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던 구멍가게와 시장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작은 구멍가게를 큰 마음으로 지키는 사람들, 좌판을 깔고 다양한 상인들을 한데 불러 모은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서울의 상인들

피노키오 책방
안녕하세요. 피노키오 책방의 주인장 이희송입니다. 피노키오 책방은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그래픽 노블을 중심으로, 그림이 있는 책들을 소개하는 연남동의 작은 동네 책방입니다.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두 달 반, 여전히 동네 서점의 성격을 지키면서도 최소한 서점의 유지가 가능한 정도의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래도 동네 서점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선 찾을 수 없는, 사람이란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굳건합니다. 그래서 책방 안에 책방 규모에 비해 큰 의자를 놓기도 했고, 바닥에 앉아 책을 보시라고 인조 잔디를 깔기도 했고, 책방 앞 평상도 자유롭게 쓰셨으면 하고, 곧 벤치도 놓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책값은 제값을 주고 팔고 싶습니다. 사실 동네 책방은 대형 서점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책값을 할인해드리는 것 외에, 손님들께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제가 드리는 요구르트와 과자는 부족하나마 그런 마음의 표현입니다. 사실은 책방 문을 처음 열면서,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굳이 멀리까지 오셔서 책을 구매하며 “이 책방이 없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구매하는 겁니다”라시던 손님들을 보면 감동받곤 합니다. 저의 실험이 성공으로 끝날지, 실패로 끝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네 서점을 차리고 싶은 또 다른 분들이 계시다면 저의 실패에서도 성공에서도 무언가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래서 동네마다 동네 서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1. 인도의 타라북스 출판사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Waterlife>.
2. 크레이그 톰슨의 신작 <하비비>.

개인주의 야채가게
안녕하세요. 개인주의 야채가게의 사장님, 유재인입니다. 저는 원래 시각미술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작업이 어찌나 안 풀리는지, 덕분에 돈을 벌 수도 없어서 작업실에서 밥만 해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양의 단위가 감당할 수 없이 큰 거예요. 그래서 야채와 과일을 낱개로 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사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힘들게 월세 내면서 살아가느라 매일 밖에서 맛있는 거 사먹을 수도 없는 처지인데, 그들에게 싱싱한 한 끼 식탁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론 주어진 대로 살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내고도 싶었습니다. 대파를 한 단씩 판다고 그냥 한 단씩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쪼개서 나눠 가질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이죠. 그러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소액다컴 공모에 당선되어 지난 7월 26일부터 서교예술실험센터 앞에 노점을 차렸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돗자리 위에 각종 야채와 과일을 펼쳐놓고, 바나나도 하나씩 팔고 대파도 한 대씩 나눠 팔죠. 기대와 달리 마이너스 장사이지만, 이 프로젝트가 망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나의 이상이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지 실험하는 과정 자체로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개인주의 야채가게 노점은 공식적으로 11월 3일에 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경제적 대안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니만큼, 이 개념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전통시장에서 물건 하나씩 낱개로 뜯어 파는 코너를 만들면, 혼자 사는 젊은 사람이 전통 시장에 가지 않을까요? 카페와 같은 열린 공간에서 공유 냉장고를 만들어놓고 필요한 만큼의 먹을거리를 가져가고 돈을 내는 방식은 어떨까요. 어쨌든 11월 3일, 작은 파티를 열려고 합니다. 파티에 놀러 오셔서, 싱싱한 한 끼로 위로도 받고 주어진 대로 살지 않기 위해 머리를 맞대보고 싶습니다.

모든 야채와 과일을 낱개로 판매하는 개인주의 야채가게에서는 사과 한개, 토마토 한 개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파 한 단까지 나눠서 판매한다.

