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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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송 맺히는 계절. 그럼에도 부리나케 달려가 한자리 차지하고픈 맛있는 공간들.

태번 38
오픈 키친에서 전해져오는 활기찬 공기, 친근한 재료들이 알록달록 어울리는 유쾌한 요리에선 짐작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미국식 프렌치 비스트로 ‘태번 38’이 내어주는 모든 요리는 식탁으로 배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걸린다. 고기 하나를 재울 때도 꿀, 허브, 레몬 등을 끓여 만든 브라인(간수)에 8시간에서 12시간을 재우고, 소스 하나를 만들어도 스톡을 만든 후 그걸 다시 졸여 주(육즙)를 만드는 긴 과정을 거치는 까닭이다. 덕분에 세 종류의 토마토, 리코타 치즈, 오이가 전부인 토마토 샐러드는 더욱 달콤하고 짭조름하며, 겉이 바삭바삭한 프라이드 치킨의 속살은 신기할 만큼 촉촉함을 유지한다. 하지만 접시를 받아든 우리들이야 그 모든 과정을 몰라도 좋다. 한국의 ‘레스쁘아’, 미국의 ‘부숑’에서 프랑스 요리를 익혔지만 프랑스 요리만 만들기에는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았다는 셰프의 말처럼, 그 수많은 맛있는 요리를 즐기는 데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말이다.
월요일 휴무. 서울고등학교에서 서초역 가는 방향 삼성출판사 옆

콩부인
청담동 한복판에, 그것도 빌딩 한가운데에, 큰 나무가 초록 잎을 드리우고 졸졸졸 물이 흐르는 공간이 숨어 있다면? 아마 비밀의 정원처럼 숨겨진 이곳을 알게 되고야 만 사람이라면, ‘콩부인’의 문이 열리는 아침 9시부터 서둘러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질 거다. 요즘 같은 여름날이면 유난히 싱그러운 나무 아래 테라스에 앉아 당근, 사과, 셀러리를 갈아 만든 에너지 드링크나 상큼한 자몽 에이드를 꿀꺽 넘기는 청량함을 포기할 수 없을 테니까. 여기에 탱탱하게 씹히는 보리 리조토, 루콜라와 안초비 그리고 올리브를 곁들인 매콤한 오일 파스타처럼 어쩌면 이렇게 여자 마음을 잘 아나 기특한 음식을 맛본 후, 나오는 길에는 한 가족이라 할 수 있는 플라워 숍이자 스쿨 ‘해당화’에 들러 정갈한 꽃을 손에 쥐고 나오면 이 마법 같은 정원에 순식간에 중독될 것이다.
청담동 본뽀스또 건물 안쪽.

GOO STK 733
국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붐을 이끌었던 신사동 ‘구 스테이크 538’에 이어, 이번엔 한남동에 ‘구 스테이크 733’이 문을 열었다. 캐주얼한 신사동 매장에 비해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꼼꼼하게 갖췄는데, 냉동하지 않은 달팽이를 손질해 쫀득하게 즐기는 후레쉬 달팽이 오븐 구이는 물론 아티초크를 통째로 그릴에서 굽거나 마늘과 새우를 넣어 오븐에서 구워내 흔히 먹는 뿌리나 중심 부분뿐만 아니라 연한 잎까지 즐기는 후레시 아티초크 구이까지 신사동에선 경험하지 못한 맛을 누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구 스테이크에서 스테이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오랜 시간 숙성시켜 겉은 바삭하게, 안은 촉촉하게 즐기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야 이제 새로울 게 없다지만, 고기 상태를 딱 보곤 숙성시켜야 하는 기간을 턱하니 조절해내는 노련한 셰프가 매장의 저장고에서 직접 숙성시킨 고기 맛은 원조가 괜히 원조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다.
그랜드 하얏트서울을 바라보고 오른쪽 이태원 가는 방향으로 약 500미터.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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