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새 울고, 들판엔 신록이 가득하고, 디자이너들은 그 어느 시즌보다 풍성하게 컬러 예찬을 늘어놓고 있는데, 언제까지 칙칙한 옷만 입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색을 두려워하는 독자들을 위한 2012년 버전 더블유식 컬러 참고서.

기본 : 모노&다크 편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약간의 어두운 색 외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면.

1. 전부 하얗게 입어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입는다고 소복이 되지 않는다. 올 화이트(All White) 룩이 올해 대세다. 표백제에 담근 듯 더욱 하얄수록 좋다. 올 화이트 룩에 조심해야 할 것은 보, 러플, 레이스, 튈 등 너무 귀여운 장식, 그리고 자장면과 김치찌개.

2. 화이트 2:8의 법칙
아무리 의사, 간호사 룩이 대세라 해도 전부 흰색이라니, 안 된다고 외친다면, 못할 게 뭐 있나. 다른 색 좀 섞으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딱 2할 정도만, 소심하게 섞어야 예쁘다.

3. 시크하지 못한 외모 때문에 올 화이트가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극복법 1 아일릿 : 구멍이 모여서 일정한 무늬를 이루는 것을 말하는데, 소녀적인 분위기에 많이 사용된다. 상·하의 중 하나만 아일릿을 택해 입어도 고급스럽다.
*극복법 2 펀칭&커팅 : 운동복에 많이 쓰이는 메시 소재처럼 펀칭이나 커팅이 되어 있으면? 순수의 상징 화이트는 대번에 팜므 파탈의 상징으로 바뀐다.
*극복법 3 투명한 소재 : 흰색은 시원한 컬러가 아니다. 어느 부분은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같은 흰색도 반투명, 불투명한 소재를 섞으면 훨씬 시원해 보인다.

4. 올 블랙 입지 말 것
흰색과 검정은 말 그대로 패션계의 대표적인 시즌리스 컬러다. 옷 좀 입는다는 사람치고 올 블랙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다지만 이번만큼은 참아라. 굳이 입겠다면 페이턴트 가죽이나 스팽글 등을 사용해서 어느 부분이라도 좀 반짝이게 만드는 게 낫다.

5. 차가운 회색을 검정과 흰색 사이에 넣어라
은근히 회색이 유용하다. 전부 흰색에서 검정까지, 전부 무채색으로만 입는 모노크롬 스타일링에서 관건은 회색인데, 자칫 텁텁하게 느껴지는 회색의 계열 중 약간 푸른색이나 은색이 도는 ‘차가운 회색’ 계열의 상·하의를 택하면 두루두루 산뜻하게 잘 어울린다. 물론 이번 시즌 유행인 파스텔 톤과의 궁합도 좋고.

6. 굳이 무겁게 입겠다면
INK 워낙 파스텔과 비비드한 색이 많이 쏟아져 나온 시즌이라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같지만, 의외로 짙고 무거운 컬러가 많다. 간절기와의 연결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제일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미드나이트 블루, 인디고 블루 등을 위주로 한 ‘물에 탄 잉크’ 같은 색들. 흰색이나 같은 푸른색 계열 중 채도가 높은 것과 섞어 입는다.
WINE 어두운 계열의 색 중에 제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와인 컬러. 입는 방법은 간단하다. 셀린처럼 간결하고 도회적으로 와인 소재 하나만 선택하든가, 버버리 프로섬처럼 채도 낮은 색을 여럿 섞어 이국적으로 표현하든가. 참 쉽죠?

1. 오렌지색과 보라색 튈, 메탈 체인을 엮어 만든 목걸이는 수베라 by 톰그레이하운드 제품. 2. 파랑 페이턴트 지갑은 토즈. 3. 노란색 슈즈는 보테가베네타. 4. 오렌지색 지갑은 발렉스트라. 5. 빨강 토트백은 프라다, 6. 파란 벨트는 루이 비통. 7. 컬러 블록 슈즈는 페르쉐 제품.

1. 오렌지색과 보라색 튈, 메탈 체인을 엮어 만든 목걸이는 수베라 by 톰그레이하운드 제품. 2. 파랑 페이턴트 지갑은 토즈. 3. 노란색 슈즈는 보테가베네타. 4. 오렌지색 지갑은 발렉스트라. 5. 빨강 토트백은 프라다, 6. 파란 벨트는 루이 비통. 7. 컬러 블록 슈즈는 페르쉐 제품.

실전 1 : 비비드 편 작년 여름의 형광색 대신, 정말 쨍한 진짜 색들이 돌아왔다.

