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비주얼이 달라졌다. 백을 모델의 얼굴보다 크게 드러내는 형식이나 스타만을 앞세운 비주얼보다는 드라마틱하거나 스토리가 있는, 혹은 아트워크 같은 흥미로운 비주얼이 많아진 것. 이는 지젤 번천, 마리아칼라, 나타샤 폴리 등의 매혹적인 슈퍼 모델, 머트 앤 마커스, 스티븐 마이젤, 윌리 반데페레, 이네즈 커플 등의 톱 사진가, 에디터 출신의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문화적인 이미지를 더하려는 브랜드에 의해 탄생했다. 스타일별로 나눈 2012 S/S 광고 아트 북을 감상하시라.

STYLE 1. 미스터리 영화 속으로

백을 붙잡고 드러누워 있는 비주얼이나 스타를 앞세워 심심하게 촬영한 지극히 일반적인 광고 비주얼보다 극적인 시추에이션의 비주얼은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하여 2012 S/S 시즌 많은 브랜드들이 선택한 콘셉트는 바로 ‘미스터리 영화’. 특히 질 샌더의 라프 시몬스가 직접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고 올리비에 리조가 스타일링했으며, 윌리 반데페레가 촬영한 질 샌더의 광고 비주얼은 놀랍다. 깨진 창문 사이로 보이는 여전히 건재한 모델 나타샤 폴리와 클레망 샤베르노의 두려움에 찬 모습은 묘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마치 히치콕 영화 <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비주얼. 한편 이번 시즌 많은 브랜드의 뮤즈가 된 영원한 디바 지젤 번천과 마리아칼라는 지방시의 얼굴이 되었다. 리카르도 티시는 “인어와 서퍼 사이의 러브 스토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지만 머트 앤 마커스가 촬영한 비주얼 주인공들은 어둠의 자식들에 가깝고 영화 <트와일라잇>을 떠올린다. 에트로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그 주인공은 최근 뜨는 모델 중 하나인 에이멜린 발라다(Aymeline Valada). 마리오 테스티노가 촬영한 이비주얼은 록 로열 스타일의 그녀와 두 명의 남자 모델이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탈리아 시네마에서 영감을 받아 마리아노 비반코가 촬영한 돌체&가바나의 비주얼은 또 어떤가? 그들의 영원한 디바 모니카 벨루치와 이탈리아 여배우 치아라 프란치니가 가족으로 등장하는데 밝은 표정을 지었다고는 하지만 마치 마피아 가족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또 얌전한 분위기를 선호했던 에르마노 설비노는 이번 시즌 개성 있는 영국 모델로 샬롯 카시라기 공주의 남자 친구 여동생이자 귀족인 엘리스 데럴을 뮤즈로 삼아 브랜드에 젊고 쿨한 이미지를 가미했다. “엘리스 데럴은 누구보다 록 로열 스타일을 잘 표현해준다.” 에르마로 설비노의 설명. 게다가 포토그래퍼 프란시스코 칼로치니는 텅 빈 수영장 속 침식된 벽으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디올은 <블랙 스완>에 출연한 밀라 쿠니스를 뮤즈로 미카엘 잰슨이 묘한 분위기의 비주얼을 만들어냈고, 찰스 주르당은 레이스 마스크를 한 채 쓰러져 있는 남자 옆에 핏자국과 빨간 하이힐을 남겨 한 편의 호러 영화 같은 이미지를 선사했다. 또한 마리 아멜리 소베가 스타일링하고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했으며 파리 그래픽 스튜디오 M/M이 레이아웃하고 줄리안, 커스틴, 로라&로지 등 신선한 뉴 페이스를 등장시킨 발렌시아가의 광고 비주얼 역시 신선한 긴장감을 돌게 한다. 그 밖에 막스마라, 알베르타 페레티 등도 이러한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연출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STYLE 2. 추억 속의 그대

