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놓칠 수 없는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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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이 첫 연인을 추억하게 해줬다면 서울 레코드페어는 처음으로 사랑했던 뮤지션을 떠올리게 만들 거다.

다시 만난 세계

6.2~3

음반 쇼핑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일 때가 있었다. 종종 라디오에서 받아 적은 뮤지션 이름 하나만 손에 쥔 채 강남역 타워레코드나 명동 파워스테이션을 샅샅이 뒤지곤 했다. 만만찮은 시간을 투자해 칼라 블레이나 닉 드레이크의 앨범을 구했을 때는 성배를 찾은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 같았고. 몇분쯤 마우스를 클릭하면 카드명세서를 씹어먹으며 후회하게 만들 만큼 많은 CD를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게 된 지금은 아득해진 즐거움이다. 2회째를 맞는 서울 레코드페어는 그 아득한 즐거움을 되새기게 해줄 드문 기회다. 작년에는 쿤스트할레에서 단 하루 동안 치러졌던 행사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좀더 커졌다. 6월 2~3일, 악스코리아로 날짜와 장소를 확정지은 것. 국내외 50여 개 음반 전문점과 인디 레이블, 수입/유통사, 개인 컬렉터들의 CD와 LP가 쏟아져 나오는 자리이니만큼 컴퓨터 앞에 앉지 않고도 카드명세서를 씹어먹을 수 있겠다. 특히 7인치 컬러 레코드로 제작된 얄개들의 EP나 임지훈의 <오르간 오르가즘> LP 등 여기서만 구입이 가능한 한정반은 수집가들의 심장에 불을 지를 것이다. 서울 레코드페어는 음반 마켓과 벼룩시장, 그리고 음악 페스티벌이 합쳐진 프로젝트다. 쇼핑백이 너무 무거워졌다 싶으면 잠시 앉아 공연을 감상해도 좋다. 6월 2일 열릴 하나음악 특별전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벤트다. 이 전설적인 레이블과 1990년대를 함께했던 장필순, 고찬용, 윤영배, 이규호 등이 오랜만에 합동 무대를 갖는다. 이튿날 이어질 펑카프릭&부슷다, 얄개들 등의 연주 역시 축제의 마지막에 유쾌한 마침표를 찍어줄 예정. 모든 예매 관객에게는 중고 7인치 레코드가 무료로 증정된다. www.recordfair.kr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6.1~6.10

무성영화에조차 음악은 흐른다. 맨 처음 누가 영화에 음악을 넣거나 음악에 영화를 입힐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 누군가가 없었더라도 어차피 그들은 만날 운명이었을 거다. 올해 5회를 맞는 KT&G 상상마당 시네마 음악영화제는 작정하고 음악과 영화를 이어주는 자리다. 총 5개 섹션에 걸쳐 30여 편의 음악영화를 푸짐하게 차렸는데 우선 개막작 <캔 유 필 잇>부터 얼마 전 개봉한 <두레소리>까지 이제 막 세상에 나선 신작 영화들이 마치 샐러드처럼 싱그럽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김종욱찾기>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뮤지컬 영화 특별전,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맡은 <어바웃 케빈>부터 그들의 뮤직 비디오와 라이브 영상까지 깨알같이 준비한 라디오헤드 특별전 역시 감칠맛 나는 접시다. 여기에 원썸머나잇 플리 마켓과 라이브홀에서 펼쳐지는 원썸머나잇 콘서트까지 그 유혹적인 디저트를 거절하지 못하고 탐닉하다 보면, 초여름을 훌쩍 지나 진짜 여름에 들어서 있지 않을 까.
6월 1일부터 열흘간 KT&G 상상마당 시네마.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피처 에디터 /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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