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창백할 수 있을까? 네온 컬러의 열풍마저도 한순간에 압도하는 르네상스 여신들의 순결한 뷰티 코드.

MAKE UP : 르네상스 시대의 뮤즈들

부엉이처럼 큰 눈, 얇은 입술과 창백한 피부. 르네상스 시대 벽화 속 여인들이 백스테이지에 강림했다. 여인이라기보다는 여신에 가까운 모습인데, 아마도 이런 여인들이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뮤즈이지 않았을까? 르네상스 여신 따라잡기는 맑고 창백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피부 표현부터 시작된다. 광채라고 해서 21세기 식 윤광이나 물광을 떠올리지는 말 것. 피부 위를 도포하는 인위적인 ‘광’이 아니라 피부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한 광채를 뜻한다. 오히려 피부 표면은 매트한 쪽에 가까워서 마치 석고상처럼 창백한 피부 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파운데이션을 비롯한 피부 메이크업 제품은 극소량만 사용하고 겉도는 유분기는 루스 파우더로 눌러주는 것으로 피부 표현은 끝. 양볼 핑크 블러셔나 색깔 짙은 립 컬러는 금지.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역시 최소화할 것. 눈썹은 생략하거나 혹은 형태가 드러나지 않도록 밝은 브라운 섀도로 채워주는 것으로 끝낸다. 미니멀리즘을 넘어서, 금욕적일 정도로 모든 것을 생략한 메이크업이 당황스럽겠지만 하이라이터로 광대나 콧잔등에 성스러운 빛을 불어넣거나 골드 피그먼트를 사용해 종교적인 코드를 가미하는 정도는 허용되니 안심하도록!

HAIR : 아기 천사와 성모 마리아

사실 천사 뷰티의 하이라이트는 메이크업보다는 헤어 스타일링 쪽이다. 벽화 속에 늘 등장하는 아기 천사와 성모 마리아의 뷰티 코드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듯. 어느 그림에서나 얼굴은 화장기 없는 창백한 피부로 일관되지만 그에 반해 헤어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하지 않나. 일단 아기 천사 헤어부터. 대표적인 쇼는 미담 키르초프. “르네상스 회화 속 천사들의 헤어예요. 페이스 라인 쪽 모발은 앞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땋아 안쪽으로 고정시켰고, 정수리 부분의 헤어에 컬을 만들어 흘러 내려오게 했죠.” 헤어 스타일리스트 제임스 피시스는 마치 아주 작은 가발을 덮어씌운 듯한 컬 스타일링으로 천사 헤어를 재현했다. 아기 천사의 곱슬머리가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하다면 성모 마리아의 롱 헤어는 로맨틱하다. 빅터&롤프의 모델들처럼 앞가르마를 탄 롱 헤어를 수직으로 내려뜨린 스타일이 대표적. 검은 머리보다는 컬러 모발에 어울리고, 생머리보다 얇은 곱슬머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물론, 검은 머리로도 르네상스 뷰티가 가능하다. 마르체사를 비롯한 많은 쇼에서 땋은 머리가 모티프로 씌어졌다. 머리 중간중간을 실처럼 가늘게 땋아 고정시켰는데 드레스 차림에 매치해도 될 만큼 로맨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