1. 한 색만 공략하라
2012년 봄/여름, 그야말로 오랜만에 ‘깔맞춤’ 코디네이션이 다시 등장했다. 한 룩 안에서 거의 채도와 명도 차이 없는 같은 색만을 사용한 스타일링으로, 기본적으로는 상하의뿐만 아니라 이너웨어와 아우터까지 한 톤으로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나, DKNY의 예처럼 모자와 슈즈, 백, 주얼리 등 토털 룩을 한 가지 톤의 색으로 맞추는 코디네이션도 종종 눈에 띈다. 제일 쉬운 것은 비비드한 색감의 드레스를 하나 선택하고 백과 슈즈의 컬러를 달리하는 것. 이 경우 백과 슈즈도 컬러를 굳이 맞출 필요는 없다.

2. 컬러 블록, 구역을 나눠라
한 가지 색의 덩어리를 이어 붙인 상태로 하여 전체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을 일컫는 컬러 블록. 화려한 색의 의상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컬러 블록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러 피스가 더해져 하나의 룩을 구성할 때 각 아이템의 색을 모두 달리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아우터를 덧입어야 하는 날씨인 간절기까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컬러 코디네이션이다. 이번 시즌에는 몬드리안의 추상화처럼 철저하게 계산되어 뚝뚝 나누어 떨어지는 구성에서 벗어나 곡선이나 대각선 등 대담한 커팅과 실루엣을 이용한 컬러 블로킹도 출현했다는 점을 기억해둘 것.

3. 테일러드 룩의 상하의 중 하나만 골라라
이건 좀 사야 한다. 테일러드 재킷이나 코트, 혹은 팬츠나 스커트 등 질 좋은 재단을 바탕으로 한 아이템에 원색이 입혀지는 시즌은 매우 드문 편이다. 그러므로 이번 시즌에 비비드한 색감이 적용된 옷 딱 한 벌만 사야 한다면 웬만하면 테일러드 아이템을 권한다. 특히 예쁜 색감의 재킷이 많이 나왔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오렌지와 핑크. 이렇게 6가지 색만 기억하면 된다. 순서는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바뀌어도 상관없다. 메인 색을 골랐으면 나머지는 짙은 네이비, 검정, 브라운이나 캐멀, 아이보리나 카키 등 5가지 컬러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색을 덧붙이면 된다. 참고로 형광기가 없어야 한다.

4. 분위기별 선명한 색상 응용 사용법
오렌지+∫=아프리칸 오렌지색은 단색에서 프린트에 이르기까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채도가 높은 것보다는 마치 아프리카의 향신료를 연상시키는 깊은 색감으로 표현되는 것이 특징인데, 특히 오렌지에 파랑, 연두, 초록 등을 섞고 파이톤이나 크로커다일 등 이그조틱한 분위기의 슈즈와 백 등을 더하면 아프리칸 특유의 에스닉한 무드가 살아난다.
원 포인트 스포티브 무드 스포티브한 무드를 경쾌하게 살리는 데 있어 생생한 색감만큼 중요한 요소가 또 있을까? 물론 컬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중고등학생 캐주얼’처럼 보이기 십상이므로 성숙한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겠다. 전체적으로 단색보다는 컬러 블록을 사용해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리듬을 살리는 편이 훨씬 예쁘다.
솔리드 컬러+데커레이션 =실용적 쿠튀르 오트 쿠튀르는 어렵다? 그렇다. 솔직히 어렵다. 어렵기 이전에 비싸다. 그래서 선뜻 입지 못한다. 그렇지만 쿠튀르적인 느낌을 살짝 담은 일상복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기에 트렌디한 컬러까지 입힌다면 더더욱. 아무래도 장식이 화려한 편이기 때문에 여러 색상이 섞인 것보다는 한 톤의 색상으로 이루어진 룩이 훨씬 낫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 하늘색 장지갑은 제이 에스티나, 분홍색 핸드백은 랑방 컬렉션, 민트색이 섞인 토트백은 프라다, 연한 분홍색 슈즈는 페르쉐 제품.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 하늘색 장지갑은 제이 에스티나, 분홍색 핸드백은 랑방 컬렉션, 민트색이 섞인 토트백은 프라다, 연한 분홍색 슈즈는 페르쉐 제품.

실전 2 : 파스텔 편 보기에 예쁘긴 한데, 트렌드가 될 때마다 진땀 흘리게 만드는 파스텔에 도전하다.

1. 2012 파스텔 대전제, 섞어라
아무리 유행이라 하지만, 패션 에디터들 중에서도 파스텔 컬러를 눈에 띄게 입고 다니는 사람 별로 없다.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왕 입으려면 소심하게 입는 것보다는 눈에 확 띄게 입는 편이 낫다(고 디자이너들이 권하고 있다). 최소 2가지 이상, 많게는 4~5가지 파스텔 컬러를 섞어 입는 것이다.

