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7년을 기다린 끝에, 이제 막 데뷔 음반을 내고 첫 방송을 소화한 20대 초반의 아가씨는 아직 스타를 꿈꾸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그녀의 이름은 ‘하다미’다.

오직 하나만 바라보며 7년이란 시간을 버티는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을까 가늠해본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나보다 먼저 잘 풀린 동료를 향한 질투로 속이 새까맣게 탔다고 해도 믿어줘야 할 것 같았다. “아뇨. 그저 재미있었어요. 계속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도 언젠가는 될 거다, 그렇게 생각한것 같아요.” 그리고 열여섯 살 여자아이일 때부터 시작된 발랄한 믿음은 정확히 5일 전 ‘마네킹’이란 노래로 지상파 음악 방송에 데뷔하면서 이루어졌다. 물론 운명이란 건 대체로 그렇듯 고분고분하지 않아 자신이 그려온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다. 연기를 하고 싶다며 무작정 대구에서부터 서울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오가며 오디션을 보고, 배우가 아닌 가수를 권한다는 이유로 꽤 큰 연예기획사의 제안이나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좋은 기회를 거절해왔는데, 결국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즈음에서 ‘지금 생각해보니 노래가 내 운명이었다’ 정도의 각오가 있을 줄 알았지만, 대답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요즘엔 가수라고 노래만 하지 않잖아요. 5년, 10년 후엔 배우가 되어 있는 모습을 꿈꾸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엔 가수로서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래야 연기도 하죠. 저 욕심 많거든요”.

어쩌면 우린 그동안 ‘연예인’보다는 ‘뮤지션’ 혹은 ‘배우’란 단어에 높은 가치를 매겨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꾸 그들로 하여금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는 뮤지션이나 자신만의 연기 철학으로 무장한 배우라는 가면을 쓰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다미는 “솔로로 데뷔하기 전엔 걸그룹을 준비했는데, 그때 메인 보컬이 아니라 서브 보컬이었어요”라고 별고민 없이 털어놓고, “예능은 되는대로 다 해보고 싶어요. 특히 ‘청춘불패’처럼 모여서 열심히 노는 프로그램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좋아하는 뮤지션 목록엔 ‘너 음악 좀 듣는구나’라는 이야길 들을 법한 생소한 이름들 대신 ‘리한나, 푸시캣 돌스, 성시경, 박정현’과 같은 인기 가수를 턱하니 올려놓았다. 그러니까 언뜻 멋져 보이는 뮤지션이라는 단어엔 영 욕심이 없는 셈이다. 대신 그녀는 집중 트레이닝을 받은 2년간 대표님이 홧김에 “너, 나가!”라고 말했을 때 반항한 걸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중간에 이 꿈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막상 데뷔하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데 거기다 주변엔 온통 그룹뿐이라 외로워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고, 처음 무대에 서던 날 주변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하고 눈물까지 흘렸다는데 스스로는 무대 위에서 잘했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내려왔으며, 그리하여 요즈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노래’란다. 그러니 예술가를 원했다면 어떨지 몰라도,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하다미라는 이름을 잠시 기억하고 넘어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