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식재료를 즐겁게 가지고 노는 ‘뉴 코리안 다이닝’으로 한식 파인 다이닝의 숨통을 트여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 그가 대책 없이 뉴욕 파인 다이닝의 격전지 트라이베카로 날아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게 겨우 2년 전이다. 그로부터 1년 후 미슐랭 1스타가, 또 정확히 1년 후 2스타가 뉴욕 ‘정식(Jungsik)’에 내려앉았다.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임정식 셰프를 만나 샴페인을 땄다.

뉴욕 정식(Jungsik)이 미슐랭 2스타를 받았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나?
미국 현지 시각으로 10월 1일 오후 4시다. 한국에 있었고 운전 중이었는데, 페이스북에 쪽지 100여 개가 뜨는 순간 알아챘다. 아, 이거 뭔가 됐구나.

뉴욕에 있는 스태프들도 파티 분위기였겠다.
안 그래도 소믈리에한테 전화가 왔다. “샴페인 뭐 딸까요?”라고. 심지어 비싼 거 따도 되느냐고 쪽지까지 보내더라(웃음).

그럴 만도 했겠다. 오픈 초기에 꽤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아유, 힘들었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기도 했고, 어떻게 이름도 없는 어린애가 뉴욕에 와서 파인 다이닝을 하느냐는 편견에 부딪치기도 했다. 특히 흔히 말하는 ‘오픈빨’이 끝나고 난 이후, 작년 여름은 정말 최악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미슐랭 1스타를 받기 전까지는, 하루에 두 테이블 받은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뉴욕에 진출한 2년 전은, 미국의 경기 침체 때문에 트라이베카의 기존 식당들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왔던 때다.
지금이라고 경기가 좋은 건 아니다. 다만 우리에겐 한국보다는 외국이 더 가능성이 있는 곳이리라 는 믿음이 있었다. 우리에겐 친근한 한식이 그들의 눈엔 더 특별할 테니까. 그저 ‘뉴욕 진출을 해야겠다, 가자!’라는 마음으로 훌쩍 떠났을 뿐이다. 시장 조사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빈 식당을 바라봐야 했던 셰프의 심정은 어떤 걸까?
죽고 싶었다. 나보다 애들이 사기를 잃을까봐 걱정이었다. 스태프들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을 거다. 나만 믿고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이 맞는 곳에서 맞는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겠나. 내가 그들의 리더지만 나 역시 뉴욕에서의 경험은 처음인지라,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해답은 어디에서 찾았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음식과 서비스의 수준을 올리는 것밖에 없었다. 특히 음식의 해답은 더욱 한국적인 데 있었다. 참기름을 친 김치 국물을 소스로 부은 스테이크나, 칼칼한 국물에 밥을 말고 삼겹살을 올린 해장국과 같은 더욱 한국적인 메뉴가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들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한식을 좋아하더라. 간장에 참기름 넣어 비벼 먹는 밥처럼,

그렇게 뻔한 한식이 외국인의 입에 맞는다는 게 신기하다.
왜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하나? 우리 입맛에 이렇게 잘 맞는데. 맛이란 결국 다 똑같은 거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전 세계에서 잘되고 있는 거랑 비슷한 얘기다.

뉴욕의 미식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까?
한동안 분자요리, 노르딕 퀴진 등 캐릭터가 확실한 음식이 유행이었지만, 이제 다시 기본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물론 비주얼이 주는 강렬한 인상과 재미도 좋지만, 입안에 들어갔을 때 ‘와우’ 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만드는 건 결국 맛이니까. 나는 음식은 무조건 맛이다, 맛 빼곤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한다.

고생 끝에 미슐랭 스타에 진입한 이후, 실제로 손님이 많이 늘어났는지도 궁금하다.
1스타를 받았을 때는, 생각처럼 영향이 크진 않았다. 다만 시간을 버티면서 손님이 천천히 늘어난 끝에, 올해 여름은 작년 여름과 비교해 2배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2스타는 다르다. 정말 손님이 100% 늘어난 것 같다. 2스타에 새롭게 진입한 식당이 우리밖에 없었던 터라, 정식이란 이름이 영어권 국가에 넓게 퍼졌기 때문이다. 뉴욕이란 도시가 그런 매력이 있다. 뉴욕에서 무언가를 이루면 전 세계로 다 퍼져 나가는 것.

그런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셰프가 없어서 어쩌나?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두었다. 게다가 스태프들이 한참 성장했다. 정식당 오픈부터 함께 온 친구들은 나보다 더 잘한다. 나는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메뉴를 개발하고,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여기 와서도 일을 잘 안 한다. 아까 우리 직원한테 “나 또 놀러 왔어”라고 인사하는 것 보지 않았나? 집에 갈 때도 ‘나 잘 놀다 간다, 내일 또 밥 먹으러 올게’ 하고 간다.

하지만 노는 와중에도 한국 정식당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던데?(웃음)
공간적인 측면에서 누가 봐도 한국의 대표적인 식당을 꾸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곳을 처음 열땐 비용을 많이 투자하기 어려웠으니까. 정식당은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장소인 만큼, 그들이 정말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곧 윤곽이 나올 듯하다.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두 개의 식당을 챙기는 것이 벅차지는 않나?
두 달에 한 번씩 서울과 뉴욕을 오가고 있다. 서울에 두 달 즈음 있으면 지겨워지고, 그래서 뉴욕에 가면 놀러가는 기분이다. 그러다 뉴욕에서 한 달 넘게 보내면, 한국의 회가 그리워진다. 그러면 또 한국에 오는 거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는 뭘 하고 놀았나?
술이지 술(웃음). 어제도 ‘레스쁘아’의 임기학 셰프, ‘라 카테고리’의 이형준 셰프와 함께 부산 ‘메르씨엘’에 다녀왔다. 엄청 맛있더라. 그런데 술 많이 마시는 셰프가 몇 없다. 다행히 임기학 셰프가 술을 좋아해서, 우리 둘만 막 마신다. 술도 체력이 받쳐줘야 마실 수 있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른다. 2주 후에 마라톤 대회에 나갈 예정이라, 요즘 엄청 달리고 있다.

주방에서는 어떻게 달리고 있나?
아직 오리 요리가 메뉴에 없다. 청둥오리로 맛있는 요리를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뉴욕 정식 이후, 또 다른 정식당을 오픈할 계획은 없는지?
하나의 도시에 한 곳씩만 오픈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이 다음에 어느 도시를 눈여겨보고 있는지는 아직 비밀이다. 내년에 3스타 받고 나서, 그다음에 생각하려고 한다.

자신 있어 보인다.
그게 뭐 힘드나? 받으면 되지.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