김밥레코즈
안녕하세요. 김밥레코즈를 운영하는 김영혁입니다. 김밥레코즈는 우량 음반을 발매하고 좋은 공연을 기획하는 레이블이자, 작은 레코드 숍이기도 합니다. 지난해까지 꼬박 13년을 음반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둘 당시만 해도 레이블을 차리거나 레코드 숍을 열 계획 같은 건 전혀 없었는데, 이 공간도 개인 작업실이 필요해서 구했던 건데. 늘 그렇듯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군요. 하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숍은 아니라서, 이 좁은 공간에 님들이 찾는 모든 음반을 구비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가 들여온 음반, 소개하고 싶은 음반, 그리고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레코드 가운데 이 정도면 추천해주고 욕은 안 먹겠다 싶은 음반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CD와 LP의 비율은 반반이지만, LP 중심으로 업데이트를 해서인지 LP를 찾는 손님이 많은 편이죠. 서울 시내 LP 가게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클래식이나 재즈를 위주로 하는 곳이 많아서, 흑인 음악은 물론 인디록과 팝까지 다양하게 소개하는 이곳이 마음에 드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밥레코즈에선 대부분의 음반을 들어보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격 역시 너무 비싸게 팔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 중고 음반의 경우 터무니없이 비싼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경우가 많아, 저 역시 이렇게까지 비싸게 사야 하나 생각했던 오랜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레코드 숍으로 돈을 벌어서 생활을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간과 돈이 남아 돌아서 하는 취미 생활과도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왠지 쪽박 차는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물리적인 음반을 사는 사람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음악을 안내하는 데 있어 DJ나 저널리스트와는 다른 영역에서 레코드 숍 주인장만이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분명히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1천만 명이 넘게 사는 서울 시내에, 이런 레코드점 하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너무 근거 없는 희망일지도 모르지만요.

1. 그리즐리 베어의 <Shields>.
2. 휴대가 가능한 뉴마크의 포터블 턴테이블.
3. 배틀스의 <Gloss Drop>.

시장에 가면

워크스
안녕하세요. 워크스의 대표 이연정, 이하림입니다. 맨 처음 저희 둘이 함께 워크스를 만들었고, 지금은 멤버로 합류한 박지성과 함께 셋이서 워크스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희는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대학 동기입니다. 학교 다니면서 1년에 한 번씩 달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달력을 테이프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대량생산을 하게 됐는데, 그 달력을 팔기 위해 판매처를 알아보다가 개인이 무언가를 팔기 위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계약 과정이 을에게 너무 불리한 데다, 복잡한 조건을 전부 갖춰야 했거든요. 이렇게까지 귀찮아야 하나 싶었고, 그래서 우리가 팔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워크스를 차렸습니다. 원래 2011년 여름 이슬람 사원 근처의 이 공간을 구한 이유는 디자인 스튜디오이기도 한 워크스의 작업실로 이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19일 위탁판매소 워크스 역시 문을 열었죠. 우리는 입점 심사를 하지 않습니다. 만든 사람 누구나 와서 팔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니까요. 시작 단계선 셀러가 총 10팀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80~90팀으로 늘어났습니다. 워크스가 많은 분께 알려진 건 ‘과자전’ 덕분이었어요. 도쿄의 어느 카페에서 로컬 베이커들이 만든 빵과 과자를 한데 모아서 파는 걸 보고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위탁판매소라면서 과자전은 또 무언가 하는 분도 계셨겠지만, 당시 이곳에 입점해 있는 작가들과 함께 과자전 에디션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히 가게, 판매 플랫폼이 아니라, 이곳에서 무언가 새롭고 다른 일을벌일 수 있어 즐겁습니다. 얼마 후엔 대구에서 순회전을 열 계획이에요. 워크스에서 파는 물건을 가지고 대구로 내려가 이동식 가게를 펼치는 거죠. 디자이너로서의 우리는 고객으로부터 요청 받는 작업뿐만 아니라, 워크스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위한 자율적인 작업에서 큰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워크스가 다른 작가들께 그런 욕구를 자극하는 공간이 되기를, 이 안에서 다양한 작업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1. 흔히 청테이프라 부르는 덕테이프로 제작한 ‘길용랩(gilyon lab)’의 카드 지갑.
2. ‘heart stealer’의 향이 나지 않는 좀비 캔들 중 A Man.
3. 다양한 디자인의 동물초가 인상적인 ‘멜로우송캔들’의 곰 캔들.

