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를 탄 동지, 계약을 맺은 파트너, 징글징글한 동료, 정든 친구, 영감을 주는 뮤즈. 수많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 감독과 배우.

최다니엘이 입은 검은 모직 롱코트는 Emporio Armani, 포켓 장식의 회색 티셔츠는 System Homme, 검은색 데님 팬츠는 Bally, 갈색 슈즈는 Nina Ricci 제품. 김홍선 감독이 입은 카키색 니트는 Time, 면 소재의 남색 롱코트는 DKNY, 회색 모직 바지는 H&M, 체크무늬 펠트로 장식된 검은 구두는 Wooyoungmi 제품. 최다니엘이 앉은 티크와 오크 소재의 의자, 김홍선 감독이 앉은 N.O.Møller 디자인의 티크와 가죽으로 된 의자는 모두Möbel Lab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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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자들>
감독 김홍선 + 배우 최다니엘

두 사람은 자꾸만 동시에 사라졌다. 아마도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것이겠지만, <공모자들>이라는 영화 제목 때문인지 스튜디오 철문 밖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미심쩍은 눈으로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넓고 길쭉한 등과 동글동글 낮은 등이 딱 붙어서는 뭘 공모하나 싶어서. 장난끼 어린 눈매의 최다니엘이 주로 주변을 웃기면, 김홍선 감독은 만화 말풍선에서 오려낸 것 같은 의성어를 “아하하하 하핫” 하고 쏟아내는 쪽이었다. 86년생 호랑이띠와 76년생 용띠, 열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잠실과 삼성동에 산다. 영화에서만 손발이 잘 맞고 말았을 수도 있지만 가까운 거리 덕분에 둘은 야식도 영화도 커피도, 충동적으로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었으며 함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본 지 1주일 만에 스튜디오에서 재회했다. 어색한 상하관계라기보다 죽이 잘 맞는 친구의 기운이 흐른 건 그 때문일 거다.

“주연배우들 기가 세면 감독을 잡아먹는다고 하잖아요. 감독님은 입봉작인데도 배우들이랑 관계를 잘 맺으시더라고요. 자기 색깔로 지혜롭게 설득해가면서도,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다들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한 번 더 가보자, 하고 좋은 방향으로 물이들더군요. 야생의 상상력이 있어서 연출의 정석을 깨는 부분도 좋았고요.” <스타일><대물> 같은 드라마 조감독 출신으로 자기 시나리오를 써서 데뷔하는 김홍선 감독에 대해 최다니엘은 이렇게 평가한다. 거꾸로 감독이 최다니엘에게 돌려준 이야기는? “예를 들어 시험 날이라 쳐요, 임창정 선배가 종 울릴 때까지 참고서 한 자라도 더 보는 타입이라면 다니엘 씨는 쉬는 시간마다 농구하고 엎드려 자는 스타일? 그런데도 전교 일등하는 학생 같아요.” 그가 맡은 ‘상우’ 역할은, 여행지에서 아내를 납치당하고 장기밀매단을 상대로 싸우게 되는남자다. 감독은 주로 코미디에 출연해온 최다니엘이 진지한 가운데 상황과 충돌하며 자아내는 엇박 웃음, 그리고 큰 키에서 오는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느낌이 캐릭터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 이 배우에게 편지를 썼다. 의외로 설득력이 강한 부분은 편지의 내용보다, 편지 그 자체와 페이지마다 적힌 자신의 이름이었다고 배우 쪽에서는 회고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 사랑은 첫사랑을 못 이기잖아요. 비슷한 역할을 또 하면서 단조로워지고 싶지는 않았어요. 나한테는 팬시한 이미지가 있는데 감독님이 그 이상을 봐줘서 고마웠죠.” 단 한 번,두 사람의 관계가 뾰족해진 순간이 있었다. 최다니엘이 김병욱 감독에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카메오 출연을 약속했는데, 하필 양쪽 팀의 스케줄이 꼬이는 바람에 영화 촬영 중간에 중단하고 드라마를 찍으러 가야 했던 상황. 총제작비의 5% 정도가 할애된 큰 규모의 장면에서 배우를 마냥 붙잡아놓을 수 없던 감독은 포기를 결심했지만, 최다니엘이 영화의 완성을 위해 모든 분량을 찍고 가겠다고 결정하면서 다행히 문제는 해결되었다. ‘고맙다고 서른 번도 넘게 이야기했다’고 감독은 그때를 회상한다. “시키는 대로만 하거나, 자기 것만 고집하는 배우들이 있다면 다니엘 씨는 감독을 수월하게 해주는 배우예요. 자기 생각도 준비해오지만 고집이 센 것도 아니고, 감독과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친구거든요. 특히 순발력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현장에서 시간을 비롯해 부족한 여러 가지를 커버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밖에 없거든요. 배우건, 스태프이건.” 다니엘 역시 ‘배우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며, 반영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경계를 가진 사람이다’라고 감독을 평했으니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서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고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는 “팬시한 데가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만난 최다니엘에게서는 <지붕 뚫고 하이킥> 의사선생의 진중함과 <그들이 사는세상> 조연출의 천방지축, 두 가지가 모두 내비쳐서 종잡기 쉽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을 한 단어로 함축시키는 게 정답일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질문자의 입에다, 원하는 맛의 사탕을 물려주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대신 내 주머니에 있는 사탕이 초코맛인지, 바나나맛인지 알아맞히는 사람이 더 흥미롭죠. 나는 그 맛을 꺼내주려고 노력할 거구요.” 알쏭달쏭한 말을 하는 이 조숙한 배우에게서 과연 패기만만한 신인 감독이 어떤 맛의 사탕을 꺼내먹었는지는, 8월 30일<공모자들>이 개봉하면 확인할 수 있다.

