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디자인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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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타고난 디자이너 게리 카드.

1. 런던의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나눈 게리 카드. 손에는 레이디 가가를 위해 만든 본 마스크가 들려 있다. 2. 게리 카드의 일러스트들. 3. 니콜라 포미체티의 뉴욕 팝업 스토어를 위해 만든 토이. 4. 게리 카드의 개인 작업인 ‛Sad Happy Frog Egg’. 5. 꼼데가르송의 2012 S/S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헤드피스.

1. 런던의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나눈 게리 카드. 손에는 레이디 가가를 위해 만든 본 마스크가 들려 있다. 2. 게리 카드의 일러스트들. 3. 니콜라 포미체티의 뉴욕 팝업 스토어를 위해 만든 토이. 4. 게리 카드의 개인 작업인 ‛Sad Happy Frog Egg’. 5. 꼼데가르송의 2012 S/S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헤드피스.

당신의 아틀리에에 초대해줘서 고맙다. 우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블유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세트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나는 패션 에디토리얼과 광고 등을 위해 세트 디자인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꼼데가르송 쇼의 모자를 만들고, LN-CC를 비롯한 숍의 인테리어를 맡고, 원단의 프린트와 스와치 시계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의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세트 디자이너로서 각각의 클라이언트에 따라 매번 새롭고, 다른 일을 한다. 예를 들어 하루는 COS의 팝업 스토어를 위해 작업하고, 다른 날은 촬영 소품을 만들고, 또 다른 날은 옷을 디자인한다. 그래서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명료하게 말해주기 어렵다.

사실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아티스트가 되길 선망한다. 하지만 이토록 다재다능한 당신은 얼마 전 <파이돈>과의 인터뷰에서 자 신을 아티스트가 아닌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사실 내가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칭하기 힘들다. 다양한 이론이 아티스트들의 작품 속에 내포되어 있지만, 나의 작품들은 정치적인 명제를 던지거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대변하는 그러한 거창한 작품은 아니다. 난 단지 ‘아름다운 무언가’ 를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또한 나의 작품은 아이디어를 통한 작업으로 무언가 ‘해결점을 주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호의 <더블유 코리아>에 런던의 핫한 콘셉트 스토어로 소개된 LN-CC의 인테리어를 당신이 진두지휘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떠오른 디자인 콘셉트와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LN-CC 인테리어 작업은 총 6개월이 소요된 큰 작업이었다. 사실 LN-CC의 PR 디렉터인 샬롯을 포함한 여러 친구들과 동네 펍에서 술을 마시던 중, 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자연스레 제안했다. 전시와 클럽 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온라인 리테일 콘셉트의 LN-CC 스토어에 흥미를 느껴 흔쾌히 맡기로 결정했고 말이다. 하지만 당시엔 이렇게 큰 작업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웃음). 이후 그녀가 나를 이전에 복싱 체육관이었던 공간으로 데려갔는 데, 그 장소를 보는 순간 막막했다. 팝업 스토어 개념이 아닌 리테일 공간의 인테리어는 처음이었고, 또한 이처럼 큰 규모의 인테리어 작업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긴장도 되었다. 하지만 아주 좋은 기회인 건 분명했다. 무엇보다 내가 늘 해온 것과는 무척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는 점이 매우 즐거웠다. 시작 단계에서 LN-C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과 브랜드 매니저인 단이 생각하고 있던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었으며, 이처럼 그들이 영감을 받은 이미지들을 통해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나의 큰 디자인으로 전체적인 틀을 잡는 기존의 인테리어 디자인 과정과는 다르게 간단한 스케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갔고, 보완을 통해 하나하나 완성할 수 있었다. 사실 LN-CC는 아직 끝나지 않은 프로젝트며, 앞으로도 남은 3개의 방들을 다른 콘셉트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

LN-CC의 인테리어는 디자인 뮤지엄의 ‘2012 디자인 어워드-패션 부문’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BBC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오며, 그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알렉산더 매퀸 전시,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주인공들과 경합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알렉 산더 매퀸을 넘어서 우리가 우승할지 의문이긴 하지만(웃음).

