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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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엔 백을 사겠다는 이들을 위한, 2012 프리폴 시즌 백 열전.

GUCCI 1. 어깨끈이 달린 듀일리오 백. 4백30만원대. 2. 호보 스타일듀일리오 백. 4백50만원대. 3.소프트 스터럽 백. 5백70만원대.PRADA 4. 넉넉한 수납공간과 새롭게 선보인 보라색이 눈길을 끄는스파졸라토 백. 가격 미정.

GUCCI 1. 어깨끈이 달린 듀일리오 백. 4백30만원대. 2. 호보 스타일
듀일리오 백. 4백50만원대. 3.소프트 스터럽 백. 5백70만원대.
PRADA 4. 넉넉한 수납공간과 새롭게 선보인 보라색이 눈길을 끄는
스파졸라토 백. 가격 미정.

여자에겐 끊임없이 새로운 백이 필요하다. 여자들은 앉으나서나 내 남자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백’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디아블로 3가 출시되었을 때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남자에게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그들은 말했다. 샤넬 백이 10년 만에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면 과연 여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고. 하지만 브랜드들이 우리를 그렇게 기다리게 할 리는 없다. 여자의 마음을 간파한 브랜드들은 정규 시즌(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 사이에 프리(pre)를 붙여 ‘신상’ 백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으니.

바야흐로 2012 프리폴(Pre-fall)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백 열전이 벌어지는 시기다. 가을/겨울 제품이 실질적으로 9월에야 매장에 선보이는 데 반해 프리폴 백은 7월부터 사랑방에 자리를 잡은 채, 반짝이는 용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월추 준비를 위한 단 하나의 백을 고른다면? 망망대해와 같은 선택에 앞서, 일단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이 고른 프리폴 백을 참고해볼 것. 스토리를 지닌 네오 클래식 백의 저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는 에디터 SW는 구찌의 소프트 스터럽 백을 골랐다. 이 선택엔 재키 케네디라는 뮤즈에 대한 동경도 한몫했다. 에디터 JA는 넉넉한 수납공간에 몽환적인 보랏빛이 눈길을 끄는 프라다의 스파졸라토(Spazzolato)백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그녀가 아끼는 검은색의 스파졸라토 백이 있음에도. 그리고 에디터 HS는 지방시의 화려한 패턴이 돋보이는 클러치를 꼽았다. 최근 손안에 쏙 들어오는 이토록 간편한 백의 마력에 빠져 있는 그녀의 위시리스트엔 당분간 각양각색의 클러치로 채워지리라. 이처럼 백은 여자의 삶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그 당시 자신의 취향과 이상을 반영한다. 그러니 어떻게 매 시즌 똑같은 백을 들 수 있겠는가. 쇼핑을 감행하는 여자의 투정은 사실 ‘들 백’이 없어서가 아니라 솔직히 ‘들고 싶은 백’이 없어서일지 모른다.

SALVATORE FERRAGAMO1,4. 마릴린 백. 가격 미정. 2,3,5. 마리솔 백. 가격 미정.

SALVATORE FERRAGAMO
1,4. 마릴린 백. 가격 미정. 2,3,5. 마리솔 백. 가격 미정.

그렇다면 브랜드들이 내놓은 프리폴 시즌의 최신 병기는? 우선 브랜드의 새로운 역사를 쓸 새 얼굴로 YSL이 프리폴 시즌을 맞이해 가을에 어울릴 만한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퓨어리(Purely) 백을 선보였다. 2009년 가을 등장한 YSL의 로디 백의 아이코닉한 튜브 핸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으로 브랜드의 클래식 백에 대한 역사를 새로 쓸 듯. 발리는 쇼퍼백 스타일의 비씨(Vissi) 백과 주름이 돋보이는 편지 봉투 모양의 여성스러운 시실레(Cicile) 백을 선보였다. 가볍고 수납공간이 뛰어난 비씨 백과 숄더백과 클러치로 연출이 가능한 시실레 백은 모두 여자의 일상을 위한 탁월한 제안이 될 듯.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선보인 최고급 타조가죽 소재의 마릴린(Marilyn) 백과 심플한 디자인의 미니 숄더백인 마리솔(Marisol) 백은 모두 브랜드의 섬세한 장인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ALEXANDER McQUEEN1,3. 헤로인 백. 가격 미정. 2. 화려한 프린트의 클러치. 가격 미정. CHANEL 4. 파리-봄베이 공방 컬렉션을 통해 화려하게 변신한 보이샤넬 백. 가격 미정.