Arrel Morell이 디자인한 철제 프레임의 황갈색 가죽 라운지 체어는 Möbel Lab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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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
감독 김동호 + 배우 안성기

시간이 쌓일수록 사람에게 덧붙는 호칭도 늘어난다. 물론 안성기는 늘 그랬듯 지금도 배우지만 이제 대부분의 경우 ‘선배님’이며 가끔은 ‘선생님’이 되기도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위원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미 여러 해째 지휘하고 있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과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덕분이다. 하지만이 직함이 더 익숙한 사람은 지난 2010년까지 15년간 부산 국제영화제를 이끈김동호 전 집행위원장(현재는 명예위원장)일 거다. 그간 ‘차관님’ 혹은 ‘위원장님’으로 불리던 한국 영화계의 어른은 최근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의 개막작인 <주리(Jury)>를 직접 연출하며 긴 이력 끝에 ‘감독’이라는 글자를 더한 것이다. 문득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부르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위원장님이라고 하죠.” 안성기가 먼저 입을 뗐다. “저는안 스타라고 부릅니다.” 이건 김동호 위원장의 답이다. 상대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호칭에서부터 깍듯하고 친밀하게 묻어난다.

사실 김동호 위원장의 연출 데뷔를 구체화한 것도 ‘안 스타’의 제안이다. “부산영화제에서 일하시는 동안에도 연출에 대한 관심을 종종 내비치셨거든요. 퇴임하시면서 ‘이젠 좀 찍어봐야겠다’고 하신 게 떠올랐습니다. 마침 아시아나 단편영화제도 10주년을 맞이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를 마련해야 했고요.” 20분 남짓한 단편이지만 <주리>의 현장에는 그 어떤 장편도 불러모으지 못한 쟁쟁한 스태프가 투입됐다. 안성기, 강수연, 평론가 토니 레인즈, 이미지포럼 대표 도미야마 가쓰에 등이 주연을 맡았으며, 임권택 감독과 손숙은 카메오로 얼굴을 비친다. 현역 감독인 장률, 강우석, 김태용이 시나리오와 편집, 조연출로 뭉치는 작품은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다. <괴물>의 김형구 촬영 감독과 <라디오 스타>의 방준석 음악 감독 역시 바쁜 시간을 흔쾌히 쪼갰다. 김동호 위원장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게 이유의 전부다. “오히려 뽑히지 못해서 섭섭해하는 분이 더 많았어요.” 판을 벌린 배우가 흐뭇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보탠다.

