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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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사람들 수만큼이나 다양한 여행 방식이 존재합니다. 더블유의 감각 있는 친구들에게서 과외 받듯 들어보는 그들만의 특별한 여행지, 그 장소에서 잊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

<속초> Sokcho 김민철 (TBWA 카피라이터)

1 낙산해수욕장
낙산사까지 왔다가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절안을 둘러보는 내내 쭉 뻗은 이 해수욕장이 눈에 걸릴 테니. 해안의 길이만 1.8km가 넘는다. 눈부터 마음까지 다 시원해진다. 여름에는 엄청난 관광객이 몰린다니 그때는 피하는 게 좋을지도.

2 북청닭강정
중앙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만석닭강정. 성수기엔 몇 시간씩 줄을 선다. 하지만 줄 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왜 꼭 그 집인지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냥 유명하다니까, 라는 답이 전부다. 손님도 적고 훨씬 더 맛있는 집은 지척에 있다. 한 입 맛보는 순간, 줄 서느라 허비한 지난날에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3 박지영공방
중앙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만석닭강정. 성수기엔 몇 시간씩 줄을 선다. 하지만 줄 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왜 꼭 그 집인지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냥 유명하다니까, 라는 답이 전부다. 손님도 적고 훨씬 더 맛있는 집은 지척에 있다. 한 입 맛보는 순간, 줄 서느라 허비한 지난날에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4 동명항
대포항은 유명하다.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동시에 호객 행위도 넘쳐난다. 우리가 속초에 기대하는 건 그런 게 아닌데. 싼값에 신선한 생선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은 동명항에서 이루어진다. 자연산 잡어들을 종류대로 맛볼 수 있는데, 하나같이 다 맛있고, 하나같이 다 이름을 모르겠더라.

5 봉포머구리집
그러니까 이런게 딜레마다. 손님이 너무 많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덩달아 맛도 예전 같지는 않은데 대안이 없다는 것. 이 집 물회의 화려한 비주얼을, 이 집 성게알비빔밥의 독보적인 성게알 인심을 어디 가야 찾을 수 있을까? 대안이 없으니, 계속 갈 수밖에.

6 영랑호
봉포머구리집에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오면 왼쪽은 동해바다 오른쪽은 영랑호다. 한적한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나오는 벤치에 앉아서 호수와 설악산을 한눈에 담자.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질리기는커녕, 계절별로 다른 영랑호와 설악산의 모습에 다음 계절에 또 찾게 될 거다.

<부산> Pusan 신혜영 (전 버버리 홍보 담당)

1 원조언양불고기
광안리 언양불고기 골목에서해변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원조언양불고기는 그 삼삼한 양념과 부드러운 한우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부산에서 회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함께 구워주는 감자와 식사 후 나오는 배추 얼갈이 찌개가 예술이다.

2 파크 하얏트 부산
올해 2월 오픈한, 감히 ‘전국에서 가장 핫한’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호텔. 대부분의 룸이 스위트고, 광안대교의 환상적인 전망 혹은 마리나 요트 경기장의 이국적인 전망을 자랑한다.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모던한 건물 안은 의외로 한국의 미를 가득 담고 있다. 특히3 2층의 메인 레스토랑 ‘다이닝 룸’은 한국의 빈티지 소품으로 장식되어 한국의 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3 파라다이스 호텔 야외 스파 씨메르
해운대를 바라보며 한겨울에도 야외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곳. 천연 온천수를 쓴다는 이 스파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정원 같다. 스파 곳곳에 소나무와 향나무가 심어져 있어 자연 힐링하는 느낌. 온열 베드가 있어 바람이 불어도 그리 춥지 않다.

4 아까무스
외지 사람은 거의 모르는 이 생선은 일명 ‘빨간고기’라고 불린다. 부산 여행에서 구입해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면 부산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광안리 최고의 횟집인 수정궁에서 생선구이를 주문해도 맛볼 수 있다.

5 이기대
해운대 마린 시티 쪽에서 바라볼 때 광안대교 끝쪽에 섬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이기대다. 기암절벽 사이로 파도가 들이치는 곳으로 광안대교와 해운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작은 둘레길이 단장되어 있고, 왼쪽으로는 넓은 암석들이 있어 마치 제주도 용머리 해안의 느낌을 주는 곳.

6 비비비당
보석 같은 한국차 카페. 곳곳에 놓인 고가구, 다도에 쓰이는 도자 등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쉽게 볼 수 없는 녹차를 비롯해 20여 가지가 넘는 야생꽃차가 있다. 큰 창으로 보이는 청사포의 풍경이 맘을 설레게 하고, 작은 다락방에 앉아서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외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만하다.

7 스페인 클럽
6월 1일 오픈한 따끈따끈한 레스토랑. 해운대 바닷가와 바로 인접한 팔레 드 시즈 건물에 오픈바로 되어 있어 정말 외국의 해변 바에 와 있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스페인 셰프가 직접 오픈 키친에서 요리를 하고, 샹그리아와 타파스를 즐길 수 있다. 6월 중순부터는 새벽 2시까지 연다고 하니 얼마나 붐빌지!

8 해운대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나의 친구들은 벌써 코스트코의 백팩 비치체어를 메고 하나 둘씩 해운대에 모여 아침부터 햇살을 즐긴다. 봄에서 초여름, 주말에 수영복과 운동화를 가볍게 들고 와 해운대 해변의 라이프를 만끽해보길.

