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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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지배하는 자, 프란시스 커정이 한국을 찾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퍼퓸 브랜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W Korea> 본래 발레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조향사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발레 스쿨을 다녔지만 그다지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당연히 졸업 후에도 극단에 취업하지 못해 다른 일을 알아봐야 했는데, 때마침 퍼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 폴 고티에 ‘르 말(LE MALE)’의 성공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다들 천재 조향사라 칭하는데, 본인 역시 타고난 조향사라 생각하는가?
전혀. 오히려 노력형에 가깝다. 심지어 처음 퍼퓨머리 스쿨에 다닐 때는 레몬과 오렌지의 향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때문에 더 열심히 했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 또 하나. 조향사가 반드시 좋은 코를 가져야 하는 건 아니다. 시력이 좋은 포토그래퍼가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듯이, 훌륭한 퍼퓨머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좋은 브레인과 뛰어난 감각이다.

당신의 조향 인생에 영향을 미친 클래식 향수 세 가지를 꼽자면?
머스트 드 까르띠에(MUST de Cartier). 톱 노트에 그린 노트를 쓰면서도 베이스 노트에는 겔랑의 샬리마처럼 굉장히 오리엔탈한 향을 조합한 최초의 향수다. 나에게 향수란 머스트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 옴므, 샤넬 코코 마드무아젤.

무엇이 메종 프란시스 커정을 특별하게 만드는가?
나는 우리의 컬렉션을 종종 ‘옷장’에 비유하곤 한다. 아주 심플하고 편안한 복장부터 파티를 위한 드레스까지, 정말 다양한 느낌의 제품이 공존한다. 이를테면 APOM은 남자친구의 화이트 셔츠 같은 향수다. 얼핏 남성 향수가 떠오르지만, 여성이 사용했을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 아미리스는 파리지엔의 시크한 멋을 닮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련되어 질리는 법이 없다. 반대로 아쿠아 유니버셜은 아주 베이식한 아이템이다. 상쾌하고 깨끗한 느낌이 누가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화이트 티셔츠나 진(Jean)과 비슷하다.

파리에서 개인 맞춤형 향수 제조(Bespoke Fragrance Atelier in Paris)를 시작한 최초의 조향사다. 일반인이 자신의 향을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팁이 있다면?
솔직히 말해 나는 개인이 향수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향수는 단순히 향을 섞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훨씬 더 복잡한, 화학적인 작용이 존재한다. 향료 저마다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믹스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향을 완성하기도, 그 향을 지속시키기도 어렵다. 최근 유행하는 향수 레이어링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문 조향사가 곁에서 그 일련의 과정을 함께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향수를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가 있다면?
1 절대 문지르지 말라. 특히 손목 안쪽에 향수를 뿌린 다음 양쪽 손목을 맞대고 비비는 습관은 당장 버려야 한다. 이는 체온으로 인해 향수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법칙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2 보통은 정맥이 뛰는 부분 가까이에 향수를 뿌려향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하는데, 사실 한국과는 맞지 않는 방법이다. 덥고 습도가 높아 향이 변질되거나 날아가기 쉽기 때문. 대신 옷의 안쪽 면에 뿌릴 것을 권한다. 피부와 가까우면서도 온전히 피부는 아닌 곳이다.
3 다양한 액세서리를 이용한다. 매일 착용하는 가죽 소재 팔찌에 향수를 뿌리거나 향수 대신 향 주머니가 달린 목걸이, 향수 라인의 세제 등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은 이제 막 니치 향수 시장이 열리는 시기다. 딥티크, 크리드, 조말론 등의 브랜드와 다른 메종 프란시스 커정만의 아이덴티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럭셔리 프레이그런스 컴퍼니’. 여기서 럭셔리란 제품이 굉장히 디테일하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날, 본인을 위해 사용하는 향수가 있나?
평소에는 향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나에게 향수는 일종의 업무이다. 일을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향수를 맡고 테스트하는 대신 그 외의 시간에는 향수를 멀리하고 주변의 다양한 자연의 냄새를 맡으려고 한다.

1 APOM(A Part of Me) 오드 퍼퓸 70ml, 가격 미정.
2 아쿠아 유니버셜(Aqua Universalis) 오드 뚜왈렛 200ml, 가격 미정.
3 아미리스(Amyris) 오드 퍼퓸 70ml, 가격 미정.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포토그래퍼
엄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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