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을 찾아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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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변신을 시도 중인 익숙한 얼굴들에 대해 냉정한 가치 평가서.

1. 아이유 <최고다 이순신>
상품 개요 아이유의 연기 데뷔작이 KBS <드림 하이>라는 건 꽤 상징적이다. 스타 지망생 십대들의 이야기인 이 작품에서 그녀가 연기한 필숙 캐릭터는 꿈을 향해 가는 소녀, 수줍은 첫사랑의 감성, 무한한 잠재력 등 아이돌 아이유의 핵심 정체성을 잘 보여줬다. 첫 주연작 KBS <최고다 이순신>의 순신 역시 그 확장판이다. 풋풋한 첫사랑과 배우의 꿈에 눈뜨며 성장해가는 소녀. 물론 그것이 단순한 이미지 연장에 머물렀다면 성공도 절반에 그쳤을 것이다. 필숙과 순신은 흥미롭게도 미운 오리새끼에서 변신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 미숙함과 못난이 콤플렉스가 스타 이미지에도 반전을 주면서 현재보다 성장의 가능성에 더 주목하게 했다.
투자할 이유 영민하다. 연기 시작 단계에 택한 필숙은 핵심 이미지를 배반하지 않는 변주에 가까웠다. 하지만 개인적인 부침 이후 선택한 순신은 훨씬 다양하고 심지어는 어둡기까지한 표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캐릭터다. 극 후반 출생의 비밀로 괴로워하던 순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약간 거친 중저음 목소리도 연기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스스로는 약점이라 고백했지만 잘 활용한다면 여성성을 무기로 삼는 여배우 세계에서 오히려 강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재고할 이유 가수 겸 배우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변신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기존 이미지를 영민하게 변주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정된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다. 순신 캐릭터의 변화도 어디까지나 미숙한 소녀의 성장통이라는 범주 안에 있었다. 아이유도 최근 가수로 컴백하며 관능적 분위기로 변신하는 등 이 문제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본질은 여전히 소녀 감성이다. 추후 연기자 컴백 때는 가수로서의 이미지와 완전히 선을 긋는 더 과감한 변신이 필요할 것이다.
맞춤형 투자 전략 달콤한 이미지를 활용해 로맨스 연기에 갇히곤 하는 아이돌 배우들과 차별화되는 야무지고 영리한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 좋다. 메디컬 드라마의 초보 인턴이나 기업의 신입사원처럼 직장 드라마에서 성장하는 캐릭터가 잘 어울릴 듯하다. MBC <파스타>, <골든타임> 등 성장과 직장 드라마 연출의 장인인 권석장 감독과의 궁합이 기대된다. 상대 배우도 김수현, 류덕환 등 똘똘하고 야무진 또래 배우와의 조합을 추천한다. 삼촌뻘과의 협업은 부디 음악으로만 끝내길. 글 | 김선영(TV 평론가)