이태원 계단장
안녕하세요. 이태원 계단장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모임 우사단단을 꾸려가고 있는 오단입니다. 저는 청년들이 장사와 문화를 결합해 재미있는 활동을 벌이는 단체 ‘청년장사꾼’의 멤버입니다. 이슬람사원 앞에 위치한 ‘사원앞 카페벗’은 청년장사꾼이 오픈한 첫 번째 매장입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지역의 문화를 만들고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 작업실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 그저 이 동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모아 우사단단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난겨울,날씨가 따뜻해지면 장터를 열어보자 의기투합했습니다. 사실 우리 동네는 낙후된 부분이 많습니다. 처음 놀러 온 분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죠. 그래서 다른 동네 사람들이 겁내지 않고 놀러 오기를, 그래서 우리 동네가 더욱 예쁘고 활기차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처음엔 30~40명 정도였던 셀러들이 지금은 70팀 정도로 제한을 해야 할 만큼 늘어났습니다. 갈수록 장사가 잘되는 장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 또한 뿌듯합니다. 하지만 고쳐나가야 할 점도 아직은 많습니다. 쓰레기를 걱정하는 주민이 많아서, 매번 장터가 끝날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꼼꼼히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지난여름엔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오신 여성 셀러들이 있기도 했고 술이 들어간 음료를 파는 셀러도 있었는데, 이슬람 사원 앞에선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계단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 계단장 땐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께서 계단 맨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구경하시며 꽃을 사시기도 했고, 언젠가는 동네의 외국인 꼬마들이 물건을 팔기도 했으니까요.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동네 주민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조금 더 우리만의 색깔을 지닌 장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1. ‘MK Leather Work’의 핸드메이드 가죽 팔찌.
2. 매 호마다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매거진 <헤드에이크>.
3. 빈티지 편집 상점 ‘20세기 싸롱’의 소방관 헬멧.
4. 지구의 신비로운 모습이 담긴 ‘서울러 부띠끄’의 카드 홀더.
5. ‘해방촌 감카페’의 수제 잼 가운데 자몽잼, 계단잼, 청사과와 라임잼.

더 하베스트 플리마켓
안녕하세요. 계동에 위치한 라운지 비스트로 카페, 더 하베스트의 넷째 사장 배영민입니다. 더 하베스트는 일요일에 쉽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마당과 테라스도 넓은데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같이 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지난해 3월 처음 시작된 더 하베스트 플리마켓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플리마케터들이 등장하는 플리마켓이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본질로 돌아가자, 소규모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까지도 생각하지 말자, 그저 집에서 안 쓰지만 버리긴 아까운 물건을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더 하베스트 플리마켓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돈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플리마켓 일주일 전에 열리는 셀러들의 모임에서 늘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여기선 돈은 못 번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전문 셀러가 있다면 안 오는 게 좋을 거다, 10분간 시간을 줄테니 지금 가도 좋다 이렇게 말이죠. 이 자리를 통해 돈 대신 얻고 싶은 게 있다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입니다. 그래서 모든 행사에 뒤풀이 자리를 마련합니다. 참여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되지만, 거의 대부분이 참여하기 때문에 기획자와 셀러로서가 아니라, 정말 친구로서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베스트가 쉬는 일요일날 플리마켓이 열려도 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만든 페스티벌에서 나 역시 손님으로 노는 거고, 무엇보다 저 역시 살 게 많으니까요. 멀리 내다본다면 여기서 만난 사람들 이곳에서 함께 놀았던 사람들이 어떤 누군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라고 있습니다. 그저 취미 생활로 즐기는 사람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이 판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잘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 중심점에 우리가 있으면 더 좋고 말고요.

1. 수입 파티용품 전문점 ‘파티키니’의 행잉펜.
2. 깨질 위험이 적은 ‘더베일리캔들’의 틴케이스 소이 캔들.
3. 양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빼를라공방’의 에코백.
4. ‘젤리쌀롱’의 동물 모양 펜던트 목걸이.
5. 따뜻한 패턴의 패브릭 소품을 만날 수 있는 ‘말랑루나’의 씨앗 패턴 쿠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