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이 달린다. 젊음을 연료로, 최승현이 질주한다.

가수가 연기를 병행한다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은 이런 구체적인 어려움까지 상상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TV에 많이 나오거나, 한 번에 곡을 많이 내놓거나 그러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뭔가 하나 할 때는 몰입해서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렇다. 한 가지 일을 할 때 아주 공들이고 나름대로 모든 걸 바쳐서 한다. 그래서 그걸 하고 나면 기가 바닥이 된다. 사람이 기운 없을 때 일을 하면 음악이 됐든 연기가 됐든 그 결과물도 에너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럴 땐 쉬어야 한다고 내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자기 속의 걸 꺼내서 보여주는 직업이니까. 하지만 영화 한 번 할 때마다 매번 4~5개월 누워 있을 수는 없지 않나(웃음). 앞으로도 연기하면서 음악을 계속한다면 일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해야 할 텐데.
빅뱅이 쉬고 있는 기간이어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해도 내 맘에 드는 이야기가 없으면 못하는 거다. 그런 면에서 운명적으로 기다리고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내가 좀 위험한 스타일이다. 일을 하기로 결정할 때 아주 본능적으로 하는 편이니까. 이 시기에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니까 그쪽으로 가자, 분석하고 생각해서 결정하지 않는다.

머리보다는 가슴인가?
감성으로 가고 촉으로 간다.

머리로 하는 쪽은 지드래곤일 것 같다.
지용이는 닥치는 대로 많이 한다(웃음).

이전 어느 인터뷰에서 ‘국민 남동생’ 같은 이미지가 싫다고 한 걸 봤다.
그렇게 될 수도 없으면서 감히 그런 말을 했다(웃음). 이번 영화의 인물은 독특하긴 할 거 같다. 인물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영화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친구를 믿고 사랑하게 되기보다는 혼란을 겪는 주인공을 보면서 과연 옳은 판단을 하는 걸까 보면서 불안해질 것 같다. 캐릭터가 정체성을 고민하며 왔다 갔다 하니까 나까지 예민해졌다. 영화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빅뱅 다섯 명이 같이 식사하는데 그제야 멤버들이 그러더라. 월드 투어 때 콘서트장에서 보면 말도 못 걸 정도로 내가 날이 선 상태였다고.

<포화 속으로> 끝나고 했던 인터뷰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봤다.
아, 그랬나? 사람 죽는 걸 계속 봐야 하는 영화라서 예민해졌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되게 여리다(웃음).

물론 무거운 소재의 영화를 찍으면서 심리적으로 편할 수 없을 거다.
이건 허구다, 게임 같은 거다라고 마음먹고 하면 편할 텐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깊이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더 몰입한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종류의 영화를 계속하고 있다.
스스로 괴로운 걸 얼마간 즐기는 사람이 그런 걸 계속하는지도 모른다. 음악도 그렇다. 무대에서 하드코어 한 걸 표현하고 나면 내려와서 되게 힘들다. 모든 에너지를 사람들 앞에 다 쏟아내는 거니까. 그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봤을 때, 흔히 말하는 카리스마나 에너지 같은 게 전달되니까. 그러고 나서 내려오면 기진맥진하지만 무대를 즐기니까 계속하는 거 같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나?
나중에 늙어서 해탈해서 편하게 살려고(웃음).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들에게는 그런 면이 다 있겠지만, 당신은 특히 무대에서도 탑이라는 가수를 연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자신을 보여주기보다 어떤 캐릭터가 되느라 힘든 거 아닌가?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내 모습을 많이 드러내면 보는 사람들이 쉽게 싫증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변화하려고 생각하고, 탑이라는 인물을 더 진화해서 연기하려고 한다. 일종의 트릭이다.

미디어를 접하기 어렵던 시대에는 그런 클래식한 스타가 추앙받았다면, 요즘은 대중이 친근한 연예인을 더 좋아하는 시대 아닐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취향이 다시 돌아올 거다. 특히 우리나라는 좁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너무 많은 모습을 보여주면 대중은 금세 싫증낸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남자친구, 혹은 여자 친구와 비슷하다. 너무 오래, 또 자주 누군가를 만나면 권태기가 오고 싫증나지 않나? 그래서 나는 오히려 감출 수 있을 때 감추고 보여줄 때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 어설프게 만나느니, 정말 새로운 걸 준비해서 나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가 보다.
연예인들이 일하는 스타일이, 연애 하는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이성을 사귈 때도 굉장히 거리를 둔다. 깍듯하게 존댓말 쓰고, 자주 안 만난다.