‘심사위원단’이라는 의미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리>는 국제영화제 심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속도감있게 묘사한다.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을 볼 때 종종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감독이면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면서 자신감을 좀 잃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 작업은 제가 직접 경험해본 익숙한 이야기라 용기를 냈습니다. 끝내고 나니 두려움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웃음). 연출도 재미있겠구나 싶습니다.” 첫 현장을 마친 김동호 ‘감독’의 소감이다. 시나리오에는 그와 배우가 국제영화제 심사를 하며 직접 겪은 일도 반영이 됐다. 안성기는 유바리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한 홍콩 배우와 프랑스 평론가의 의견 대립 때문에 난처해한 기억이 있다. 김동호 위원장은 벨기에 감독 샹탈 애커만의 이의 제기로 결과 자체가 뒤집힌 어느 해의 로테르담 영화제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이 단편은 레드 카펫이 깔린 공식 행사장 너머의 작은 회의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까발리는 이야기가 될 눈치다. 심지어 김동호 위원장은 이런 고백을 하기도 했다. “영화가 지루하면 보다가 자는 심사위원도 많아요. 저도 그런 적이 좀 있는데…”

안성기는 <주리>에서 맡은 캐릭터는 심사위원장이다. “누구를 캐스팅할까 고민을 좀 했어요. 그러다 안 스타라면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지요. 의견을 모으고 전체를 이끄는 역할이니까.” 김동호 위원장은 그의 출연작 중에서도 <칠수와 만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그리고 <부러진 화살>을 특히 좋아한다고 꼽았다. 중견 감독 정지영이 저예산으로 완성한 <부러진 화살>은 올해 초 개봉해 예상을 훨씬 웃도는 흥행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나는 남아 있는데 예전에 함께 영화를 했던 감독들은 거의 현장에서 멀어졌습니다. 그게 늘 아쉬웠어요. 투자가 어렵다면 독립영화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문제는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시나리오예요. 아무리 제작 규모가 작아도 그 안에 단단한 이야기가 있으면 관객들이 귀신같이 알아보거든요. 배우들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대본을 보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평생 연기를 쉰 적이 없었던 배우는 이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로를 ‘위원장님’과 ‘스타’라고 부르는 감독과 배우가 촬영을 위해 나란히 앉았다. 한 명은 “이런 미남 옆에 있으면 비교가 될 텐데…”라며 농담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저는 안 나와도 되니까 위원장님을 잘 찍어달라”고 당부했다. 셔터를 10분쯤 눌렀을까, 솔직하고 편한 웃음이 두 개의 얼굴에 동시에 떠올랐다. 가깝게 여기는 사이만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었다. 11월 1일,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에서 상영될 <주리>는 두 사람이 존경과 우정으로 완성한 또 다른 장면이 될 것이다.

김새론이 입은 남색과 흰색 실로 풍성하게 짠 니트는 Closed, 검정 구두는 Repetto 제품,흰색 셔츠와 남색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휘 감독이 입은 청바지는 Ballantyne,와인색 가죽 구두는 Burberry Prosum, 김새론과 김휘 감독이 걸터 앉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티크 소재 테이블은 Möbel Lab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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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셔츠와 남색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휘 감독이 입은 청바지는 Ballantyne,
와인색 가죽 구두는 Burberry Prosum, 김새론과 김휘 감독이 걸터 앉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티크 소재 테이블은 Möbel Lab 제품.

<이웃사람>
감독 김휘 + 배우 김새론

사진가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음 앵글을 고민할 때 생기는 짧은 대기 시간마다, 열세 살의 배우와 40대의 감독은 둘만의 대화에 열중하곤 했다. 30살 터울을 둔 표정들이 똑같이 진지해서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내용을 엿듣고 싶어졌다. 촬영이 끝난 뒤 김새론에게 김휘 감독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작은 얼굴에 고민과 장난기가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음… 그건 비밀입니다.” 배우와 감독만 공유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듯 마침표가 다부지게 찍힌다. 궁금증은 두 사람 가까이에서 옷매무새를 고치던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풀었다. “새론이가 감독님께 이러던데요. ‘지금 <도둑들>은 몇 만이래요?’” 또래의 초등학생보다는 개봉을 앞둔 연기자가 떠올릴 만한 질문이다.