2. 이준호 <감시자들>, <협녀>
상품 개요 정우성이 아니라 이준호 때문이었다. <감시자들>이 개봉도 하기 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건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같은 배우들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아이돌 출신 이준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연기자 이준호를 설명하는 절대적 키워드는 단연 <감시자들>이다. 다행히 단순히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화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감시자들>에서 그는 멀티캐스팅의 한 축으로 자리해, 제 몫을 다한다. 특히 원래 그의 별명이 영화 속 ‘다람쥐’와 똑같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귀엽다고. 현장에서도 그 덕분에 제작진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의 연기를 더 찾아보려면 아이돌이 대거 출연한 호러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나 미스에이가 한국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영화 <안녕>을 참고할 것.
투자할 이유 “단순히 인기만을 노렸다면 이준호를 캐스팅하지 않았을 거다. 2PM 멤버 중 인기도로 봐도 최고는 아니었고, 그리 잘생기지도 않았더라.(웃음)” <감시자들>의 프로듀서는 이준호에게서 인기 아이돌의 후광을 모두 걷어낸다. 백퍼센트 신인 배우를 활용하겠다는 각오로 캐스팅한 경우였고, 그 감이 맞아떨어졌다. 이준호는 하드하게 숨통을 죄어오는 스릴러 장르에 환기를 시켜주는 역할이었다. 순수하고 맑은 미소를 가진 마스크 덕분에, <감시자들>의 젊은 형사 ‘다람쥐’가 겪는 비극의 효과는 극대화되고, 감동은 배가된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듯한 해맑은 막내 이미지의 힘이다. 천진한 그의 매력은 차기작 <협녀>로 이어진다. 이병헌, 전도연이 출연하는 <협녀>에서 그는 성공과 야망을 꿈꾸는 젊은 무사 율을 맡았다. 무술은 기본이고 우연히 만난 설희(김고은)에게 풋풋한 사랑을 느끼는 모습까지, 다람쥐를 능가할 감성 연기가 또 한 번 기대된다.
재고할 이유 장단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이준호의 한계는 역시 그의 장점인 순수한 이미지에 있다. 그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는 것도 당분간은 좋지만, 언제까지 비슷한 면만으로 승부할 수는 없다. 귀염성 있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으려면, 보다 폭넓은 시도를 하고, 다양한 표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맞춤형 투자 전략 식상한 표현이지만 연기자를 두고 도화지라는 표현을 쓴다. 뭐든 그릴 수 있다는 이유다. 그리고 이준호는 특히 하얗고 넓은 도화지처럼 보인다. 그를 활용하고 싶은 장르는 사극이다. 사도세자처럼 비극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2순위는 88만원 세대의 고난을 그린 작품.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청년의 이미지를 끄집어낸다면 어울릴 것 같다. 상대 배우는 역시 누나 배우 중에서 찾는 게 여러모로 (여성) 관객에게 힐링이 될 듯. 글 | 이화정(<씨네21> 기자)

3. 서인국 <주군의 태양>, <노브레싱>
상품 개요 불과 1년 남짓한 연기 경력 안에서 서인국은 변신을 거듭했다. 데뷔작 KBS <사랑비>에서 주인공 장근석의 촌스럽고 넉살 좋은 친구로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tvN <응답하라 1997>의 속 깊은 고등학생과 MBC <아들 녀석들>의 철없는 막내를 거쳐, 최근 SBS <주군의 태양>의 강인한 보안팀장까지 캐릭터 소화력이 놀랍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 각각의 캐릭터 안에서도 편안한 코미디와 부드러운 멜로, 무뚝뚝한 마초성과 섬세한 감성 등 양극단을 능숙하게 오가는 연기력이다.
투자할 이유 캐릭터 소화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요즘 배우들에게 중요한 덕목인 케미스트리, 즉 상대 배우들과의 화학 작용이 뛰어나다. 대표작 <응답하라 1997>은 그 ‘케미’의 종합판과 같다. 상대역 정은지와는 소꿉친구에서 연인까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선보였고, 그를 짝사랑하는 동성 친구 호야와의 호흡도 훌륭했다. 연기력과 함께 타고난 재능이다.
재고할 이유 데뷔작 <사랑비>의 충모와 첫 주연작 <응답하라 1997&gt의 윤제 캐릭터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투리와 복고 분위기. 확실히 그는 또래 청춘 스타들에 비해 트렌디한 이미지가 부족한 편이다. Mnet <슈퍼스타K>와 MBC <나 혼자 산다> 등 리얼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소탈하지만 살짝 촌스러운 모습도 한몫했다. 드라마에서 트렌디 멜로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세련된 스타일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맞춤형 투자 전략 과묵한 남성적 외면 안에 섬세한 내면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입체성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이야기보다 캐릭터의 매력이 큰 작품이 좋다. 개봉을 앞둔 영화 <노브레싱>도 괜찮은 선택 같다. 청춘 스포츠물 관습에 충실한 이야기지만 아픔을 감춘 원일의 다층적 매력은 눈길을 끈다. 경력이 더 쌓이면 원톱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남성적 장르물에서 빛을 발할 듯하다. 이 분야 대표 장인인 곽정환 감독(<추노> <도망자 Plan.B>) 혹은 김은희 작가(<싸인> <유령>)와의 협업이 궁금해진다. 글 | 김선영(TV 평론가)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JOO JEO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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