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춤꾼을 집결시켰던 <댄싱 9> 무대에서 최후의 MVP로 선정된 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꾸준히 지켰던 비보이 하휘동이었다. 아직 승리의 여운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그에게 한 번 더 앙코르를 청했다.

흰 티셔츠는 American Apparel, 검정 팬츠는 Jehee Sheen, 스니커즈는 Adidas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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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에 스튜디오로 들어선 하휘동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댄싱 9> 결승 무대를 마친 게 불과 며칠 전이었으니 아직은 휴식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카메라 앞에서 날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기를 수십 번씩이나 성실하게 반복했다. 태엽이 풀린 것처럼 빙글빙글 돌다가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다시 끊어질 듯한 흐름을 이으며 가쁘게 움직였다. 물론 즐거운 구경이었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편하게 즐기지는 못했다. “괜찮아요. 이런 건 쉬워요.” 프로그램의 최종 MVP 자리를 차지한 댄서가 별것도 아니라는 투로 이야기했다. “지금 여기가 천국 같아요. 생방송 기간이었던 한 달 반 동안 연습실하고 숙소, 공연장 사이만 오고 갔거든요.” 촬영을 마친 뒤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하휘동이 웃으면서 털어놓는다. 토요일 생방송이 끝나면 긴장이 풀려서 거의 탈진 상태가 됐고, 욕실 순서를 기다리다가 씻지도 못하고 잠들기 일쑤였다. “블루 아이 팀 숙소에는 화장실이 세 개였는데 제가 속한 레드 윙즈 쪽은 두 개뿐이었어요. 딱 한 주 빼고는 토요일 밤마다 무대 화장도 못 지운 채 곯아떨어졌죠. 대신 저희 숙소에는 옥상이 있었어요. 가끔 나와서 바람을 쐬면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각기 다른 장르를 지키던 댄서들은 <댄싱 9>를 통해 울타리 너머와 교류하고, 매주 한 무대에 섰다. 축구, 농구, 배구 선수들이 함께 경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을 테니 당연히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 댄서들은 박자를 꼼꼼히 세고 계산을 한 뒤 비트가 최대한 살아나도록 동작을 만들어간다. 반면 현대 무용가들은 안무 구상을 완벽하게 마친 상태에서 즉흥적인 감정에 몸을 맡기는 편이다. 하휘동은 TV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중 이루다와의 커플 미션인 ‘강남스타일’과 레드 윙즈의 단체 무대인 ‘고스트 오브 스카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았다. 전자는 아쉬움이 가장 컸기 때문에, 그리고 후자는 비보이인 자신에게는 외국어나 마찬가지인 현대 무용을 만족스럽게 경험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무용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몸의 선을 만들고 크게 움직이는 방법 같은 것들요. 예전에는 꺾는 데만 치중했거든요.”

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시절 AFKN에서 본 <소울 트레인>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너무 춤이 추고 싶은 나머지 나이를 속이고 이태원에서 디제이로 일하기도 했다. “댄서들이 죄다 모이는 <문라이트>라는 클럽이 있었어요. 새벽이 되면 비보이들이 겨룰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져요. 용기가 없어서 함부로 나서지는 못했지만요. 그때는 그 작은 원 안에서 춤추는 게 꿈이었어요.” 세계 4대 메이저 대회인 UK 비보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몇 년 전의 과거다. 의미 있는 수상이었지만 한국에서의 반향은 기대 이하였다. 해외에 다녀올 때마다 오히려 허탈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래도 붙들고 버틴 거죠.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는 올해로 서른다섯이 됐다. 댄서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서도 활동하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모든 건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안은 있어요. 전보다 몸을 자주 다치거든요. 그래서 자기 관리가 중요한 거겠죠. 나이가 들면 더는 춤을 출 수 없다는 생각을 제가 깨고 싶기도 해요.” 결승 무대가 있기 한 달 전쯤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MVP로 선정될 경우 하고 싶은 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아이스크림 먹기, 그리고 여행. 아직 아이스크림은 못 먹었다고 했다. 여행은 11월 초의 갈라쇼가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혼자 동남아에 가고 싶어요. 제가 추운 걸 싫어하거든요. 따뜻한 곳에 가서 여유롭게 바다를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