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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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모습은 서로 달라도 음식을 향한 애정만큼은 꼭 빼닮은 일본 요릿집 두 곳이 인사를 건넨다.

1. 이치에
아주 큰 사시미를 내어주던 아주 작은 일본 요릿집 연남동 ‘이노시시’가 이치에라는 이름의 형제자매님을 신사동에 오픈했다. 광어, 도미, 성게, 가리비, 혼마구로, 고등어, 청어, 전갱이, 문어, 꽃새우, 전복, 소라, 해삼과 해삼 내장, 제주산 생참치 등, 합리적인 가격이 미안해질 만큼 알차게 구성한 사시미 모리아와세는 역시나 이치에의 자랑. 여기에 이노시시에선 맛볼 수 없던 다양한 육류, 채소 요리도 듬뿍 준비해놓았다. 일본의 적된장으로 간한 육수에 각종 채소와 두부, 버섯, 해산물, 여기에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생선살로 만든 완자까지 넣어 푹 끓인 창코나베는 국물을 후루륵 들이켜는 순간 속이 뜨끈해지고, 항정살을 미소에 살짝 재워 구워낸 부타야끼는 자꾸 손이 갈 만큼 감칠맛이 난다. 작은 이노시시는 화장실이나 주차 공간이 부족해 조금 욕심을 부려 크게 이치에를 열었다지만, 자존심과 정성으로 빚어낸 좋은 음식은 식당이 크건 작건 화장실이 있건 없건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압구정 로데오거리 파스쿠치 건너편 골목 벽돌집 옆.

2. 호무랑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호무랑은 일식 레스토랑이라면 어려운 손님과 함께 와야 할 듯 한 편견을 무색하게 만든다. 맘에 둔 그 사람 또는 편한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감각적인 일식을 선보이는 모던한 일식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 이곳의 매력. 낮에는 돈가스, 덮밥, 우동, 샐러드 등의 가벼운 일식 메뉴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지만, 특히 일본에서 220년 동안 소바 하나만 만들었다는 사라시나 호리이에서 전수한 수타 소바, 그중에서도 낫또와 달걀을 비벼 담백하고 고소하게 즐기는 낫또 소바를 지나쳐서는 안 된다. 밤이 되면 넓게 펼쳐진 라이브 그릴 바에서 즉석으로 선보이는 로바다야키 메뉴를 탐할 수 있는데, 시소로 감싼 새우, 모찌, 다진 새우를 넣은 표고버섯 등을 튀김옷 없이 가볍고 바삭하게 튀겨낸 쿠시아게를 입에 넣는 순간 끊었던 술을 다시 들이켜야 할지도 모르니 주의할 것. 청담동 피엔폴루스 1층 SSG 푸드마켓 안.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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