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거나 혹은 지루한 일상이 술 한 잔에 녹을 때마다 ‘직장 때려치우고 술집이 할까?’라는 생각이 불쑥 치민다. 그런데 정말 술집을 차리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여기 술집 사장님들의 증언과 조언에 힌트가 있다.

1. 술집을 열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
2. 준비 과정부터 현재까지 겪었던 가장 어려운 점
3. 술집을 열기 전 예상했던 삶과 현재의 삶 사이의 가장 큰 차이
4. 술집을 시작하길 참 잘했다고 느낄 때
5. 술집을 열고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3가지 요소

구정아 (효자동 ‘퍼블릭’)
1. 영화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영화와 영화 사이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가게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버렸다. 얼마 안 되는 저축과 동업자 둘,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끌어온 돈 1억 정도로 시작했다. 호젓하면서도 분위기가 있는 효자동은 주변 상권과 마찰 없이, 조용히 시작하기에 좋겠다고 판단했다. 리서치 과정에서 그 동네 일대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한몫했다.
2.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동네에 자리한 작은 가게는 매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버텨야 한다. 특히 전통적 비수기라 불리는 겨울철에는 적자를 각오해야 했고, 다른 데서 벌어온 돈으로 버텨야 했다. 무엇보다 매니저, 아르바이트생 등 사람이 들고 날 때마다, 큰 스트레스가 쌓인다. 작은 가게인지라 좋은 대우를 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안정된 고용이 힘들어 악순환이 계속된다.
3. 보통의 바 혹은 펍은 밤에 문을 열므로, 낮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다른 업무를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혹독한 자기 관리나 체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대개 낮 시간은 점점 줄어들다 결국 사라지고 만다.
4. 연인 사이는 늘 좋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지 않나. 퍼블릭은 그런 연인 같다. 퍼블릭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유쾌한 시간을 공유할 땐, 그런 장을 만들어준 장본인이 나라서 뿌듯하다.
5. 1) 남들 놀 때 일하는 고통을 감내할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2) 술꾼이 자신의 가게를 가지게 되면, 준알콜홀릭에서 본격적인 알콜홀릭이 될 수도 있다. 3) 멀쩡한 사람을 떡이나 개로도 만드는 게 술이고, 손님은 떡이나 개가 돼도 손님이다. 그에 대한 아량이나 이해, 그들을 다루는 방법이나 배짱을 가지지 못했다면 상처입을 일만 수두룩하다.

정은영 (상수동 ‘라-바’)
1. 나는 영화미술감독, 남편은 뮤지션. 우리에게 고정 수입은 없지만, 고정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많았고, 그 만남의 90퍼센트는 술자리로 이어졌다. 매번 지불해야 하는 술값이 아까웠고, 20년 동안 거주한 홍대 앞에 우리들만의 놀이터가 필요했고, 일정한 수입 또한 절박했다. 자본금은 전세금의 반이었던 5천만원, 준비 기간은 단 열흘, 콘셉트는 요리가 있는 술집. 작게 시작해야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을 찾아다닌 결과, 상수동의 이 공간을 운명처럼 만났다.
2. 처음에는 만취한 손님의 위협에 곧바로 경찰서에 전화하는 일이 잦았다. 여자 혼자 오픈된 공간에 있으면 언제든 나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거절할 수 없어서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남편은 오픈 한 달째 되던 즈음 급성장염, 봉와직염 따위의 병에 걸렸다. 즐겁게 먹고 살자고 시작한 일인데 남편을 아프게 하다니, 내가 이걸 왜 시작했나 싶어 함께 아팠다.
3.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손님이 없으면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이 40대, 아주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에 맥주 한 잔을 팔아도 고맙다. 그런 날 역시 좋은 날이다. 그 모든 게 라-바를 이루는 부분이고 이야깃거리고 남편 말대로 재미있는 일이다.
4. 직접 전하지도 못했는데 소식을 듣고 먼데서 찾아오는 분, 응원해주는 분, 여기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분과 라-바에서 공유하는 많은 음악과 이야기들. 오래 못 본 이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 라바 앞에 밥 먹으러 찾아오는 길냥이들.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고쳐 쓰는 중이다.
5. 1) 쉬는 날을 정해서 꼭 쉬고, 문 열고 닫는 시간을 꼭 지켜라. 2) 주변 사람들의 엄청난 의견(잔소리)에 귀 기울이되 다 들을 필요는 없다. 3)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구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4) 값비싼 물건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둘 것. 만취한 손님들을 피해서.

