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믿음’을 흥얼거렸다. “이것만 기억해요. 다시는 이런 시즌 또 없을 테니”라고. 그래, 올봄에는 여섯 가지만 기억하자. 꽃 피고 새 우는 따스한 봄이 오거든 다음의 룩을 입고 한껏 뽐내야지.

한땀 한땀

컬렉션을 현장에서 감상해야 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디자이너들의 쿠튀르적 면모를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있다는 점도 큰 이유다. 정교한 손맛이 주는 감동은 두 눈으로 직접 볼 때 배가되니까. 촘촘히 엮은 진주, 브로케이드 장식, 한 땀씩 꿰맨 비즈 장식의 드레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쿠튀리에로 인정받고 있는 알렉산더 매퀸, 스터드를 자수처럼 촘촘히 박은 발맹, 황금 비늘을 연상시키는 글래머러스한 룩을 보여준 로베르토 카발리, 꿰매고 엮고 꼬는 방식을 모두 활용한 마르니, 깃털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살려 모양을 낸 지안프랑코 페레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쿠튀리에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주얼 컬러의 원석으로 달콤한 느낌을 전한 돌체& 가바나, 깃털과 비즈의 조화가 멋진 샤넬, 코르사주 장식의 루이 비통처럼 여성성을 극대화한 컬렉션도 감상 포인트. 플라스틱을 얇게 잘라 술처럼 장식한 발렌시아가, 포장지를 연상시키는 마크 제이콥스처럼 PVC 소재의 변신도 주목할 것.

새들을 위한 노래

디지털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야기할 때 패션을 기준으로 가장 빠르게 활용된 것을 꼽으라면 단연 디지털 프린트다. 덕분에 디자이너들의 영원한 영감인 꽃은 생화를 보는 듯 더욱 생생하고 화사하게 나타났다. 꽃 프린트의 정석을 보여준 블루걸, 블루마린을 시작으로 정교한 세밀화를 보는 듯 잎사귀 하나하나의 프린트가 섬세한 에르뎀과 스포트막스, 튤립이나 해바라기 등 좋아하는 꽃봉오리를 패턴으로 활용한 로다테나 소니아 리키엘, 단순화한 꽃봉오리 패턴이 귀여운 마르니와 미우미우까지 이번 시즌에도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데 있어 ‘꽃’이라는 존재에 대적할 만한 것은 없었다. 꽃봉오리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패턴을 만든 프라다, 니나리치, 제이슨 우, 프로엔자 스쿨러의 룩은 여성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전해 인상적이었고, 사진과 꽃 프린트를 묘하게 섞은 드리스 반 노튼이나 색색의 꽃밭을 이어 붙이고 섞은 프린트의 귀재, 마리 카트란 주의 프린트는 톡특함으로 더욱 돋보인 예다.

달콤한 봄의 로맨스

봄이 반가운 건, 만물이 소생하기 때문이다. 칙칙하고 어두운 사물들이 제 빛깔을 찾는 기쁨을 누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봄여름 컬렉션은 언제나 밝고 화사하다. 단, 이번 시즌에는 몇 시즌째 이어진 강렬하고 열정적인 애시드 색이 아닌 우아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파스텔 색감에 집중할 때다. 블루걸이나 랑방, 니나리치나 발렌티노, 베라 왕처럼 핑크빛 색감과 리본, 레이스 등을 즐겨쓰는 여성스럽고 상냥한 취향의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의 대표주자인 베르사체나 돌체&가바나, 마르니까지 누드 톤에서 시작하여 연분홍으로, 은은한 하늘색에서 옥색이나 비취색, 민트색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컬러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우아하고 조신한 레이디 룩의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푸른 파스텔 톤의 변주를 선보였고, 빛이 바랜 듯한 느낌의 미우미우, 은은하게 비치는 시폰 소재를 사용하여 더욱 여성스러운 무드를 낸 존 갈리아노, 랑방, 제이슨 우, 루이비통 역시 아주 연한 색감을 선택하여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을 전했다.

20’ 레이디

길게 내려온 허리 라인과 넉넉한 품, 머리에는 딱 맞는 모자를 쓰고 태슬이나 비딩 장식이 화려한 골드 톤의 원피스를 택할 것. 이번 시즌 파티 룩의 정석이 될 1920년대 스타일이 바로 이거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의 연인인 데이지 뷰캐넌이 되어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쉽겠다. 또는 올해 다시 개봉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캐리 멀리건 주연의 2012년 작을 봐도 좋다. 골드 시퀸이 무수히 장식된 구찌의 드레스나 찰랑거리는 태슬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한 에트로, 마르케샤의 드레스처럼 반짝거리는 화려함에 집중할 것. 또는 랄프 로렌이나 필로소피처럼 은은한 색감에 자수와 깃털 장식이 달린 우아한 버전도 아름답다.

경쾌하고 깔끔하게

지난 시즌 가장 반가운 트렌드는 스트리트 문화였다. 캐주얼하고 아주 스포티한 아이템들이 하이 패션과 만나 보여준 신선함은 그 어떤 치장보다 빛났으니까. 그리고 이번 시즌, 2012 런던 올림픽 덕분인지 스포티브 무드가 더욱 강력해졌다. 점퍼, 후드 등의 캐주얼한 요소를 가장 젊은 방법으로 해석하는 알렉산더 왕의 스키복 같은 매끈한 팬츠 룩도 멋지고 육상 선수의 쇼츠처럼 짧은 발렌시아가의 쇼츠는 벌써부터 입고 싶을 지경. 겐조를 확 변신시킨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이 보여준 점퍼 룩은 캐주얼한 요소가 브랜드를 얼마나 젊고 활기차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트랙을 연상시키는 트리밍 장식이 돋보이는 베르수스나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의 룩도 마찬가지. 이때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또한 랙&본처럼 탱크톱에 가벼운 셔츠를 걸치고 셔링장식 팬츠, 후드 점퍼 등을 매치해 조깅 룩의 본을 보여준 예도 있고 반대로 트레이닝 룩에 정교하게 테일러링을 더하거나 광택이 돋보이는 새틴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한 스포트막스나 빅토리아 베컴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색을 많이 섞거나 치렁치렁하게 여러 겹으로 입지 않는 것이다. 몸에 딱 맞게 입고 전체적인 톤을 맞출 것. 깔끔하게 입는 것이 포인트라는 이야기다.

허리에 날개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페플럼 장식이 트렌드의 중심에 자리한다니 더없이 기쁘다. 무슈 디올이 50년대에 선보인 뉴 룩처럼 잘록한 실루엣을 만드는, 허리 아래 달린 풍성한 주름 장식을 지칭하는 페플럼은 살짝 나온 배도 가려주며 조금 위쪽에 달리면 프로포션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걸을 때마다 리듬을 타고 찰랑거리는 느낌은 또 얼마나 흥겨운지. 셀린이나 이브 생 로랑에서 보여준 것처럼 단순한 룩에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알렉산더 매퀸, 지방시, 마르케샤처럼 주름을 매우 풍성하고 층층이 겹치도록 하면 화려하고 극적인 효과를 낸다. 배색이 돋보이는 제이슨 우의 룩은 여성스럽고, 벨트처럼 탈착이 가능하도록 연출한 베라 왕의 위트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