호러물에 이어 우리를 유혹한 비주얼은 향수를, 추억을, 감성을 자극한 광고들이다. 이브 생 로랑은 개성 있는 외모와 카리스마로 여전히 여러 디자이너들의 뮤즈로 추앙받는 마리아칼라 보스코노를 선택해 신선한 비주얼을 탄생시켰다. 스테파노 필라티가 디렉팅하고 사진가 데이비드 심스가 촬영한 광고 비주얼은 이브 생 로랑의 70년대 살롱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스테파노 필라티는 이 뿌리 깊은 유산에 그만의 모던한 색깔을 훌륭하게 조화시켜 색다른 비주얼을 만들어낸 것이다. 역사를 존중하면서도 동시대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브랜드의 모범적인 광고 이미지인 것. 또 파워풀한 모델 지젤 번천이 뮤즈가 된 베르사체 광고의 차가우면서도 세련된 톤은 포토그래퍼 머트&마커스가 잡아냈다. 이는 마치 지아니 베르사체 시절의 베르사체 광고 비주얼을 떠올리게 한다. 또 로베르토 카발리 역시 지아니 베르사체 시절의 쿠튀르 광고를 연상시키는데 나오미 캠벨, 맥미나미, 카렌 엘슨, 왕년의 슈퍼모델들과 최근 잘나가는 모델 다프네 그로노엔까지 합세해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칼 템플러가 스타일링을 맡고 마이클 잰슨이 촬영하고 묘한 분위기의 마일스 맥밀렌이 모델인, 폴 앤 조의 광고는 마치 70년대에서 튀어나온 듯 아련한 느낌을 자아낸다. 애비 리 커쇼와 카르멘 페르두를 촬영한 머트&마커스의 구찌 광고 역시 구찌의 전성기이던 90년대 분위기를 풍기며, 애리조나 뮤즈를 샬롯 스톡데일이 스타일링하고 라거펠트가 촬영한 펜디의 광고 역시 마치 오래된 잡지에서 스크랩했다해도 믿을 정도로 고전적이고 우아하다. 칼 라거펠트가 ‘로마의 밤’이라 이름 붙인 이 광고 비주얼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감독한 영화 <밤(La Notte)>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클래식한 비주얼은 진정한 럭셔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펜디의 신념을 보여주기 위한 것.

STYLE 3. 솜사탕보다 달콤한 너

솜사탕 같은 파스텔 톤의 사랑스럽고 페미닌한 무드. 이번 시즌 빅 트렌드인 이 무드를 선보인 대표주자는 바로 루이 비통이다. “가벼움, 예쁘장함, 브러더리 앙글레즈, 오간자의 밀푀유 레이어 등 컬렉션의 모든 색감과 질감이 스티븐 마이젤의 멋진 이미지를 통해 재현되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동시에 대담하고 생생하다.” 마크 제이콥스의 설명. 이 마법 같은 광고 비주얼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회전목마가 등장한 패션쇼의 내러티브 형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여성이 마을 축제의 새하얀 회전목마에서 우아하게 내려와 파스텔 핑크로 장식된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모델은 다리아 스토쿠스와 카티 네스처란 신인 모델이 행운을 잡았다. 또 온갖 레이스로 여성스러운 컬렉션을 보여준 발렌티노 역시 데보라 터베빌의 사진에 의해 파스텔 톤의 페미닌한 무드로 연출되었다. 너무 지나치치 않도록 멕시코의 버려진 황폐한 마을을 택해서 말이다. “새롭고 시적인 페미니티를 위한 환상적인 세팅.” 발렌티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라치아 치우리와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의 설명. 멀버리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취했다. 프리다 구스타브슨과 린지 윅슨이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캔디 위에서 컬러풀한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엠마 힐은 영국 바닷가에 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낸 것. 뜨거운 태양 아래 캔디와 아이스크림을 먹던 시절을 말이다. 또 질 스튜어트의 예쁘장한 무드는 마리오 소렌티가 만들어냈다. 모델 다프네 그로엔벨이 리무진에서 파스텔 톤 의상을 입고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는 비주얼. 그리고 클로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클레어 와이트 켈러는 예전의 성숙한 분위기를 취했던 광고보다 젊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표현해 앞으로의 신선한 디렉션을 맛보게 해주었다.