<전주> Jeonjoo 진명현 (영화 프로그래머)

1 한옥마을 공방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한옥마을에는 운치 있는 고택부터 세련된 카페까지 연인들을 위한 장소가 많다. 하지만 혼자인 관광객이라면 오히려 독특한 공방 앞에서 발이 멎을지도 모르겠다. 젊은 청년이 각양각색의 수공예품을 만들던 가게에서 수저 한 벌을 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풍년제과 초코파이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먹어버릴 수가 없어서 그런가?

2 풍년제과의 초코파이
대전 성심당의 튀김 소보루, 군산 이성당의 단팥빵과 함께 제빵업계의 아이돌로 꼽히는 게 바로 전주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다. 라뒤레의 마카롱처럼 호사스러운 디저트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그저 크림과 딸기잼이 든 초코쿠키 샌드일 뿐인데 그 소박함이 꽤나 중독적이다.

3 다문
한옥에서 정갈한 한정식을 맛보고싶다면 이곳에 들러볼 것. 1인분에 1만원인 정식은 미안한 마음이 들 만큼 푸짐하다. 운이 좋으면 상 하나만 놓인 작은 방을 독차지할 수 있는데,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 기울이고 잠깐 눈까지 붙일 수 있다.

4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있는 유적이다. 대단한 구경거리는 없지만 소란한 거리에서 멀어져 잠시 호젓하게 산책을 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다. 푸르게 잎을 틔웠다가 붉게 물들고 또 앙상해지는 나무들 덕분에 계절마다 장소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것도 큰 장점.

5 전주 국제 영화제
전주 국제 영화제는 매해 4월, 반바지와 선글라스를 서랍에서 꺼내도 좋을 무렵에 열린다. 유명 감독의 대중적인 작품보다 미지의 작가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선에 집중하는 것이 이곳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딱히 영화 팬이 아니더라도 행사 기간에 이곳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축제의 분위기에 전염된 전주는 그 어느 때보다고 활기차고 매력적이니까.

6 전주천변
일요일 한낮, 천변 다리 곁을 지나다 보니 그 아래로 노름판이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어르신들의 요란한 웃음소리가 물 흐르는 소리에 섞여 들고, 노점상들은 곳곳에 자리를 편 채 열심히 먹거리를 권했다. 그 광경이 기이하게 재미있어서 한참을 지켜봤다. 그러니까 서울은 오래전에 잃어버린 장면인 것이다. 한국의 다른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종종 이렇게 생경하면서도 친밀한 순간과 마주치곤 한다.

7 교동 다원
한옥마을에 있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전통 찻집이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꽃나무를 내다보며 황차를 내려 마시고 있으면 여행 중의 들뜬 기분이 잠시 차분해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볍게 울리는 풍경 소리 외에는 음악도 없어서 자연스레 목소리를 낮추거나 아예 말을 아끼게 되는 곳. 차와 함께 나오는 보리과자는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8 또순이네 집
전주 명물인 가맥으로 1차를 마치고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동이 트도록 영업을 하는 또순이네집으로 향한다. 닭볶음탕, 갈비찜, 김치찜 등 이 가게의 대표 메뉴는 무자비한 소주 도둑으로 불릴 만하다. 전주에서는 낮이나 밤이나 입이 쉴 틈이 없다.

<제주도> Jejudo 원조연 (메이크업 아티스트)

1 월정리 고래가 될
월정리는 해안도로 바로 앞에 위치한 동네다. 이곳에 ‘고래가 될’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알고 보니 홍대 앞에서 온 사람들이더라. 에메랄드 빛깔의 맑은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여행 중 한 번 더 찾을 정도로 운치가 넘쳤다.

2 신라호텔 글램핑
신혼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끼지 않고 쓸 데 쓰며 좋은 곳에 머무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신라호텔에서 시작되었는데 그곳을 선택한 건 허니문 패키지로 예약을 하면 중문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객실과 고급스러운 야영을 콘셉트로 한 글램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 객실에서 중문해수욕장의 일출을 바라보고, 일류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대자연 속에서 즐기며, 우리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자화자찬했다.

3 드라이빙
서울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지만 제주에서의 상황은 완전 달랐다. 한적한 제주의 도로는 나에게 아우토반이 되어준 것. 달리다가 멋진 풍경 앞에 차를 세워 사진을 찍고 또 달렸다. 그러다 배고프면 먹었다. 우리가 생각한 신혼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때 들었던 음악은 바로 잭 존슨의 ‘Upside Down’.

4 올레길 11-1 코스
올레길 11-1 코스는 정말 독특하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아무도 없던 숲길을 걷노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조용히 명상하길 원한다면 올레길 11-1 코스를 추천한다.

5 카멜리아 힐
동백꽃으로 유명한 카멜리아 힐은 원래 펜션인데, 사실 숙박을 하러 오는 관광객보다 꽃구경 하는 사람이 더 많다.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온갖 꽃이 만발해 있고, 동백꽃이 활짝 피는 시기에는 더욱 장관이라 한다.

6 나목도 식당
제주 토박이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점심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만석. 저렴한 가격에 폭식을 부르는 맛까지 겸비했다. 날마다 돼지를 잡는다니 고기의 신선도는 말할 필요가 없고, 소량으로 제공되는 갈비는 정말 끝내준다.

에디터
W KOREA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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