6. 아틀리에에서 작업물을 살펴보는 게리 카드. 7.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이 선정한, 2012 올해의 디자인-패션 부문에후보로 오른 콘셉트 스토어 LN-CC의 내부 전경으로 게리 카드가 디자인했다. 8. 최근  매거진에 선보인,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에서 영감을 얻은 파스텔 톤의 세트 디자인. 9. 한국 디자이너 우영미와 협업한 ‘My Coat, My Gift’ 작업. 우영미의 코트를 리디자인한 것으로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의 팝업 스토어에 전시를 한 뒤, 트위터 경매를 통해 채러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10. 게리 카드가 제작한 본 마스크를 쓴 레이디 가가. 쇼 스튜디오의 닉 나이트와 루스 호벤 듀오가 작업한 ‘Bone Tattoo’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11.  매거진을 위해 닉 나이트, 다이노스 채프먼과 협업한 인형 작업.

6. 아틀리에에서 작업물을 살펴보는 게리 카드. 7.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이 선정한, 2012 올해의 디자인-패션 부문에후보로 오른 콘셉트 스토어 LN-CC의 내부 전경으로 게리 카드가 디자인했다. 8. 최근 <팝> 매거진에 선보인,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에서 영감을 얻은 파스텔 톤의 세트 디자인. 9. 한국 디자이너 우영미와 협업한 ‘My Coat, My Gift’ 작업. 우영미의 코트를 리디자인한 것으로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의 팝업 스토어에 전시를 한 뒤, 트위터 경매를 통해 채러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10. 게리 카드가 제작한 본 마스크를 쓴 레이디 가가. 쇼 스튜디오의 닉 나이트와 루스 호벤 듀오가 작업한 ‘Bone Tattoo’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11. <개러지> 매거진을 위해 닉 나이트, 다이노스 채프먼과 협업한 인형 작업.

당신은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무대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곳에서 익힌 경험이 당신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
당시 15 세였던 내게 그곳은 예술대학교 이상의 장소이자 꿈을 키우던 특별한 곳이었다. 특히 나처럼 런던이 아닌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심지어 록 밴드 ‘Pulp’는 그들의 노래 ‘Common People’의 가사에서 이 학교를 언급했을 정도로 1990년대의 아이콘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나 페인터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드로잉, 드라마, 코스튬 디자인, 세트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이 하나로 합쳐지는 ‘무대 디자인’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나에게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인형극에 빠져 다양한 인형(Puppet)을 만들고 즐겁게 공연을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당시에 세부적인 목표가 없이 시작했다는 점이 오히려 학교에서 했던 모든 일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 눈앞의 상황을 무언가 멋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고.

그렇다면 세트 디자이너로서 패션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작업은 무엇이었나?
학교를 졸업하고 <Less Common>이라는 잡지에서 일하게 되었다. 당시 만난 친구이자 스튜디오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제이콥 서튼(JacobSutton)이 나를 패션과 연결시켜줬다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당시에 독특한 소품을 이용한 실험적인 화보 촬영을 꿈꿔왔다. 그래서 재미난 소품을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나는 제이콥의 화보 촬영에 필요한 아이디어 넘치는 소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패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후 패션 관련 작업을 그만두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니콜라 포미체티가 나와 제이콥이 한 작업을 보고 <어나더 맨> 매거진을 위한 작업을 요청했다. 나는 그를 위해 소품 제작부터 세트 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다시 패션 작업을 하게 됐다.

당신의 블로그(http://garycardiology.blogspot.com)를 살펴보면 지난 해,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인 우영미와의 함께한 작업도 살펴볼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디자이너 우영미의 컬렉션 스타일리스트인 로비 스펜서(Robbie Spencer)와 알고 지냈는데,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우영미 쇼의 세트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 인연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우영미의 2011 F/W 시즌 광고 비주얼 작업을 비롯해 ‘My Coat, My Gift’라는 코트 컬래버레이션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녀의 코트가 지닌 실루엣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강렬하고 비비드한 느낌을 주기 위해 독특하고 강렬한 패치워크를 떠올렸다.

최근 <팝>, <데이즈드& 컨퓨즈드>와 같은 매거진과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다. 당신의 다채로운 아카이브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디토리얼 작업을 손꼽는다면?
니콜라 포미체티와 함께한 <어나더 맨>을 위한 작업은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니콜라 포미체티는 디즈니랜드에 다녀왔으며, 그와 나는 동시에 짐 우드링(Jim Woodring)이라는 사이키델릭 작가에 푹빠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어둡고 기괴한 콘셉트의 디즈니랜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는데, 마지막에 사진을 통해 본 그 독특한 분위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한 최근 <팝> 매거진과의 작업도 재미있었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의 달콤한 색감이 눈에 띄는 반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금 기괴하고 묘한 느낌이 드는 세트를 만들었다. 나아가 꼼데가르송의 광고 캠페인은 당시 내가 맡은 가장 큰 규모의 첫 광고 캠페인이라 특히 기억에 남는다.