황영주 (누하동 ‘바르셀로나’)
1. 전에 꾸리던 가구 공방은 수입이 불안정했다. 가구 디자인은 나중에 다시 할 수 있으니, 다른 일을 해보자 생각했다.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 만드는 일을 좋아해서, 직업을 바꾼다면 이번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설렁설렁 구상하며 자리를 알아보러 다닌 게 1년 반, 실제로 부동산 계약을 하고 오픈하기까지 한 달 반. 자본금은 5천만원 정도였다. 콘셉트는 자연스럽게 작고 캐주얼한 동네 바가 되었지만, 그래도 막연히 좋은 어떤 곳을 상상하다가 바르셀로나가 떠올랐다. 그 당시 우연히 듣고 있었던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바르셀로나’, 우리가 ‘BAR’라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무엇보다 일상의 서울 한복판에서 그냥 ‘우리 바르셀로나에서 만나’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2. 내가 너무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란 점이 문제였다. 나도 술 마시고 놀고 싶은데, 그걸 바라보고 챙겨주는 역할만 해야 하는 게 초기엔 힘들었다. 언제나 저녁과 밤 시간에 일을 하고 주말에 바쁜 경우가 많아서, 좋아하는 공연이나 이벤트 역시 포기해야 했다.
3. 불특정 다수를 향해 열려 있다 보니 당황스러운 손님을 만날 때도 있지만, 그건 가게 콘셉트가 공유되면서 점점 걸러지는 편이다. 혹시 술집 주인이라 하면 자유로운 영혼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도 차이일 것이다.
4.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르셀로나라는 공간을 통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뿌듯하다. 그리고 가끔 여유 있게 오픈하는 날, 혼자서 창문 커튼을 걷고, 음악을 틀고, 조명의 조도를 조절하고, 테이블의 초를 하나씩 켤 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기쁜 일은 가장 친한 친구가 지금 쓰고 있는 책의 배경이 바르셀로나라는 것.
5. 1)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작은 술집은 곧 그 주인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모든 걸 욕심내기보다는 킬러 아이템을 한 가지 선정하는 것이 좋다. 3)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으로 술집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좋아하는 걸 즐겁게 하길 바란다.

권범준 (서교동 ‘피닉스’)
1. <핫뮤직>이라는 록 음악 잡지에서 2년 넘게 기자로 활동했고 그 후로도 음악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마음껏 접할 수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교감을 나눌 수 있으면 재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비록 공짜는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위해 작은 음악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홍대 앞을 선택한 건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디 음악 신이 있기 때문이다. 피닉스에서 선곡하는 음악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언더그라운드 음악일 뿐이라, 이런 음악을 소비하고 흡수할 수 있는 장소는 홍대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준비 기간은 1년, 자본금은 1억3천만원 정도였다.
2. 개인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일과 때문에 체력적인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3. 모든 게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다.
4. 록 음악을 잘 모르는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았다가, 음악 선곡이 너무 좋다는 말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더 보람을 느끼는 건, 그런 분들이 다시 찾아와주었을 때.
5. 1) 술을 최대한 많이 마셔보면서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읽어내는 건 기본. 2)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면, 술집을 운영했던 경험자의 조언이 도움이 된다. 3) 술장사는 단골 장사이므로 최소한 1년은 운영해봐야 한다. 당연히 운영 자금 역시 충분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