여자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인데…
나도 힘들다(웃음). 보고 싶고.

하지만 그러는 편이 관계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하나?
상대방이 나한테 싫증을 낼까봐.

거리를 두면 확실히 오래가나?
연애를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싸울 일은 없는 것 같다. 너무 익숙해지면 다투지 않나. 말이 많아지면 실언할 수밖에 없듯이.

랩을 할 때나 연기를 할 때나 목소리가 독특하다. 연기를 하기에 안정감 있는 음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음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딱히 장점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저음이 오히려 연기하기에 불리하다. 베이스가 많아서 울리고 웅웅대기 때문에 발음이 보통사람보다 안 좋게 들린다. 래퍼로서도 목소리 톤이 좋다는 얘기를 듣는데, 가사 전달은 더 힘들다. 하지만 그런 톤을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도 실력인 것 같다. 리스크도 있고 장점도 있는데 이 목소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나와의 싸움이다. 코믹을 한다면 정말 진지하게 이 목소리로 이상한 대사를 하면 웃길 거다. 진지한 영화에서 진지한 대사 했을 때 느끼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고. 결국 타고난 걸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인 것 같다. 위험이 있지만 장점으로 어떻게 승화할 것인가는 노력의 영역일 거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연기를 하면서 목소리의 사용법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단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려고 한다. 음악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말하는 것도 내 청각에 예민하게 들리는 편이다. 하나하나 예민한 상태로 한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였나?
가장 힘든 건 액션이었다. 내 몸 움직임이 날렵한 편은 아닌데다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 보니 리듬을 맞추는 버릇이 있다. 그걸 버리기가 힘들었는데 액션을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

10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한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본인의 10대 시절이 연습생으로 사생활 없이 평범한 학창 시절을 못 누렸기 때문인가?
그렇지는 않다. 솔직히 말해 나는 연습생 시절이 1년밖에 없었다. YG에 들어간 건 빅뱅 데뷔 1년 전이었고,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 하면서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공연하던 래퍼였다. 지용이나 태양 같은 친구들이랑 힙합 음악으로 교류하던 형 동생 사이였다. 학창 시절이나 소년기를 못 누려서 집착한다기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래퍼들은 혼자 앉아서 고민하고 가사 쓰는 시간이 많다. 그러면서 성향적으로 불안함이 늘 있었다. 십대에 내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자아가 너무 강해서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 소년 시기의 불안감을 가진 캐릭터에 끌린다. 불안함이 가진 힘,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이 표현할 때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서른이 되면 20대를 연기한다고 했는데.
그건 농담이다(웃음). 지금도 할아버지 분장하고 노인 연기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안되니까 못하는 거지.

나이보다는 그 인물에 얼마나 자기다운 뭔가가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얼마나 내가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인지가 중요하다. 그런 물음을 던졌을 때 내 지금 상태에서 본인한테 있는 감정이라는 확신이 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했을 거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많이 들었을 거란 생각은 드는데, 영화에 대해서는 어떤가? 좋아한 배우가 있나?
배우 얘기하면 좀 부끄럽다.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배우의 유명한 영화를 좋아해서… 로버트 드니로 연기, 특히 <택시 드라이버>가 가장 좋았다. 어릴 때 본 이후로 볼 때마다 해석이 달라진다. 더 어릴 땐 알 파치노 연기를 좋아했는데 보면 볼수록 드니로의 섬세한 연기가 더 좋다. 표현이 직접적으로 크기보다 작은 손동작 하나를 해도 독특하고 예민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좋다.

좋아한 영화는?
장르를 따지지 않고 보는데, 정체성에 대한 영화 를 대체로 좋아한다. <가타카> <A.I.> 같은 것들… <동창생>도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A.I.>와 비슷하다고 느껴서 하고 싶었다. 어린이 주인공 로봇인 아이의 서늘한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무표정해 보이지만 마냥 무표정이 아니라, 묘한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를 좋아한다. <동창생>도 그런 디테일을 살려서 내가 할 수 만 있다면 기억에 남을 만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의욕이 있었다. 조금 지나치면 과해 보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캐릭터다.