STYLE 4.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봄여름 시즌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보다 휴양지, 바캉스 룩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직접적인 방식을 취해 광고 비주얼을 탄생시켰다. 우선 에르메스는 2012년의 테마를 ‘시간의 선물’로 정하고 그리스 섬 애지나(Aegina)에서 1천 년 된 올리브 나무를 배경으로 바람에 날리는 스카프를 아름답게 촬영했다. 이 경건히 살아남은 올리브 나무를 통해 에르메스의 견고한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시즌 작가와 손을 잡았다. 바로 사진, 콜라주, 드로잉, 페인팅,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현대 아티스트 잭 피어슨이 그 주인공으로 촬영은 플로리다의 코코넛 그로브에서 이루어졌다. “잭 피어슨은 컬렉션의 복합성과 기쁨을 잘 포착해냈다.” 토마스 마이어의 설명이다. 에스까다 또한 프랑스 휴양지 코트다쥐르에서 영감을 받아 스타일링은 줄리아 본 보헴, 모델은 이슬린 스테이로, 사진은 클라우디아 노에펠&스테판 인들 코퍼가 맡았다. 또 도나 카란은 최근 아이티에 머물며 받은 영감을 광고 비주얼로 풀어냈다. 그녀는 컬렉션에서도 아이티안 아티스트 필립 도다드의 그래픽 프린트를 선보였고, 광고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이 비주얼은 도나 카란의 친구이자 사진가인 러셀 제임스, 스타일리스트 티나 차이, 그리고 브라질 모델인 아드리아나 리마가 만들어내었다. “아드리아나 리마와 처음 촬영해보았는데 그녀는 아이티의 정신과 영혼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도나 카란의 설명. 지미 추는 70년대 시네마틱 아이콘인 지중해 글래머 스타일에 영감 받았다. 모델 막달레나 프라코위아카와 제이미 보셰르를 테리 리처드슨의 시선으로 담아냈는데 그리스 동상 앞에서 지미 추의 저스틴 백을 숭배하는 듯한 막달레나의 포즈가 매혹적이고 글래머러스하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네즈 반 람스베이르더 앤 비누드 마타딘이 세련된 스타일의 아냐 루빅을 촬영한 주세페 자노티 광고는 마치 패션지 화보를 연상시킨다. 또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자메이카의 아름다운 바다만큼 뜨거운 지젤 번천을 뮤즈로 내세웠고 미카엘 잰슨의 시선으로 담았다. 지젤 번천의 포스만으로도 꽉 차는 느낌의 비주얼. 모스키노는 ‘비바 이탈리아’를 콘셉트로 카시아 스트러스를 앞세워 로마의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유르겐 텔러와 함께 비주얼을 완성했다. 모스키노의 ‘작은 위트를 담은 이태리 브랜드’라는 모토를 잘 드러내준다.

STYLE 5. 나 예술!

단순히 제품을 잘 보여주는 것을 넘어 조금 더 실험적인 비주얼을 선사하는 광고 비주얼도 있다. 이는 브랜드 특성과도 일맥상통하는데 브랜드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 이번 시즌 랑방의 광고 비주얼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뱀 프린트 팬츠를 입고 뱀을 두른 에이멜린 발라다와 마스크를 쓴 사내의 모습을 실제와 거울로 투영한 모습으로 분할해 멋진 비주얼을 만들었다. 또 과감하고 창의적인 아트 워크를 선보이는 프라다 광고는 자동차 엔진과 여성성을 주제로 한 컬렉션의 연장선. 6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 스타일의 나타샤 폴리, 엘리제 크롬베즈를 스티븐 마이젤이 모던하게 담은 광고의 배경은 주유소인데 새로운 지평과 경제적 성취의 포스트모던의 기초에서 패션, 판타지, 새로운 발견에 대한 희망이 충돌하는 무대를 의미한다.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탱이라는 26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냐 루빅과 이네즈 커플을 통해 록 정신을 표현하며 한층 젊어진 이미지를 선보였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비주얼 역시 흥미롭다. 올리비에 리조가 스타일링하고 윌리 반데페레가 촬영한 나타샤 폴리는 완벽하게 구성된 모습으로 하나의 작품처럼 연출됐다. 베라 왕은 이례적인 아시아 모델, 슈페이를 모델로 유리상자 안에서 서정적인 비주얼을 연출했고,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는 카티 네스처를 모델로 데이비드 벤자민 셰리가 창의적인 비주얼을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