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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송이 같은 여드름과 시험 날짜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언제 그랬냐는 듯 구르는 낙엽에 꺄르르거리며 웃고 풋풋한 첫사랑 그애 생각에 설레던 그때 그 시절. 우리는 교복을 입었다. 철없고 꿈 많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스쿨룩이 런웨이를 지배했다.

주름이 끌려요
플리츠스커트는 화이트 셔츠, 체크 패턴 등과 함께 스쿨룩의 대표 아이콘이다. 스커트 앞쪽에만 두세 개의 주름이 잡힌 스타일이 많았는데 이번 시즌 마치 교복 퍼레이드를 보는 듯 각 잡힌 주름 스커트가 줄을 이어 등장했다. 이 스커트들을 보니 학창 시절, 이 주름을 다시 박아 다리 폭에 딱 맞게 붙여 입으며 선생님의 눈을 피해 다닌 추억이 떠오른다. 걸을 때마다 찰랑거리는 주름 장식은 발랄하고 젊은 느낌을 선사하고 착시 효과로 체형 보완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번 시즌 부츠 트렌드인 사이하이 부츠와 매치하면 모범생 같은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떤 룩보다 쿨한 스타일이 될 거다.

1. 견고한 재단의 가죽 스커트는 멀버리 제품. 가격 미정.
2. 벨트 장식이 돋보이는 스커트는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제품. 75만원.
3. 사랑스러운 볼륨감의 니트 스커트는 바네사 브루노 아떼 제품. 25만8천원.
4. 가죽 주름과 시폰 장식이 멋진 스커트는 토즈 제품. 3백69만원.
5. 깔끔한 흰색 스커트는 톰보이 제품. 13만9천원.
6. 촘촘한 주름 장식의 니트 스커트는 M.Grifoni by 비이커 제품. 36만5천원.

동그랗게 그리려다
첫 교복을 입었을 때가 생각난다. 빳빳하고 새하얀 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새로운 학교,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던 그때. 화이트 셔츠는 그런 이미지를 가졌다.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고 단정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특히 칼라가 동그랗거나 작으면 더욱 그렇다. 규칙을 잘 따르는 절도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서스펜더가 달린 원피스, 옥스퍼드 슈즈와 매치한 끌로에의 룩이나 테일러드 재킷, 플리츠스커트와 매치한 바네사 브루노의 룩에서 보여지듯이, 빳빳한 면 소재에서 그치지 말고 부드러운 새틴이나 실크 소재, 크림색이나 칼라에 색을 더하는 식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단정하되 진짜 교복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나지 않도록.

7. 단정한 면 소재 셔츠는 키이스 제품. 28만9천원.
8. 배색이 돋보이는 새틴 블라우스는 끌로에 제품. 1백48만원.
9. 두 겹을 겹쳐입은 듯 장식한 셔츠는 SJ SJ 제품. 23만5천원.
10. 날렵한 칼라와 배색이 돋보이는 셔츠는 타미 힐피거 제품. 24만5천원.
11. 동그란 칼라의 단정한 셔츠는 키이스 제품. 18만9천원.

남자의 교복을 탐하다
중고등학생 시절 순정만화 좀 읽은 사람이라면 빼놓지 않는 만화가 바로 <점프트리 에이플러스>다.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벌이던 그 훈남 오빠들의 룩을 런웨이 위에서 만날 줄이야. 박시한 재킷과 셔츠, 허리를 살짝 내려 입은 듯 넉넉한 폭의 팬츠로 완성되는 이 멋진 남자의 옷을 직접 입게 된 거다. 남성적인 옷을 가장 세련된 여자 옷으로 변신시키는 드리스 반 노튼은 간단한 주얼리와 자수 장식 톱, 시스루 블라우스 등의 여성적 요소를 가미해 고급스러운 룩을 완성했고 타미 힐피거는 핀 스트라이프와 토트 프린트의 조화 등 패턴을 활용했다.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재킷과 넉넉한 핏의 팬츠로 마치 남학생의 교복이 환생한 듯 보이는 바네사 브루노의 경우에는 날렵한 슈즈를 매치해 룩을 마무리했다.

1. 윈도 체크 패턴의 니트 카디건은 빈폴 레이디스 제품. 25만9천원.
2.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팬츠는 에피타프 제품. 29만8천원.
3. 로고 장식 니트 톱은 비이커 랩 제품. 가격 미정.
4. 레터링 수 장식의 테일러드 재킷은 톰보이 제품. 25만9천원.
5. 하운즈투스 패턴의 니트 톱은 비이커 랩 제품. 25만9천원.

떡볶이 단추 다시 달게요
더플 코트가 다시 유행하리라고 누군들 상상이나 했을까. 1990년대의 학생 룩을 대표하는 이 코트는 얼마 전까지 모든 중고등학생들의 교실을 휩쓴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만큼, 아니 그보다도 더 강력한 바람을 몰고 왔었다. 그리고 2013년 겨울, 감각적인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타고 다시 트렌드의 중심으로 귀환했다. 특징이 확실한 만큼 형태나 디자인은 그대로, 매치하는 아이템에 신경을 쓰면 된다. 유니크한 프린트의 톱이나 풍성한 프릴 스커트, 높은 하이힐 등 학생 시절엔 입지 못하던 이색적인 아이템과 과감하게 매치할 것.

