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자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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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생인 캐나다 청년 자비에 돌란은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부터 본인이 각본을 쓴 영화를 연출, 게다가 주연까지 맡았다. <나는 엄마를 죽였다>(2009) <하트 비트>(2010)에 이어 12월에 국내 개봉하는 신작 <로렌스 애니웨이>는 여자가되고 싶은 청년과, 그럼에도 그를 사랑하는 약혼녀의 이야기다.

이번 영화도 당신의 전작처럼 불가능한 사랑 이야기로 보인다.
돌란 내 영화는 다 불가능한 사랑이었다. 다음에 만들 영화 <톰 앳 더 팜>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엄마를 죽였다>는 엄마와 아들 사이였고, <하트 비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삼각관계였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인해 맞이하게 된 불가능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은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지상의 수많은 사람이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물학적 성을 바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데 영감이 된 것이 있었나?
취재나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중점을 두고 싶은 것은 사랑이라는 걸 잘 아니까.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로 이 영화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이야기는 주변의 성적 소수자 문제나 성적 변화의 고충을 되새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맨 처음부터 오직 사랑 이야기였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로렌스 못지않게 그를 사랑하는 여자인 프레드에게도 초점을 둔 이유다.

셀린 디옹, 디페쉬 모드, 브람스와 듀란듀란의 음악을 혼합하는 등 음악 선곡도 인상적이다.
영화 속 음악과 내 삶의 특정한 지점이 겹칠 때 행복을 발견하며, 음악을 통해 캐릭터를 끌어내는 일이 정말 즐겁다. 장면을 구상할 때 항상 곁에는 특정한 음악이 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영화에 있어 음악은 유일한 내면의 목소리였다. 기본적으로 음악은 자연스럽게 영화와 연결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이번 영화에서 음악이 너무 많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내게 음악은 영화의 영혼이니까.

<나는 엄마를 죽였다>에서 당신은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앨프리드 히치콕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어디에 서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받았나?
대부분은 그림과 사진 앨범이다. 좋아하는 클로즈업들은 <양들의 침묵>에서 영감을 받았다. 카메라를 직접 바라보는 환상적인 응시를 매우 얕은 심도로 비춘다. 그렇지만, 이걸 ‘영감’이라 부르기보다는 작품의 일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나는 사람이 어떻게 사회를 바라보는가를 얘기하고 싶었다.

<로렌스 애니웨이>의 시대 배경은 80년대와 90년대 사이다. 이 시기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나?
나는 1989년에 태어나서 9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지만, 특별히 그 시대에 빠져 있는 건 아니다.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끔찍한 옷을 인물들에게 입히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이 시기는 이야기하기에 좋은 정치적, 사회적인 맥락이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로도 사회가 여전히 발전할 거라는 환상이 있었다. 게다가 에이즈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맥락상으로는 로렌스에게 딱 맞는 지점일 수 있다고 느껴진 시대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당신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세 번째 영화이자 당신이등장하지 않는 첫 영화다.
이번 영화 속 인물은 내가 소화할 역할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카메라 뒤에서 배우들을 기록하고 장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보냈다. 마치 그들과 함께 연기한 듯한 느낌이다. 연기를 하지 않은 덕분에, 연출에만 집중하는 기회가 되었다.

배우로서의 활동이 끝난 건 아닐 거다.
다음 영화에서 연기를 한다. 내가 오랫동안 칸 영화제에 머무는 이유는 많은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연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말하면서 작품에 써달라고 한다. 내가 정말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Gettyimages/Multib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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