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패션 에디터들은 손으로 겨울 옷을 만지고, 눈과 머리로 봄 옷을 헤아렸다. 뉴욕에서 시작해 런던과 밀라노를 거쳐 파리까지, 한 달간의 2014년 봄/여름 컬렉션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에디터들의 감식안에 포착된 이슈들!

공간을 이야기할 때 시각적으로 중요한 것이 ‘빛’이다. 그런 점에서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컬렉션은 가히 완벽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나열된 핀 조명이 켜지자 잘 재단된 그의 미니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날렵한 워킹을 시작했다. 요즘은 쇼에서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결국 무엇을 얼마만큼 보고 느끼느냐는 자신에게 달린 것이리라.

샤넬 공방의 장인들이 올해에는 또 무엇을 한땀 한땀 수놓았는지 기대하게 하는 오트 쿠튀르 프레젠테이션. 이번 시즌 그들이 집중한 것은 깃털이었다. 깃털의 뼈대를 모아 패턴을 만들거나 깃털 모양으로 촘촘히 수를 놓는 식. 언제나 ‘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진지하고 숭고하게 패션의 영역을 지키는 그들에게 박수를.

컬렉션 마지막 날, 제임스 터렐의 전시를 보기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았다. 단순한 벽과 색채만으로
오묘한 빛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빛의 아름다움, 그것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눈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보고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쉽고도 어려운 그 진리를 깨닫게 해준 전시다.

액세서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타쿤의 진주 백 시리즈. 미니 파우치에 스트랩을 진주로 엮어 길게 늘어뜨리는 식이었다. 손에 칭칭 감거나 크로스로 메거나.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이 연출되어 마음에 쏙 든다. 다음 시즌 스트리트를 점령할 아이템이 될 거다.

뉴욕에서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평범한 그래피티지만 2014 S/S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90년대 트렌드를 생각하면 짚고 넘어가야 할 사진이 된다. 이 벽의 그림들을 그대로 옮겨 프린트로 만들어도 꽤 멋진 룩이 탄생할 것 같으니까. 재기발랄한 젊은 브랜드들의 쇼가 많이 열리는 밀크 스튜디오 근처에서 포착.

아티스틱한 조명 장식이 함께한 제이슨 우의 컬렉션. 우월한 키와 거침없는 워킹이 돋보이는 칼리 크로스는 ‘내가 바로 슈퍼모델’이라는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자신의 존재감도 드러내면서 옷을 돋보이게 하는 그녀의 능력이 바로 슈퍼모델이라는 증거.

파파라치에게 사진 찍히는 옷 잘 입는 스타에서 벗어나 어엿하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매 시즌 탄탄한 구성과 완성도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견실하게 다지고 있는 올슨 자매. 컬렉션을 마치고 쇼장 입구에 서서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호들갑떨지 않고 조신하게,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비주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프로엔자 스쿨러 쇼장 앞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나의 우상 카린 로이펠드테리 리처드슨.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카린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자신이 광고에 나왔던 지방시의 클러치를 들고 귀여운 포즈를 취했다. 테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엄지를 투척.

얼마전 국내에 론칭한 레베카 밍코프 쇼. 린지 윅슨의 사랑스러운 모습처럼 젊고 발랄하고 건강한 뉴욕걸을 위한 룩이 펼쳐졌다. 특히 자네 모네의 라이브 공연이 함께해 쇼 장 안은 콘서트만큼이나 열광적인 무드가 연출됐다. 꽃과 붓 터치가 섞인 초대장이나 자리에 놓인 날염 프린트 티셔츠처럼 밝고 건강한 무드가 물씬 전해진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