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터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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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더욱 아름다운 이 계절을 함께할 간절기 아우터 활용법.

짧은 재킷의 역습
쇼트 재킷의 유행이 돌고 돌아 드디어 거리를 점령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90년대 말 유행을 선도했던 주인공으로, 이번 시즌에는 품이 훨씬 넉넉하게업그레이드되었다. 넉넉한 쇼트 재킷은 귀엽고 여성스러울 뿐 아니라 어떤 아이템과 매치해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크롭트 팬츠와 매치하면 단정한 느낌을, 미니스커트와 매치하면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단, 쇼트 재킷을 입을 때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는데, 로웨이스트 하의와의 매치는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어중간한 길의의 상의가 재킷 밖으로 비어져나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것. 허리가 길어 슬픈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블레이저의 비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이템으로 눈에 띄는 스타일링을 하려면 조금 특별한 감각이 필요한 법. 그래서 거리에서 발견한 스타일링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체크 트렌드를 블레이저 재킷과 조합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템이라도 좋다. 체크무늬가 들어간 다양한 아이템을 블레이저 재킷과 조합하면 센스 있는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둘째, 옷장 깊이 고이 모셔둔 아이템을 꺼내어 함께 매치할 것. 예를 들면 데님 오버올즈나 부츠컷 같은 아이템들을 매치하는 식이다. 마치 타입캡슐에서 꺼낸 듯한 아이템을 테일러드 재킷과 매치하면 테일러드의 정중함으로 촌스러움은 이내 재치 있는 스타일로 둔갑하게 될 것.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클래식하게 드레스업하는 방법이 있다. 베스트, 타이, 행커치프, 필요하다면 멋진 페도라까지 갖추고 댄디한 신사로 변신해보는 것도 좋다.

역시 오버사이즈
내 몸에 적당히 맞는 재킷이 무엇인지가 모호해질 정도로 넉넉한 핏의 재킷이 몇 시즌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박시 재킷의 매력을 한껏 살리려면 재킷의 길이에 따른 느낌을 정확히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허리 위로 바짝 올라간 짧고 박시한 재킷은 귀엽고 엘레강스한 매력이 있고, 발목까지 길게 떨어지는 박시 재킷은 고전 영화의 주인공처럼 클래식하다. 극단적인 느낌을 원하지 않는다면 재킷의 길이는 자신의 허벅지의 반이나 그보다 조금 더 내려오는 길이가 가장 이상적이다. 박시한 재킷 스타일링에서는 하의의 매치가 관건인데, 확실한 임팩트를 주고 싶다면 재킷보다 짧은 하의를 매치해 하의 실종 룩을 연출하거나, 미디 스커트나 헐렁한 데님 팬츠, 혹은 레깅스를 매치해 자연스러운 멋을 낼 수도 있다.

레더 재킷의 무한도전
가죽 재킷을 입는 무한한 방법을 추리고 추려 다섯 가지로 나눴다.

1.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
가죽 재킷의 터프한 매력을 가장 강력하게 살릴 스타일링 비법은 상하의를 모두 블랙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올 블랙 스타일링이야말로 가장 많은 내공이 필요한 영역. 까마귀가 되느냐, 독수리가 되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니까. 가죽 재킷으로 올 블랙 스타일링을 연출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여성스럽게, 아니면 매니시하게. 전자를 원한다면 소재에서 여성성이 마구 풍기는 시폰, 새틴 소재를 매치해 반전의 매력을 살리거나, 벌어진 틈 사이로 관능미를 표출할 수 있는 슬릿 스커트를 매치하는 방법이 있다. 용감하게도 후자를 선택했다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스타일링해야 한다. 매니시한 스타일링 안에는 분명 남자의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으니까. 같은 팬츠라도 여자의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발목에서 절묘하게 재단된 팬츠나 가죽 재킷의 칼라가 살짝 둥근 여성스러운 것을 고르면 된다.

2. 포인트를 찾아서
가죽 재킷을 멋지게 입기 위한 첫 단계는 스타일링의 포인트를 찾는 것, 즉 어디에 먼저 눈이 가길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거리의 패션 피플을 살펴보면 이해가 쉬운데, 유니크한 프린트의 스커트, 현란한 팬츠나 셔츠, 컬러풀한 비니, 비비드한 색깔의 신발을 매치한 이들의 룩을 보면 그들은 가죽 재킷보다 다른 아이템에 시선이 머물기를 바란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의 눈은 재킷이 아닌 다른 쪽에서 먼저 반응한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는다고 디테일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 명품 조연이 되려면, 반드시 가죽 재킷의 디테일을 꼼꼼히 살피고 선택해야 한다. 핏은 적당한지, 스터드가 적당히 장식되어 있는지, 가죽이 견고한지 말이다

