살이고, 여배우이며 매력적이기까지 하다면, 쉽게 섹스 심벌의 역할이 주어질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전 제 자신이 섹시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미디어가 나를 가공하면 나는 그것을 이용하고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죠.”

스칼렛 요한슨은 늦었다. 우리는 뉴욕 미트패킹 지역의 어느 사진 스튜디오에서 12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는 제시각에 도착하지 않았다.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헤어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스태프들이 요한슨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트장에는 화려한 조명이 이미 세팅되어 있고, 그가 오늘 입을 의상은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 있었으며, 탁자 위에는 하이힐이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복도를 통해 들려올 때까지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잠시 후, 요한슨이 스튜디오에 발을 디뎠고, 그러자 스튜디오에는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요한슨을 반기는 건 그녀를 환영하기 위해 준비한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친필이 담긴 카드,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꽃다발이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요한슨과 함께 광고 촬영을 한 감독의 선물인데, 그녀가 오늘 사진 촬영에 늦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요한슨의 머릿결, 찢어진 청바지, 안경 쓴 모습은 평범한 소녀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모자를 벗고, 안경을 벗고, 그리고 두꺼운 외투를 벗는 것만으로도 이 할리우드 비너스는 우디 앨런이 연달은 세 편의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어 할 만한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2003년, 스칼렛이 필요 이상의 관능적인 역할로 등장한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출연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 이후 이 젊은 여배우는 치명적인 팜므파탈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매치포인트>에서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어벤져스>에서는 헤로인다운 강철 매력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는 수수하고 청초한 매력을 발산했다.

요한슨은 돌체&가바나 화장품 전속 모델로 발탁되어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돌체&가바나의 로즈 라인 향수 ‘The One’의 대표 모델로서 ‘장미, 그리고 욕망’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한 아름다움의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 촬영에 앞서 여배우 스칼렛이 말했다. “저는 스테파노와 도메니코의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방식을 항상 존경하고 존중해요. 그들의 취향은 어떤 현대 여성상에 대한 찬양을 반영하고 있는데 저와 관련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독립적이고, 마치 수수께끼와 같이 알 수 없으면서도 매혹적인 점이 말이죠.” 하지만,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으로는 세상의 눈을 끌지 못한다. 섹스어필로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요한슨은 다양한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한 계단씩 성장하고 인정을 얻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골든 글로브, 아서 밀러 원작의 연극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으로는 토니 상 여우주연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스무 살이고, 여배우이며 매력적이기까지 하다면, 쉽게 섹스 심벌로서의 역할이 주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전 제 자신이 섹시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요한슨은 커리어를 일찍 시작했다는 점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아역 시절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이미 수많은 장편 영화는 물론, <호스 위스퍼러> 또는 <고스트 월드>와 같은 독립영화 계통의 컬트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었으며, 때로는 로버트 레드퍼드와 같은 거장과 함께 연기하는 기회도 얻었다. 변성기 이전의 동료들이 한 목소리의 코러스로 노래한다면, 프랭크 시나트라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은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단연 돋보여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가끔 오디션에 가 보면 화사한 외모를 가진 금발의 소녀가 트럭 운전사처럼 허스키한 반전 목소리를 지닌 걸 선호하기도 하더라구요.” 뉴욕에서 성장한 이 여배우는 전형적인 뉴요커의 모습인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 조금은 무미건조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는 다른 아역 출신 배우와는 다르게,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하는 등 인생의 소소한 기쁨에도 행복을 느낀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으로 키워낸 것 외에도, 뉴욕은 그에게 항상 활기참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미덕을 심어주는 좋은 배경이 되었다.

영화 세트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스칼렛 요한슨은, 선거 활동을 하거나 정치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여배우는 상원의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오바마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초여름에 터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국 기밀 감시 프로그램 폭로 및 정부의 민간인 감시활동에 대해 분노하기도 했다. “스노든의 고백은 매우 과감했어요, 하지만 그의 폭로에 그리 깜짝 놀라지는 않았어요. 그 또한 저와 같은 비슷한 것을 당한거죠. 난 예상하고 있었어요. 이건 디지털 시대의 슬픈 현실이에요.” 이 여배우는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절망적인 경험을 말했다. 2년 전, 어느 해커가 그녀의 인터넷 메일함을 해킹해서 세미누드와 같은 사적인 사진들을 유출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조나단 글레이저의 SF영화 <언더 더 스킨>에서 에일리언 역할을 맡은 요한슨은 이 작품을 통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거장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루시(Lucy)>를 촬영 중이다. 그는 공간 이동 격투와 무술 신을 소화해내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저는 루시처럼 전투적이고도 좀 더 복합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것을 좋아해요”. 촬영은 매우 피곤하지만 일이 모두 끝난 뒤의 달콤한 휴식을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트루먼 커포티의 소설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소재로 한 영화 <서머 크로싱>이다. 이번에 요한슨은 카메라 앞에 서는 대신 카메라 모니터 뒤에서 연출자로 일할 예정이다. 10대 때부터 영화를 감독하길 꿈꿔왔지만,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 그동안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며 그는 강조한다. “언제 유명해지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다른 사람의 돈을 취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연출자로서의 데뷔에 대해 말하며 요한슨은 처음으로 불확실성에 대해 말을 했다. “이것은 제 꿈의 완성이나 다름없어요.” 말을 이어가며 목소리가 점점 흥분된 듯 들렸다. “여전히 일을 처음 시작했던 시기가 그리워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저에게는 절실함이 있어요.” 이 여배우만이 설렘에 떨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사진작가 또한 떨림을 감추려 노력하고 있었으며, 다들 그가 포즈를 취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요한슨은 다시 평소의 침착함을 되찾았다. 자신이 있어야 할 바로 그 장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