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제인이 있겠지만 그중 제인 버킨과 같은 사람은 딱 한 명뿐일 거다. 유일한 목소리를 직접 경험할 어쩌면 마지막 기회.

이른바 ‘패션 피플’들이 예외 없이 제인 버킨을 숭배하는 게 그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방에 이름을 빌려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배우 겸 가수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방을 땅바닥에 던지고 운동화로 잘근잘근 밟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가 아닐까. 버킨 백의 가장 근사한 활용법을 알고 싶다면 그가 출연한 일본의 TV쇼 <비스트로 스맙>을 보면 된다(어쩐지 ‘차라리 날 밟으세요!’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들긴 한다만). 럭셔리의 대명사면서도 정작 본인은 늘 헐렁한 티셔츠에 낮은 운동화 차림인 제인 버킨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아이러니다. 영국 출신이지만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 대접을 받았고, 섹스 심벌로 출발했으나 누벨바그 감독들과도 깊게 교류했다. 그리고 예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벌어진 앞니를 자랑스럽게 드러낸 채10 살짜리보다 더 아이처럼 웃는다. 15살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30대 이혼녀의 이야기를 그린 아녜스 바르다의 <아무도 모르게>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 그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아마 전혀 다른 영화가 됐을 거다. 한참 더 나이가 들더라도 결코 늙을 일은 없을 것 같은 제인 버킨이 8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사적이자 공적인 파트너였던 세르주 갱스부르의 걸작 <Histoire de Melody Nelson> 4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이 앨범의 수록곡은 물론 B‘aby Alone in Babylon’, ‘Di Doo Dah’, ‘Ballade De Johnny Jane’ 등 좀 더 귀에 익숙한 노래들도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 어쩌면 한국 관객들이 특유의 위태롭게 속삭이는 보컬을 가까이서 경험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3월 22일 악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