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퍼를 입으면 입으면 어쩐지 동물이 된 듯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해도 당황하지 말 것. 이번 시즌만큼은 그것이 제대로니까. 거칠수록, 클수록, 털이 길수록 금상첨화다.

FUR FOR OUTER

퍼 아우터는 물론 쉽게 손이 가는 아이템은 아니다. 큰 돈벌이가 될 것이 분명함에도 디자인적인 한계와 특유의 올드한 느낌 때문에 퍼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도 많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이런 퍼의 한계를 재미난 디자인 요소로 적극 활용하려는 ‘반전’ 시도가 눈에 띄었다. 이왕 퍼를 사용할 거면 극단적으로 많이, 눈에 띄게, 거대하게, 하나만 입는다는 추세로, ‘스테이트먼트 퍼’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다. 퍼의 명가인 펜디에서는 그래픽적으로 라이닝을 넣은 밍크와 여우털로 거의 컬렉션 전체를 덮어버렸고, 앵그리버드를 연상시키는 올빼미 모양의 퍼 액세서리와 슈즈는 물론 모델들의 머리까지 퍼로 덮어버렸다. 퍼 자체에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고 통째로 입은 듯한 분위기는 막스마라, 드리스 반 노튼하이더 애커만, 몽클레르 감므 루즈 컬렉션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너웨어도 간결하게 입어 퍼 자체의 와일드함을 살리는 스타일링이 공통적이었다. 루이 비통, 3.1 필립 림, 지방시에서는 그런지 룩의 유행을 타고 일부러 빈티지 가게에서 건진 듯한 모피 코트와 슬립 드레스를 매치하는 그런지 스타일링으로 눈길을 끌었고, 로에베지암바티스타 발리, 에밀리오 푸치겐조에서는 밝은 색으로 염색한 퍼 아우터로 발랄한 느낌을 더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퍼 코트를 마치 드레스처럼 활용하는 스타일링이 등장했다는 것. 예전에는 주로 피트&플레어 실루엣의 코트에 주로 응용했던 룩인데, 이번 시즌 마크 제이콥스디올에서는 맨다리에 모피 코트만 걸친 룩을 이브닝 라인에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

1. 탐스러운 밍크 폼폼과 금색 메탈을 조화시킨 돌체&가바나의 키 링.
2. 사이드에 장모의 퍼를 트리밍한 체사레 파조티의 롱부츠.
3. 프레임에 밍크 라이닝을 덧댄 독특한 선글라스는 지방시 by 다리 인터내셔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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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퍼 소재를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퍼 코트와 슈즈, 눈에 띄는 클러치만으로 스타일링을 끝내버리는 것이지만, 이런 ‘스테이트먼트 퍼’를 매일 입기에는 확실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통모피’를 꺼리는 젊은 층도 가볍고 쿨하게 퍼를 즐기게 하려는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계속되어왔고, 그 덕분에 부분적으로만 퍼를 사용한 아이템이 일상적인 겨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에는 소매와 네크라인, 어깨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이 부위를 퍼 소재로 강조하는 시도가 특히 빛을 발했다. 미니 드레스의 어깨 부분을 야생적인 퍼로 둘러싼 크리스토퍼 케인, 간결한 저지 드레스에 얇게 가공한 퍼 소재의 스툴을 매치한 도나 카란, 빈티지한 퍼 볼레로를 실크 드레스와 덧붙인 마르니 등 퍼 소재를 한 아이템 안에서 부분적으로만 매치하는 스타일은 거의 전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메가 트렌드다. 한편 퍼 스누드, 이어 머프와 같이 손쉽게 매치 가능한 퍼 액세서리는 이번 시즌 좀 더 흥미롭고 개성 강한 스타일로 제안되었다. 알렉산더 왕의 기다란 모피 벙어리장갑, 샤넬의 헬멧 같은 퍼 모자, 랑방의 한쪽 팔만 끼는 형태의 퍼 목도리, 에르마노 설비노 쇼에 등장한 얼굴 전체를 감싸는 정사각형 퍼 머플러 등을 참고할 것. 마지막으로 남다르고 쿨하게 퍼를 입고 싶다면 아우터가 아닌 퍼 이너웨어를 입어보길 권한다. J.W.앤더슨의 퍼 탱크톱, 셀린의 퍼 드레스는 이미 해외의 힙스터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이다

1. 검은색 모피 폼폼을 붙여 귀여운 느낌을 강조한 파티 슈즈는 루이 비통 제품.
2. 밍크와 타조털을 이어 붙인 리본 칼라는 파비아나 필리피 제품.
3. 핑크, 오렌지 등 비비드한 색으로 라인을 강조한 펜디의 퍼 토트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