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데워진 공기가 서늘하게 식어 가는 여름밤. 여지없이 술이 당길 때면 저절로 발길이 닿을 듯한 술집 두 곳, 가끔은 밥 없이도 살 수 있겠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아주 특별한 빵들이 사는 집.

술이 술술

1. 마인드
어쩌면 마인드 어딘가에는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영험한 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차가운 생맥주를 꿀떡 넘기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그토록 스르르 풀려버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여기에 차곡차곡 쌓은 얼음 위에 올린 싱싱한 고등어, 연어, 광어, 참치 사시미를 집어 성게알로 만든 소스를 묻힌 후 절인 와사비 잎에 싸 입에 넣고, 부드럽고 가벼운 사케인 메이보요와 노츠키 혹은 깊은 맛이 나는 화이트 와인 텍스트북 샤도네이를 곁들이면 이미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 조금 더 어둑어둑해질 즈음이면 어묵이 보글보글 끓는 냄새가 진하게 퍼지는 바 자리에 앉아 눈앞에서 갈아주는 생와사비를찍은 쫄깃한 어묵에 레몬과 토닉 워터를 곁들여 상큼한 쌀소주를 맛보면서 아름다운 여름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도 좋겠다. 일요일 휴무. 한남동 리첸시아 뒷골목.

2. 글램
부쩍 짧아진 밤을 1초라도 낭비하지 않고 싶다면 이태원의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 ‘디스트릭’으로 내달리는 것만큼 똑똑한 선택이 없다. 우선 1층에 위치한 펍 ‘프로스트’에서 맥주 한 잔에 가볍게 요기를 하고는, 2층의 라운지 바 ‘글램’에 안착한다. 푸른빛을 내지만 라즈베리 맛이 나는 칵테일 올믹스업이나 카시스의 새콤달콤함이 생생한 베드룸 킹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유혹적이다. 여기에 유자 폰즈 소스로 맛을 더한 참치와 소고기 타다키, 오이로 말아내 싱그럽게 즐기는 연어, 광어, 참치 샐러드, 데리야키 소스로 풍미를 더한 도미 뱃살 그리고 신선한 사시미까지 하나하나 맛보다 보면 이 밤을 금세 끝내기는 어렵다는 걸 직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쉬워도 냉정하게 글램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바로 옆 클럽 ‘뮤트’에서의 밤은 그제야 시작될 테니까 말이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뒤.

배가 빵빵

3. 카라멜
카라멜의 빵들은 소박하고 뭉툭한 생김새를 지녔다. 인공 첨가물이나 색소를 넣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우나 빵의 모양을 만들 때도 기계가 아닌 손을 사용하는 까닭이다. 머리 부분에 초코, 바닐라, 마르살라와인 크림을 넣은 버섯 모양 비네예, 달콤한 빵 안에 리코타치즈 크림과 초콜릿을 곁들인 굴 모양의 오스트리케 모두 질리지 않는 건 그 때문일까. 여기에 커피 대신 스파클링 와인까지 곁들인다면 계속 입안으로 직진하는 빵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압구정 에이랜드 맞은편.

4. 팔러
엄청난 돈보단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진짜 사치를 누리고픈 사람들을 위해,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천천히 공들여 내주는 응접실 팔러가 문을 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식감이 좋은 패티로 만든 바르도 버거는 꼭꼭 씹고 싶어질 만큼 풍미가 깊고, 3층 트레이 가득 쿠키, 미니 샌드위치, 케이크, 타르트를 채워주는 오뜨 꾸티가 등장하는 순간엔 일상의 무게가 사라진 듯한 착각을 맘껏 누릴 수 있다. 한강진역 패션파이브 건물 지하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