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코트가 걸려 있는 패션 에디터의 옷장 속에서 매일 손이 가는 두 벌의 겉옷.

‘다양성’이라는 한 단어로 함축될 수 있는 것이 요즘의 패션계인데다, 그들에 ‘트렌드’라는 의미를 부여해 곱씹는 것이 에디터라는 직업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하듯 나 역시 실생활에서 손이 가는 옷은 옷장을 꽉 채운 옷들 중 20%밖에 안 된다. 중, 고등학생이던 1990년대부터 대학생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나에게 어필하는 패션 코드는 바로 밀리터리. 고등학교 소풍 사진 속의 나는 큼지막한 포켓이 달린 카키색 셔츠에 칠 부 길이의 블랙 진, 그리고 줄무늬 양말 차림이었고, 대학교 졸업 앨범 속의 나는 큼직한 라펠과 골드 단추가 달린 네이비 컬러의 정장을 입고 있으니까. 열 벌이 넘는 코트 중에서 요즘 내가 홀릭하는 단 두 개의 아우터 또한 마찬가지다. 촬영일에는 유격대 스타일의 패딩, 행사나 인터뷰가 있는 날에는 장교 스타일의 코트. 두 아이의 엄마이자 패션 에디터로 살아가는 요즘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군인정신이 아닐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