두 사람이 감독과 배우로 함께한 <이웃사람>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그간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여행자>) 범죄 조직에 의해 납치를 당하고(<아저씨>) 심장병으로 고통받았던(<나는 아빠다>) 김새론은 이번 영화에서도 험한 사건을 겪는다. 살해당한 뒤 유령이 되어 떠도는 여선과 연쇄살인범의 새로운 표적이 되는 수연, 이렇게 두 명의 캐릭터가 모두 이 어린 연기자의 몫이다. 소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또 다른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인해 이웃들은 연대 아닌 연대를 맺게 된다. “원작을 워낙 좋아했어요. 물론 결과적으로 영화는 만화와 다른 작품이 됐습니다. 강풀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시선이 따뜻한 분이세요. 반면에 저는 좀 차갑습니다. 원작에는 공동체의 유대감에 대한 기대나 응원이 있었죠. 영화는 커뮤니티의 아이러니나, 그 안에 흐르는 이기심에 더 집중합니다.” 직접 각색 작업을 한 김휘 감독의 설명이다. 공간적 배경이 되는 맨션이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는 설정을 더한 것도 주민 간에 이권이 날카롭게 부딪치는 풍경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이웃과의 단절은 의도된 결과에 가깝죠. 옆집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는 건물 구조에서 그냥 서로의 상황을 외면하는 거니까요.”

여선과 수연은 이 냉랭한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인물들이다. 김휘 감독이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빈칸도 바로 둘을 연기할 배우였다고 한다. “원작에서는 여고생 캐릭터였거든요. 새론이를 출연시키려면 인물 설정을 크게 바꿔야 했어요. 그런데 새론이와 미팅을 마치고, (각각 여선과 수연의 어머니를 연기한) 김윤진 씨, 장영남씨를 만나고 나니 어떤 확신이 들더군요.” 그 확신 덕분에 김새론은 촬영장에서 상반된 두 캐릭터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지냈다. “좀 헷갈렸어요.” 아이다운 웃음이 대답 끝에 흐른다. “새론이한테 무척 놀랐어요. 철저하게 계산하고 연기하는 것 같진 않은데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과 결과에 대한 분석이 있더라고요. 찍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편집할 때 두 인물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알았죠.” 그렇다면 배우는 어떤 밑그림을 갖고 자신의 캐릭터들에 접근했을까? “여선이는 어두운 애고요, 수연이는 밝은 애예요.” 그것 외에 더 알아야 할 게 뭐 있겠느냐는 듯한 말투다. 김새론이 좋은 연기자인 건 계산을 맹신하는 대신 솔직하게 직관을 따를 줄 알기 때문이다. 아역 특유의 꾸밈음을 걷어낸 채 감정에 몰입한 데뷔작 <여행자>에서의 모습은 그저 놀라웠다. 인터뷰 내내 지루함에 가늘고 긴 팔다리를 배배 꼬면서도 이 배우는 경험에서 터득한 의젓한 말들을 툭툭 던지곤 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을 묻자 “지금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중이며, 일단은 어떤 역이든 주어진 걸 잘 소화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바비>에 함께 출연하기도 한 동생의 연기를 따로 고쳐주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본인만의 무언가가 있을 테니까 괜히 제 틀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서”다. 물론 동생보다 자기가 좀 더 잘하는 것 같다고는 했지만. “제가 더 오래했잖아요. 걔는 막 시작했고!” 이러면서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벌써 다섯 편이나 된다는 사실을 짚어주자 “진짜요?”라며 처음 안 사실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반면 김휘 감독은 <이웃사람>으로 첫 장편 연출을 경험했다.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지는 않죠. 하지만 지금은 개봉 후 반응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 같아요.” 김새론에게도 연기자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완성된 작품이 스크린 위에 상영될 때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을까? 연출자가 특히 강조한, 그리고 여러 차례 반복한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배우에게 질문했다. “어… ‘일찍 끝내줄게’요.” 대답을 들은 김휘 감독이 옆에서 한마디 덧붙인다. “약속을 많이 어겼습니다,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