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5대 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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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군만두부터 쫀득한 찐만두, 풍요로운 왕만두, 그리고 따끈한 만둣국까지, 무뚝뚝한 겉모습 안에 뜨거운 속을 감춰둔 만두의 정석을 찾아 서울을 헤맸다.

1. 쟈니덤플링
우리가 흔히 군만두라고 부르는 만두는 대부분 튀긴 만두에 가깝다. 하지만 쟈니덤플링의 군만두는 윗부분은 찌고, 바닥은 구운 진짜 군만두다. 덕분에 찐만두의 쫄깃함과 구운 만두의 바삭함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풍부한 육즙과 적당히 밴 간 덕분에 따로 소스를 찍어 먹지 않아도 충분하지만,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칭따오 한 병은 필수 코스. 보통의 물만두에 비해 크고 두툼해 씹는 재미가 있는 물만두와 홍합을 풍성하게 얹어 시원하게 즐기는 만둣국 역시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메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30-3

2. 향미
화교가 운영하는 중화요리 식당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연남동. 그중에서도 향미는 마늘꽃게튀김부터 우육탕면, 그리고 대만식 돈가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중국집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다채로운 중화요리의 진한 맛을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베어 무는 순간 육즙이 터져 나오는 소룡포자, 어른 주먹만 한 만두 속에 고기, 버섯, 야채를 가득 채운 왕만두가 별미. 그중 마치 찐빵처럼 포근한 왕만두는 매콤한 조개 볶음 국물에 찍어 먹으면 더욱 술술 넘어간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8-26

3. 만두집
‘만두집’이란 정직한 이름을 닮아, 이곳의 만둣국에선 큼지막한 평양식 만두 6개 외엔 어떤 고명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두부를 많이 넣어 담백하게 만든 소를 꾹꾹 눌러 담은 만두를 베어 물면, 은은한 맛과 향이 풍성하게 입안을 채운다. 양지 육수로 만든 국물역시, 그 심심한 생김새와 달리 묵직한 맛을 낸다. 만약 칼칼하게 즐기고 싶다면 만두 밑에 숨어 있는 양념을 원하는 만큼 풀어내면 된다. 다만 만둣국이 아닌 접시 만두는 따로 없으니 기억해야겠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1-1

4. 수정궁
수정궁엔 세 가지 중국식 만두가 있다. 통만두, 군만두, 그리고 물만두 모두 부추를 주재료로 삼아 개운한 맛을 내는 만두소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차지게 씹히는 쫀득한 통만두, 겉은 바삭하고 안은 포슬한 군만두, 입에 넣는 순간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나갈 것처럼 촉촉한 물만두를 차례로 맛보면, 만두피를 조리하는 방식에 따라 만두 맛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에 향긋한 오향장육과 고소한 고기튀김까지 마련해놓고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을 열어놓으니, 술 한잔이 떠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669-3

5. 자하손만두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정갈하게 빚은 자하손만두의 만두는 우선 그 고운 자태가 눈길을 끈다. 시금치, 당근, 비트로 색을 낸 알록달록한 만두에 조랭이떡을 곁들인 떡만둣국도, 위에서 바라보면 정사각형이지만 옆에서 보면 세모꼴인 편수도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일단 입안에 넣고 나면 중부 지방 만두 특유의 슴슴하지도,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은 맛에 금세 친근해질 것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고기, 버섯 등 익숙한 재료 외에 오이를 넣어 청량하게 즐기는 이른바 여름 만두 편수를 놓치지 말 것.
서울 종로구 부암동 245-2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박종원, MIN SU 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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