3. 프린트와의 조우
칠흑같은 가죽 재킷 위에서 빛을 발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현란한 프린트 아이템이다. 생로랑 컬렉션에서 선보인 빈티지한 꽃무늬나 마리 카트란주의 서정적인 숲 같은 프린트는 검은색 가죽 재킷과 만나면 입체 안경을 쓴 듯 더욱 선명해진다. 제레미 스캇이나 하우스 오브 홀랜드의 팝아트 프린트도 마찬가지. 수많은 검은색 아우터 중에서 굳이 왜, 가죽 재킷이냐고 묻는다면, 가죽 재킷 디자인에 깃든 캐주얼적 요소와 무게감 있는 소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맥시 드레스와 함께 춤을
아무리 롱스커트가 트렌드라도 누구나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롱스커트를 입고 거닐 수는 없을 것. 보기만 해도 호사스럽고 치렁치렁한 맥시 스커트를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가죽 재킷의 거친 매력을 살려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구김이 선명하고,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는 남자들이 입을 법한 라이더 가죽 재킷을 맥시 스커트와 매치하면 적어도 치맛자락으로 바닥을 쓸고 다니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5. 알고보면 쉬운 컬러 재킷
컬러 가죽 재킷은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오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는 다양한 컬러 재킷이 멋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톤 다운된 룩에 컬러 재킷을 매치한 게 특징. 색의 선택도 비비드한 쪽보다는 카키, 그레이, 화이트, 브라운, 네이비 등 자극적이지 않은 색을 선택해 가죽 재킷의 강한 느낌을 중화시켰다. 컬러 가죽 재킷을 데일리 아이템으로 적극 활용하고 싶다면, 보통 재킷보다 한두 사이즈는 큰 것으로 선택하자. 몸에 꼭 맞는 것보다 매치할 곳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랄지 모르니.

트렌치 사랑
영원불멸의 아우터 트렌치코트 역시 간절기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이번 시즌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나 박시한 핏의 코트가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과 크롭트 재킷의 트렌드가 반영되어 크롭트 트렌치코트가 속속 등장했다는 것이다. 스타일링에 있어서는 글래디에이터 부츠나 사이하이 부츠와 함께, 그리고 챙이 큰 중절모 같은 트렌디한 액세서리를 포인트로 한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통이 넓은 복고풍 팬츠나 빈티지 패턴의 니트와 매치해 전통적인 트렌치 자체의 느낌을 반영한 스타일링도 자주 볼 수 있다. 클래식 아이템이지만 최신의 트렌드와 접목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트렌치코트의 장점인 것. 더 추워지기 전에 2013년 버전으로 트렌치코트의 매력을 만끽하길.

보머 재킷 시즌2
어떤 한 아이템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다음 시즌에는 스타일링 법이 변하고, 그러고 나면 사실 빛을 잃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보머 재킷은 이미 시즌2 스타일링이 진행되는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요란한 프린트나 디테일이 배제된 간결한 보머 재킷이 많아졌다는 것. 이에 걸맞게 스타일 링 역시 미니멀하고 성숙해졌다는 게 특징이다. 짧고 발랄한 플레어스커트 대신 미디스커트를, 캐주얼한 데님 팬츠 대신 얌전한 시가렛 팬츠나, 하이웨이스트 롱 팬츠를 함께 매치했다. 또한 보머 재킷의 지퍼를 목 끝까지 채워 흐트러짐 없는 미니멀한 느낌을 부각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테일러드 호황기
어떤 자리에서건 상황에 맞게 변신 가능한 재킷이 바로 검은색 테일러드 재킷이다. 간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리저리 요리하기 좋은 제철 식재료 같은 아이템인 것. 이번 시즌 테일러드 재킷에 커다란 웨스턴풍 펠트 모자를 선보인 생로랑 덕분에 거리는 온통 재킷과 커다란 모자의 만남이 넘쳐났다. 뿐만 아니라 순백의 드레스나 클레오파트라가 착용했을 법한 호사스러운 주얼리와의 매치, 테일러드 재킷이 가진 정중한 무드를 역행하려는 듯한 가죽 팬츠와의 조합 등 그 어느 때보다 재미난 시도가 많았다. 어떤 아이템과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백지 같은 마력의 검은색 테일러드 재킷.다양한 실험을 맘껏 즐길 수 계절은 바로 지금이다.

에디터
김신(Kim Shin)
포토그래퍼
JASON LLOYD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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