레이디 가가의 본 마스크, 꼼데가르송의 2012 S/S 시즌 헤드피스 등 독창적인 오브제들을 제작했다.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전시켰나?
꼼데가르송의 경우엔 도버스트리트 마켓 런던과 일본의 크리스마스 쇼윈도 디스플레이 작업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꼼데가르송 셔츠 캠페인의 세트 디자인을 맡았는데, 그 작업이 레이 가와쿠보의 눈길을 끌었고 그녀가 직접 이번 시즌의 헤드피스 작업을 내게 의뢰했다. 한편 본 마스크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니콜라 포미체티가 레이디 가가의 헤드피스를 이틀 안에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만든 것이다. 사실 그동안 레이디 가가를 위해 많은 오브제를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일부는 사용되지 못했다. 그녀의 쇼에 사용하기 위해 힘들게 제작한 것이 보스턴이 아닌 뉴욕 으로 잘못 배송되거나 ‘Judas’ 뮤직 비디오를 위해 디자인한 헤드피스가 -니콜라 포미체티와 레이디 가가가 매우 마음에 들어한- 배송 중 사라진 일도 있었다. 어쨌든 레이디 가가의 경우엔 그들이 원하고 생각하는 것을 제작해야 그들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 가와쿠보의 경우엔 원하는 디자인을 알려주지 않고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레이는 누가 그녀와 함께 작업하는지 비밀로 하고, 컨트리뷰터들도 서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없기에 오롯이 혼자 이미지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점이 힘들기도 했다.

‘Sad Happy Frog Egg’와 같은 당신의 개인 작업도 매우 흥미롭다. 콘셉트를 어떻게 발전시켰나?
이 작업물의 경우에는 짐 우드링의 영향을 받았다. 나는 달걀 위에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양면에 각각 다른 표정의 얼굴을 그렸다. 그리고 다양한 드로잉과 일러스트레이션, 소품 등을 통한 개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 얼굴 모양의 큰 램프 같은 작품은 그때마다 떠오르는 영감에 맞춰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다.

세트 디자이너는 몸과 머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직접 몸을 써서 세트를 짓는 것 이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대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아티스트와 같은 영감이 필요한데 당신의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이들이 있다면 누구인가?
우선,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 그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다고 생각하고, 생전의 그와 함께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다. 또한 폴 스미스는 나와 스타일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나는 폴 스미스 스타일에 비비드한 톤을 넣은 것을 더 좋아하지만. 친한 디자이너로는 가레스 퓨와 카세트 플레이어의 캐리 문덴(Carri Mundane) 등이 있는데 각자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들은 항상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또한 친구인 그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지닌 채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일을 정말로 좋아하고, 즐긴다는 느낌이 든다. 이 일의 어떤 부분이 당신을 그토록 열정적으로 만드나?
마지막 결과물을 보는 순간이 내 힘의 원동력이 된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과정을 더 좋아하겠지만, 나는 내가 제작한 세트나 소품을 이용해 사진을 찍은 후 그것을 모니터 스크린을 통해 보는 데서 굉장히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곤 하니까.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 블로그에 그 비주얼을 올리는 일 또한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사실 나는 야망이 큰 사람이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우선 한 가지를 꼽자면 프린트 디자인이다. 내가 디자인한 프린트가 프라다 드레스에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 밖에 티셔츠와 장난감도 만들고 싶고, 아트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고 싶기도 하다. 사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매일 바뀐다. 참, 지금은 책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젊은 크리에이터로서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목표를 세우지는 않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하나의 소망 어린 계획이 있다면, 35살 이전에 내 작업들을 독립적인 작품들로 판매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트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가치관이 궁금하다.
사실 나의 가치관은 매일 변한다. 내가 하는 일은 매번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의 가치를 갖고 일하기가 힘들다. 다만 화면 혹은 지면상에 ‘매혹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내가 항상 하고자 하는 일이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닌, 사람들이 기대하지 못한 ‘독창적’인 무언가를 제작 해 보여주는 일 말이다.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PARK HEE WOONG
스탭
런던 통신원 / 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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