들어보니 과한 거, 느끼한 거, 지나친 무언가에 대한 경계가 강하다.
내 옛날 모습이 바로 그랬기 때문이다. 빅뱅 초기 무대라던가, 가수로 덜 가다듬어졌을 때의 모습을 지금 보면 내가 그렇다. 멋있어 보이려고 애쓰면 보는 사람들에게 다 들키는데 그걸 모르고 할 때였다.

지금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나?
조금 절제하려고 하고 편집해서 보여주려고 한다. 그게 실력인 것 같다. 모든 장기란 장기를 한꺼번에 다 부리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잘라서 표현하고 보여줄 수 있느냐가 진짜 실력인 것 같다. 과한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고, 과해지면 한도 끝도 없다. 조금씩 느끼면서 노력하고 연구했다.

시행착오나 경험이 쌓여 얻은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데, 연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 같은가?
정말 연기 잘하는 사람들의 내공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을 때의 무표정인데, 관객이 더 격하게 긴장을 느낀다. 그렇게 상황을 갖고 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기가 화면 앞으로 막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궁금해서 관객들이 앞으로 가서 보게 되는 거. 평소처럼 생활 하다가 멈추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 그 앵글 안에서 뭔가 운다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할 수도 있을텐데 절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라이언 고슬링이다. 대사도 몇 마디 없는<드라이브>에서의 생략적인 연기가 힘이 있었다.

라이언 고슬링의 최근 출연작인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봤나?
아껴뒀다 보려고 한다. <드라이브>와 같은 감독이랑 작업한 <온리 갓 포기브스> 먼저 보고 싶다. 그런데 <동창생> 리명훈도 말이 많지 않은 캐릭터고, 절제되고 내면적인 걸 보여줘야 하는 면에서 <드라이브>랑 비슷하다. 이 영화를 하면서 다시는 심플하고 생략적인 영화는 안 찍겠다고 다짐했다. 진짜 힘든 연기인 것 같다. 말할 거 같을 땐 입을 다물고, 안 할 거 같을 때 툭툭 내뱉는다.

아까는 바로 그런 점이 맘에 들어서 고른 영화라고 하지 않았나?
맞다, 그 야릇한 맛에(웃음).

그럼 다음 영화도 또 비슷한 영화를 하게 되는 거 아닌가?
아니다. 더 어렵지만 더 매력 있는 걸 할 거다.

본인 스스로를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성격인 것 같다.
편하게 하면 내가 재미없다. 힘든 거, 고통스러운 걸 즐긴다.

변태인가…아, 농담이다.
변태 같은 면이 있으니까 이런 일을 하겠지? 하지만 성적 취향은 절대 그렇지 않다(웃음).

빅뱅 멤버들과 다 같이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나이가 가장 많아도 어른스러워 보이진 않더라.
동생들 앞에서는 더 내가 편안하게 있으려고 한다. 동생들이 어릴 때부터 그걸 좋아하는 것 같고. 일할 땐 본인들도 모르게 다들 긴장 상태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이 장난도 많이 쳐주고 그러는 게 분위기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형이 그런 노릇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편한 사람들 속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것도 있지 않나?
영화 현장에서는 그럴 수 없을 거고. 영화 현장에서도 장난친다. 카메라 앞에서 춤추고 그런다. 메이킹 영상을 만들어서 <동창생> 화보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빅뱅으로도 곧 컴백한다고 들었다.
곡 작업을 해야 하는데 서로 바빠서 아직 못하고 있다. 시기는 미정이다.

최근에 디플로 (메이저 레이저)의 곡 ‘Bubble Butt’에 피처링을 했는데.
아무런 주제나 가이드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국사람이라서인지, 해외 나가서 뭐 할 때 코리안 프라이드를 세우는 건 본능적인 거 같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말을 들으면 딱딱하게 들린다고 하는데 우리말 랩을 들을 때 섹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생각하고 쓴 거다. 그런데 사실 2년 전에 작업 끝내놓은 건데 이제야 나왔다.

연기하다 보면 음악 하고 싶고, 음악 하다 보면 연기하고 싶은 그런 게 있을 거 같다.
정말 그렇다. 내가 나태해지지 않는 이유가 음악 하다 보면 영화 하고 싶고, 영화 하다 보면 음악에 대한 절실함이 생기고…. 그때 그때 바뀌는 에너지가 있어서인 것 같다. 나는 또 그런 내 자신을 역이용하는 것 같고.

그렇다면 지금 빨리 또 무대에 서고 싶고 그렇겠다.
어서 음악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 내 음악적인 모습과 재능을 믿어주는 사람들의 기다림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그래서 선물을 주듯이 잘 준비해서 나오고 싶다.