6. 복고풍의 자주빛 코트는 라코스테 라이브 제품. 가격 미정.
7. 색색의 단추가 돋보이는 코트는 문수 권 제품. 가격 미정.
8. 머플러처럼 연출 가능한 모자 장식과 케이프 형태의 큼직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더플 코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 가격 미정.
9. 소매가 짧은 크림색의 코트는 써스데이 아일랜드 제품. 가격 미정.

다시 보니 멋져
개인적으로 핀 스트라이프 패턴을 좋아하지 않았다. 넓고 얇은 선의 조합은 어딘가 투박해 보여서다. 이는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남학교의 핀 스트라이프 교복을 보면서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 시즌 컬렉션 피날레에 등장한 스텔라 매카트니의 모습을 보고 나의 편견은 깨졌다. 넉넉한 품의 핀 스트라이프와 니트 톱의 매치는 산뜻하고 멋져 보였다. 컬렉션에 등장한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코트, 재킷, 스커트 등은 오버사이즈거나 풍성한 페플럼 장식이 더해지자 단번에 입고 싶은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물론 남성적 룩의 모범 답안을 보여준 모스키노의 수트 룩도 충분히 멋지다.

1. 넉넉한 품의 팬츠는 바네사 브루노 제품. 90만원.
2. 옆으로 여미는 독특한 형태의 테일러드 재킷은 스텔라 매카트니 제품. 3백67만원.
3,4. 밑단의 풍성한 주름 장식이 돋보이는 스커트는 스텔라 매카트니 제품. 1백만원대.
5. 랩 스타일의 미니 스커트는 모스키노 제품. 89만원.

첵첵 책임져
체크 패턴은 교복에 많이 사용된다. 직선의 균일한 패턴이 단호하고 정갈한 무드를 만들기 때문. 디자이너들 역시 단정한 수트 룩을 표현하는 데 체크를 활용했다. 이러한 근본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영국의 테일러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부터 남자의 맞춤 수트를만들던 런던 새빌로의 재단사들에게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는 것. 그러니까 우리들의 학창 시절을 지배한 교복의 시작은 영국 신사들의 룩에서 비롯된 셈이다. 대신 랙앤본처럼 미니스커트 아래 스타킹 라인을 드러내거나 슬릿이 있는 스커트를 매치하고, 혹은 위아래를 모두 타탄체크로 입는 식으로 과감하게 스타일링 할 것. 과할까 망설이며 스커트 하나만 입으면 오히려 교복을 입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1. 바이어스 커팅의 체크 스커트는 키이스 제품. 32만9천원.
2. 벨 라인의 타탄 체크 스커트는 헤눅 제품. 17만원.
3. 남성적인 면 소재 셔츠는 보이 by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by 비이커 제품. 46만5천원.
4. 패턴이 돋보이는 캡은 헤눅 제품. 5만원대.
5. 시선을 끄는 타탄 체크 재킷은 모스키노 칩 & 시크 제품. 2백23만원.
6. 주름 장식의 울 소재 스커트는 질 바이 질 스튜어트 제품. 21만8천원.

책가방과 구두
교복 스타일의 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바로 단정한 백이다. 손잡이가 달린 각진 형태의 백은 사립학교 학생들의 것과 다를 바 없으며 A4 용지가 들어갈 법한 크기의 클러치 역시 캠퍼스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스트리트 문화가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90년대 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뒤로 메는 백팩 역시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 더불어 핫한 스타들이 소싯적 책가방 메듯 길게 늘어뜨려 메기 시작하며 수많은 백 브랜드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레이스업 형태의 매니시한 슈즈 역시 스쿨룩을 대표하는 아이템. 물론 매니시한 수트나 유니폼 스타일에 곧잘 매치되는 스테디 아이템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굽을 높여 여성스러움을 살리고, 앙증맞은 프린트 등을 활용해 발랄함은 더했다.

SHOES
1. 태슬 장식 슈즈는 토즈 제품. 60만원.
2. 날렵한 실루엣의 펌프스는 디올 제품. 1백만원.
3. 도트 패턴이 돋보이는 플랫 슈즈는 마크 모크 제품. 12만원.
4. 다이아몬드 버클이 돋보이는 슈즈는 니콜라스 커크우드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1백35만원.
5. 형광 패턴이 인상적인 슈즈는 더 오피스 오브 안젤라 스캇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1백10만원.
6. 태슬 장식 슈즈는 발렌티노 제품. 가격 미정.
7. 매니시한 플랫 슈즈는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

BAG
1. 카무플라주 패턴의 숄더백은 프로엔자 스쿨러 제품. 2백만원대.
2. 사각의 단정한 크로스백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제품. 57만원.
3. 밑 단의 스터드 장식이 돋보이는 백팩은 랄프 로렌 제품. 가격 미정.
4. 파이톤 프린트가 멋진 백 팩은 루즈&라운지 제품. 1백9만원.
5. 실용적인 가죽 소재 백팩은 더 로우 제품. 가격 미정.
6. 산뜻한 다홍색의 토트백은 타마 제품. 45만원.
7. 동그란 형태의 앙증맞은 백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1백15만원.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한슬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아트 디자이너
표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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