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방황한다. 쉬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고수가 그 선한 눈망울을 가지고, 치열한 야망을 연기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태주는 착하지 않아요. 작가님이 그러더군요. 착한 사람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양보하는 사람이라고요.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결코 양보하지 않는, 태주의 바로 그런 면에 끌렸어요."

“태주는 착하지 않아요. 작가님이 그러더군요. 착한 사람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양보하는 사람이라고요.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결코 양보하지 않는, 태주의 바로 그런 면에 끌렸어요.”

 

드라마 을 통해, 고수는 장태주라는 새로운 인생을 막 받아들었다.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상처를 시동 삼아,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성공을 액셀러레이터 삼아,결국 굴지의 재벌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질주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통해, 고수는 장태주라는 새로운 인생을 막 받아들었다.
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상처를 시동 삼아,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성공을 액셀러레이터 삼아,
결국 굴지의 재벌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질주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속에서 20년의 세월을 통과하는 인물, 도저히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 배우가 그런 인물을 선택했다는 건, 얼마간의 혼란과 고뇌를 견디겠다는 의미다.

드라마 속에서 20년의 세월을 통과하는 인물, 도저히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 배우가 그런 인물을 선택했다는 건, 얼마간의 혼란과 고뇌를 견디겠다는 의미다.

“왜 거기 계세요. 여기 앉아요. 얘기나 해요.” 더위와 습기와 잠, 그리고 살갗으로 뛰어드는 모기마저 감내해야 하는 여름밤의 드라마 야외 촬영 현장. 여기에 수첩을 들고 졸졸 따라다니는 낯선 외부인의 출현까지 겹쳐 스태프들의 심기가 더욱 날카로워지면 어쩌나, 낙산공원의 어느 구석에서 숨소리도 죽인 채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선하고 느릿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고수가 어둠 속에서도 또렷이 보이는 말간 얼굴과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서울의 밤을 내려다보며, 이 도시를 전부 가지고 싶다고 읊조리던 장태주다. 지난해 방영된 <추적자 The Chaser> 이후 조남국 PD와 박경수 작가가 다시 뭉친 새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통해, 고수는 장태주라는 새로운 인생을 막 받아든 참이었다. 그는 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상처를 시동 삼아,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성공을 액셀러레이터 삼아, 결국 굴지의 재벌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질주하는 인물이다.

“태주, 참 어려워요.” 벤치에 앉아 물을 꿀꺽 삼키며 속내를 털어놓는 배우의 순한 눈매에, 바로 오늘 아침 7시 30분 일산 SBS제작센터에서 마주친 서늘한 눈빛이 교차됐다. 여자친구의 통금 시간을 지켜주겠다며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시내를 달리던 청년으로 CF에 등장한 15년 전 이래로, 언제나 선량하고 반듯한 눈망울로 기억되는 배우였기에 사뭇 낯설었다. “장태주는 감정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 내리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1, 2회 방영분을 보면서, 많은 장면을 그냥 흘려보낸 건 아닌지 후회가 되더라고요. 촬영 일정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면, 어느 날 아침엔 눈의 초점이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지칠 때가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정신없이 연기하고는, 항상 뒤늦게 후회하는 거예요.”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이후 꼭 3년 반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유 역시, 태주란 인물이 참 어려워서였다. “태주는 착하지 않아요. 작가님이 그러더군요. 착한 사람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양보하는 사람이라고요.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결코 양보하지 않는, 태주의 바로 그런 면에 끌렸어요.” <황금의 제국>을 택한 숨겨진 이유가 하나 더 있기는 하다. “제가 부동산 디벨로퍼로 나오거든요. 언제 이런 전문직 맡아보겠어요?(웃음)”

극 속의 삶과 자신의 진짜 인생 사이를교차하는 것. 배우가 된다는 건그 끝없는 반복을부지런히 감내하는 일이다.

극 속의 삶과 자신의 진짜 인생 사이를
교차하는 것. 배우가 된다는 건
그 끝없는 반복을
부지런히 감내하는 일이다.

 

"연기에 있어선, 여전히 방황하고 있어요. 매번 어떠게 하면 좋지, 그래요."15년을 꼬박 배우로 살아왔으면서도, 고수는 여전히 방황하고 쉬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연기에 있어선, 여전히 방황하고 있어요. 매번 어떠게 하면 좋지, 그래요.”
15년을 꼬박 배우로 살아왔으면서도, 고수는 여전히 방황하고 쉬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꼬박 15년을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린다는 가정하에 전문직이 되지 못할 직업은 없겠지만, 지난 15년간 부침 없이 연기해온 고수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듯했다. “연기에 있어선, 여전히 방황하고 있어요. 매번 어떻게 하면 좋지, 그래요.” 그러면서도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장태주로서 20년을 살아내야 하는 이번 도전을 밀쳐내지 않았다. “이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태주 또한 성장하겠죠. 지금은 94년의 태주로 100%를 다하고 있지만, 2010년의 태주가 보여줄 수 있는 100%는 또 다를 거예요. 그래서 태주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보기엔 다 똑같으면 어쩌죠?” 쉬이 끝나지 않을 듯한 그의 질문과 달리, 짧은 여름밤은 이미 끝나 있었다. 새벽 5시, 새로운 날의 빛과 공기가 서서히 몰려들 즈음 촬영이 종료되었다. “우리 악수하죠.” 촬영장을 빠져나가다 말고, 다시 돌아온 고수가 악수를 청했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가슴을 차갑게 내리누르는 장태주가 잠시 사라진 자리를, 다시금 말간 얼굴과 선한 눈망울을 지닌 배우가 채우고 있었다. 어쩌면 그를 여전히 방황하게 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게 극 속의 삶과 자신의 진짜 인생을 교차하는 끝없는 반복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