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 자전거, 날 버리고 떠나간 너’를 애잔하게 노래하는 모던로커와 ‘돈, 좋은 차, 여자’를 대놓고 읊는 히파퍼는 이렇게나 다르다.

모던로커들에게 둘러싸여 지내온 지 어언 8년. 남자 여자를 떠나 복잡하고 섬세하고 감정이 겹으로 층층이 쌓여 있어 속을 짐작할 수 없는 인간들에게 익숙해진 나였다. 지금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알 수도 없고(정답은 좋기도 하면서 싫기도 한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상태), 연락을 해오는데 만나면 뜨뜨미지근한(정답을 보고는 싶은데 감정이 복잡하여 만나면 태도가 애매하게 나오고, 그 와중에 자존심도 걸려 있는 그런 상태)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기도 하다가 어쩌다 보게 된 몇몇 히파퍼들은 몹시도 충격이었다. 일단 그들은 여성의 외모를 칭찬하는 데 능했다! 내가 괜찮은 옷을 입거나 화장이 잘되었을 때 모던 로커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1 아이쿠야 하면서 눈 가리기(옷에 노출이 좀 있었을 시), 2 누구세요?(화장 전후가 많이 다를 시 – 근데 누구나 많이 다르잖아!) 3 오…(뭔가 좀 괜찮아 뵈는 데 할 말은 딱히 없을 시)

그런데 힙합 동네에 갔더니 ‘오늘 옷 진짜 멋지시네요!’라거나, ‘오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이런 말들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잘도 하는게 아닌가. 나는 그런 소리에 익숙지 않아서(칭찬도 들어본 놈이 들을 줄 안다고) 어버어버 거리기만 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때부터 모던록 하는 남자들과 힙합하는 남자들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모던록 쪽의 방대한 임상실험 결과와 자료에 비해 힙합 쪽의 자료는 너무도 빈약했다. 고로 이 글은 앞에 미리 밝혀두었듯 추측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음을 미리 사죄드리며, 하지만 너무 잘 알고 있으면 ‘남자 다 똑같지 뭐~’라는 결론에 바로 다다라서 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 무책임한 추측에 스스로 면죄부를 준다. 일단 둘의 성향 차이는 가사에도 나오는 것 같다. 힙합계의 가사가 ‘너와 밤을 보내고 싶어 베이비걸’ 이런 식이라면 모던록은 ‘너와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상상을 무심코 하고 마는 나의 볼이 달아올라’ 이런 식이다. 절대! 아침을! 보내자고! 하지! 않지! 면피의 영역을 만들어 놓는다고 할까. ‘돈, 좋은 차, 여자’를 대놓고 가사에 밝히는 히파퍼와 ‘허무, 자전거, 날 버리고 떠나간 너’를 얘기하는 모던로커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좀 더 찾아보자.

친구 A는 히파퍼는 기성용이고 모던로커는 구자철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솔직하고 단순하고 시원하고 내가 ‘짱쎄!’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사랑도 거창하게 하는 게 기성용 스타일 히파퍼라면 구자철 스타일 모던로커는 좀 구글구글하고(주:구자철이 오글거리는 말을 할 때 쓰는 말)평소에 헤실헤실하고 다니다가 그라운드에서 시비 붙으면 돌아버린다거나 양면성이 있는 와중에 연애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하다가 갑자기 결혼! 오오 일리 있다. 친구 B양이 제시한 가설은 좀 더 그럴듯했다. 청소년기에 2pac에 빠져든 남자애들과 커트 코베인에 빠져든 남자애들은 시작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둘 다 음악사에 길이 남을 영웅이지만 한 명은 정점에서 총에 맞아 죽었고, 한 명은 스스로에게 총을 쏘았다. 오오 뭔가 깊이 있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현역 래퍼에게 물어보았다. 편견 가득한 추측을 쏟아냈더니 ‘에이 사람 따라 다르지요’라고 한 그였지만 ‘모던록계에서는 6개월 동안 날 업신여기던 남자가 어느 날 술 마시고 사실 널 처음부터 좋아해왔어 고백해오는 일이 흔한데요’ 하니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 이상하지, 그게 모던록이야. 소문에 의하면 힙합계에선 다른 사람이 채갈까봐 득달같이 작업을 한다고 한다. 역시! 하지만 히파퍼의 말이 맞다.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 바이 사람이라 정말로 좋아하게 된 사람 앞에선 히파퍼든 모던로커든 긴장하고 소심하게 굴고 실수도 하고 뭐 그러겠지. 결국 한국남자니까 결혼하면 우리 엄마한테 잘했으면 좋겠어, 이런 말도 뭐 하겠지. 그리고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왠지 힙합계가 좀 더 좋은 듯 써두었지만 내 자라온 곳 모던록계 음흉한(?) 사람들이 훨씬 좋고 편하다는 사실을 밝힌다. 왜냐면 나도 꽤 음흉하니까. 그리고 나도 허무와 날 버리고 떠나간 너로 음악 하는 사람이니까. –글 │ 오지은(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