2. 1 파스텔 + 1 다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파스텔이 팽창색이라는 것은 유치원생들도 잘 안다. 당연히 슬림해 보이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땐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파스텔 색을 하나 정하고, 여기에 매우 어두운 색을 하나 더해서 1+1 스타일링으로 만들면 된다. 상의를 파스텔로, 하의를 어둡게 정하면 안정감이 있고, 그 반대로 하면 신선한 느낌이 든다.

3. 배스킨라빈스의 법칙
섞긴 하되, 웬만하면(그러니까 어느 정도 날씬한 몸매가 바탕이 된다면) 파스텔 색끼리만 섞는 것이 트렌드다. 무슨 색과 무슨 색을 섞어야 하냐고? 걱정하지 마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어느 하나 튀는 색 있던가? 부드러운 컬러감의 아이스크림 파스텔끼리는 웬만하면 다 어울리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배스킨라빈스의 법칙이다. 그래도 어렵다면 한 벌 안에 여러 파스텔 색상이 컬러 블록을 이루고 있는 제품도 많이 나왔다. 그거 선택하면 안전하다.

4. 그래도 어렵다면
민트+베이지 잘 어울리기도 하고 이번 시즌에 트렌드인 컬러 조합. 차가운 민트에 뉴트럴한 베이지를 섞는 것. 스포티에서 페미닌까지 소화가능!
핑크+화이트 잘 어울리기도 하고 이번 시즌에 트렌드일 뿐 아니라 남자들도 좋아하는 컬러 조합. 핑크와 화이트를 섞는 것. 단, 시크하지 못하게 너무 걸리시한 아이템은 피할 것.

홀로그램 효과의 보라색 스팽글이 장식된 클러치는 힐리앤서스 제품.

홀로그램 효과의 보라색 스팽글이 장식된 클러치는 힐리앤서스 제품.

응용편 : 3가지 테마 컬러들 앞에서 설명한 기본과 실전편을 모두 마스터한 후눈 길을 돌려볼 만한 컬러들.

1. 이그조틱 캐멀
봄/여름 컬렉션인지 리조트 컬렉션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인 휴양지 느낌의 룩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화려한 프린트가 많다는 데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두 번째로는 검정과 하양, 회색 같은 모노톤을 제외하고 패션에서 가장 ‘기본 컬러’로 쓰이는 어스 톤 중에서도 디자이너들이 캐멀색 을 포인트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캐멀색에 약간 오렌지빛이 돌기 때문에 아프리카 사막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마이클 코어스와 도나 카란, 에르메스 등 젯셋족의 여행을 컬렉션 테마로 삼은 디자이 너들의 컬렉션에서 이 컬러가 대거 등장했다. 입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캐멀-카키-올리브-브라운-다크 베이지 등 비슷한 계열의 어스 톤을 겹치고 겹쳐 입으면 이그조틱한 휴양지 룩이 되며, 검정과 흰색(회색은 안 된다) 등 모노톤을 섞으면 도시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2. 로열 밀크티
제아무리 원색이 좋다 해도 원색의 옷만 계속 입었다가는 성조기나 태극기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주변인이 눈치채지 못하는, ‘시즌리스’ 컬러도 충분히 갖추어야 하는데, 특히 올봄에 시즌리스 컬러로 가장 제격인 것은 여성스러운 베이지, 그중에서도 홍차에 우유를 섞은 듯한 ‘로열 밀크티’ 색이 아주 예쁘게 나왔다. 노랑, 분홍 등 파스텔 색과 섞으면 소녀답고 신선한 분위기를 주며, 검정이나 흰색과 섞어 입으면 시크해 보이고, 단색으로 입으면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검정, 하양 등 모노톤보다 훨씬 활용도도 높다.

3. 디지털 홀로그램
저런 걸 누가 입을까 싶은데도 매 시즌 끊임없이 나오는 메탈릭한 컬러. 주로 실버나 골드, 혹은 블랙의 표면에 메탈릭 가공 정도를 찾을 수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비비드 컬러의 유행과 맞물려 색상까지 튀는 것이 많다. 표면도 깔끔한 것보다는 구김 가공을 주었는데, 주로 디지털적인 분위기의 홀로그램 느낌으로 표현된다. 상하의를 모두 반짝이게 입으면 아이돌 추종자로 보일지도 모르니 데스켄스 띠어리 룩처럼 일상적인 옷 중 밝은 색의 아이템과 믹스 매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