ALEXANDER McQUEEN
1,3. 헤로인 백. 가격 미정. 2. 화려한 프린트의 클러치. 가격 미정.
CHANEL 4. 파리-봄베이 공방 컬렉션을 통해 화려하게 변신한 보이
샤넬 백. 가격 미정.

반면 아이코닉한 백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인 브랜드도 다양하다. 루이 비통이 선보인 프리폴 시즌의 키 백은 다름 아닌 1966년 앙리 루이 비통에 의해 디자인된 빠삐용 (Papilon) 백이다.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이름처럼 가방을 펼쳤을 때 양옆의 핸들이 나비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이번 시즌엔 양각의 모노그램 가죽으로 새롭게 재해석되었다. 구찌는 1975년 발표한 스터럽 백의 새로운 버전으로 소프트 스터럽(Soft Stirrup) 백을 선보였다. 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담은 백으로 스터럽(말등자) 모양의 메탈 디테일이 돋보이는 백은 로맨틱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을 완성한다. 지난해, 샤넬의 아이코닉 백으로 등극한 보이 샤넬(Boy Chanel) 백은 프리폴 시즌의 파리-봄베이 공방 컬렉션을 통해 장인 정신이 한껏 드러나는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거울, 꽃, 종 등을 표현한 장식, 백의 스트랩과 밑면에 쓰인 가오리 가죽 등이 특별함을 선사한다. 디올은 이제 레이디 디올, 미스 디올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력한 디올 코드를 선보이는 디올리시모(Diorissimo) 백의 가을 버전을 선보였다. 수작업으로 선별한 부드러운 카프 스킨, 안과 밖의 색상을 다르게 한 투 톤의 대담한 조화, 기존의 사각형에서 지퍼가 달린 스타일로 변화한 곡선 형태로 모던한 우아함을 전한다.

나아가 브랜드가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 프리폴 시즌에 미리 선보인 백도 있다. 알렉산더 매퀸의 헤로인(Heroine) 백은 매퀸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된 모던 클래식 백으로 양 쪽의 지퍼를 이용해 공간을 넓게 연출할 수 있다. 파워풀하면서도 고전적이고 여성스러운 스타일 덕분에 이번 시즌 ‘잇백’으로 등극할지 기대된다. 펜디의 가을/겨울 시즌을 대표하는 시그너처 백인 투 쥬르(2 Jour) 백 역시 프리 컬렉션부터 등장했다. 불어로 ‘Toujours’를 뜻하며 이는 ‘언제나, 항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이처럼 여자의 일상에 늘 동행할 백으로 제안되어 클래식하면서도 펜디가 추구하는 가치인 매력적인 양면성을 다양한 소재와 색상의 믹스 매치로 선보였다. 프라다 역시 가을/겨울 컬렉션에 선보인 스파졸라토 가죽 백과 새로운 색상의 사피아노 베르니체 스파졸라토 백을 프리폴 시즌에 미리 공개했다.

그러니 요즘 어디선가 새로운 백을 사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면? 늘 기다림과 싸움하는 여성을 위해 한 시즌 앞서 달려온 프리폴 백을 찾을 것. 그 보다도 더 가까이에서, 늘 함께해줄 당신을 위한 백을 말이다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김기현,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PRADA, H&M, CHOP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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