아까 연애할 때도 그렇게 한다고 말했는데.
여자들은 남자친구가 작은 반지 하나 줄 때보다 구두랑 같이 줄 때 더 좋아하지 않나.

바람직한 연애관을 갖고 있다.
평소에 잘 하는 편이면 그러지 않을 텐데. 나름 가끔이나마 정성스런 이벤트를 하는 남자이고 싶은 거다.

아까 서른이라는 나이를 언급했는데,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워낙 얼마 안 남아서…. 3년 후인데 뭐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

3년 전을 생각해보면 지금 달라진 점이 있지 않나?
그러고 보니 3년 전과 비교해보자면 말랑말랑했던 모습이 조금 야무지고 단단해진 것 같다. 날카롭고 날이 서 있던 부분은 지금 유해지고, 작은 거 하나에 연연하지 않고 강해진 것처럼 3년 뒤에 보면 더 중심이 생기지 않을까. 가야 할 방향을 더 편집하고 더 새로운 걸 만들어서 절제하면서 좋은 것만 보여줄 수 있는 노련함을 얻지 않을까 기대한다. 더 용감해질 거 같고.

요즘 빅뱅 다른 멤버들의 근황은 어떤가?
지디는 워낙 바쁘게 이것 저것 많이 하고, 태양이도 곧 앨범이 나온다. 대성이도 일본에서 콘서트를 했고, 승리는 일본 공중파에서 MC를 맡았다. 멤버들 근황은 팬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거다.

일 외에 요즘 관심사는 뭔가?
지금은 별로 없다. 아트토이를 모았는데 이제 졸업했다. 어머니가 놓을 데가 없다고 제 창고에다 모아 놓으시고 이제 그만하라 하셔서. 가구는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계속 모을 거다. 안토니오 치테리오라는 이탈리아 산업디자이너의 60년대 모던한 의자를 좋아한다. 용감하고 과감해서 좋아한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같다. 빅뱅 같다. 젊은 빅뱅의 용감한 모습과 비슷한 거 같아서 보면서 영감 받으려고 한다. 기운 받으려고 한다. 에토레 소트사스 패션은 조금 졸업한 거 같다. 클래식한 게 좋다. 예전엔 시도하고 싶은 패션이 많았는데 몇 번 못 입는 옷이 많으니까 단정하고 기초로 돌아가는 그런 게 보통 30대 들어서 일어나는 변화인데. 이제 30대가 오나 보다. 내가 싫증을 잘 내서 그렇다. 할 때는 끝까지 가보는데, 그만큼 빨리 질린다.

<포화 속으로>에서는 권상우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서로 상승 작용이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어떤가?
긍정적이었던 거 같다. 모든 배우가 이번에는 만나는 분량이 비슷하다. 유정이와의 관계가 영화에서는 가장 큰 페이소스를 갖고 있지만 유정이랑 있는 신과 윤제문 선배랑 만나는 분량이 비교해서 더 많지도 적지도 않고 독특하다. 모든 배우들과의 앙상블이 맞아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힘들기도 어렵기도 했다. 각 인물과 같이 있을 때 이 캐릭터의 이중 삼중성이 드러난다. 한예리 씨랑 함께 있을 때 특히 좋을 거다.

패션은 베이식, 클래식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이제 화려한 머리색도 시도하지 않는 건가?
옷의 핏이나 성향은 클래식하지만 색깔은 더 원색적으로 갈 거 같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고. 젊은 애가 클래식하다고 단정한 느낌이 아니라 끼 부릴 수 있는 느낌처럼. 패션은 아방가르드한 걸 안 좋아하게 되는 것뿐이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톰 포드 좋아한다. 생 로랑도 좋아하지만 내 몸엔 잘 안 맞는 거 같다. 에디 슬리먼도 잘하지만, 이브 생 로랑이란 디자이너를 너무 좋아했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됐을 때 로랑같은 사람이고 싶다. 대중문화에 뚜렷한 역할을 하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이브 생 로랑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라 무르>를 봤나?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음악도 인상적이었고, 그의 성격도 나랑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이브 생 로랑에게는 피에르 베르제라는 파트너가 있었는데.
나에게는 찰리가 있다.

찰리?
우리집 코커스패니얼이다. 내가 죽으면 내가 모아온 가구들을 걔가 경매에 부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