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S/S 시즌 세 가지 트렌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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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당신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될, 다른 이들도 결국은 모두 따라 할, 그렇기에 먼저 알고 준비해야 할 2012 S/S 시즌의 세 가지 스타일에 대하여.

1. 3.1 PHILLIP LIM 2. LOUIS VUITTON 3. CHANEL 4. GIVENCHY 5. AQUILANO. RIMONDI 6. DRIES VAN NOTEN 7. CELINE 8. BALENCIAGA 9. COSTUME NATIONAL 10. YSL 11. JASON WU

1. 3.1 PHILLIP LIM 2. LOUIS VUITTON 3. CHANEL 4. GIVENCHY 5. AQUILANO. RIMONDI 6. DRIES VAN NOTEN 7. CELINE 8. BALENCIAGA 9. COSTUME NATIONAL 10. YSL 11. JASON WU

PRACTICAL COUTURE

어쨌든 패션의 시계는 돌아가야 한다. 갈리아노와 매퀸이 자취를 감추고, 유로존이 위기를 겪고, 패션을 두고 상업이냐 예술이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여성들은 매일 옷을 입고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들고 각자의 길을 나서야 하듯이. 2012년 봄/여름 시즌, 디자이너들이 가장 염두에 둔 것도 바로 이점이었다. 현실적인 드레스업. 매일 입어도 다음 날 아침 옷장을 열면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옷 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방식을 피해 아이템의 가치를 높이고, 흔히 널려 있는 스트리트 웨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이패션다운 방법이 적용된다. 이번 시즌 꼭 기억해야 할 스타일 키워드, 바로 ‘일상복’과 ‘쿠튀르’의 접목이다. 쿠튀르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일상복에 쿠튀르의 세부 방식을 접목했다고 보면 된다. 가장 눈에 띄는 쿠튀르적인 접근은 바로 볼륨을 이용한 형태의 재해석이다. 간결한 미니 드레스의 스커트 부분을 종처럼 봉긋하게 만든 아퀼라노 리몬디, 집업 블루종과 고급스러운 머메이드 맥시 스커트를 조합한 드리스 반 노튼, 재킷의 앞섶과 허리 부분에 조형적인 페플럼을 더한 지방시, 다른 소재 간의 접합을 통해 넓은 어깨와 풍성한 스커트 등으로 독특한 실루엣을 만든 발렌시아가 등이 공통적으로 일상적인 아이템에 조형적인 형태감을 가미해 쿠튀르적인 느낌을 실현한 경우다. 이 스타일을 주요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건 누구보다도 셀린의 피비 파일로로서, 일상복의 아름다움을 한결같이 설파해온 그녀답게 ‘셀린’ 하면 떠오르는 실용적이고 간결한 아이템들에 페플럼, 주름 등을 더하여 쉽고도 여성스러운 쿠튀르풍 피스들을 완성해냈다. 쿠튀르를 대표하는 장식적인 요소들 역시 눈에 띈다. 패널의 절개를 통해 독특한 블라우스를 선보인 코스튬 내셔널, 고급스러운 소재의 흐름을 이용한 3.1 필립 림, 하우스 특유의 고급스러운 핸드메이드 자수와 니팅, 장식 기법을 평범한 스커트 수트에 적용한 루이 비통과 샤넬처럼. 쿠튀르적인 접근이 시도된 일상복의 장점은 무엇보다 고급스럽다는 데 있고, 또한 데이 웨어와 이브닝 웨어 어느 쪽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임을 기억할 것.

1. HAKAAN 2. ALTUZARRA 3. STELLA McCARTNEY 4. PRADA 5. MARC JACOBS 6. PRABAL GURUNG 7. VICTORIA BECKHAM 8. JULIEN McDONALD 9. RAG & BONE 10. VERSUS 11. ALEXANDER WANG

1. HAKAAN 2. ALTUZARRA 3. STELLA McCARTNEY 4. PRADA 5. MARC JACOBS 6. PRABAL GURUNG 7. VICTORIA BECKHAM 8. JULIEN McDONALD 9. RAG & BONE 10. VERSUS 11. ALEXANDER WANG

SPORTIVE EDGE

2012년 봄/여름 컬렉션 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연 뉴욕 패션위크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스포티즘’이었다. 액티브 스포츠웨어에서 가져온 모티프의 사용이 시즌을 불문하고 지속적인 베이스로 깔려 있다는 것은 이미 패션계에서 스포츠웨어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런던에 이어 밀란과 파리에서도 스포츠웨어의 재해석이 연달아 보여지면서 이 트렌드가 크게 파워를 과시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접근은 디자이너들의 DNA에 따라 달리 나타났지만 결과물상의 큰 공통점을 찾는다면 역시 ‘쿠튀르의 접목’을 들 수 있다. 어쨌든 하이패션으로서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해야 하기에 앞서 설명한 ‘일상복+쿠튀르’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난 것. 보디라인을 강조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인체 공학적인 커팅을 넣고, 여기에 페플럼이나 몰딩 등 쿠튀르에서 주로 사용되는 장식과 기법을 적용하되, 지퍼나 버클, 메시 소재, 패딩 보호대 등 유틸리티 요소를 직접적으로 사용해서 다이내믹함을 더한다.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받아 지퍼와 메시 등을 사용한 알렉산더 왕, 레이싱 선수복에서나 볼 법한 패딩 보호대를 가죽 점퍼와 어깨 장식 등에 사용한 알투자라, 육상 선수의 집업 맨투맨 셔츠에 여성스러운 색채를 더한 마크 제이콥스, 섹시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의 유니폼 같은 프라발 구룽의 드레스, 지퍼와 버클, 스트링 등 유틸리티 장식은 모두 동원한 랙& 본 등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 트렌드를 주도적으로 설파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좀 더 은근한 방식이 돋보인다. 레슬링 선수가 입는 유니폼의 커팅 방식을 여성스러운 아이템과 접목한 스텔라 매카트니, 베르수스, 줄리앙 맥도날드, 레이서 점퍼에 꽃무늬를 넣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프라다, 투명한 메시 소재 점퍼를 섹시한 보디컨셔스 실루엣에 접목한 하칸 등을 주목할 것. 여성스럽고 감도 높은 스포츠웨어 트렌드가 맹위를 떨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쉬운 아이템에 적용되었을 뿐 아니라 지구촌의 축제,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시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육상 100M 결승이 열리는 날, 에지 있는 스포츠웨어로 무장한 패셔니스타들이 눈에 띌지도 모를 일이다.

1. THAKOON 2. DONNA KARAN 3. BURBERRY PRORSUM 4. SALVATORE FERRAGAMO 5. BALMAIN 6. DOLCE & GABBANA 7. EMILIO PUCCI 8. GUCCI 9. MICHAEL KORS 10. DEREK LAM 11. ISABEL MARANT

1. THAKOON 2. DONNA KARAN 3. BURBERRY PRORSUM 4. SALVATORE FERRAGAMO 5. BALMAIN 6. DOLCE & GABBANA 7. EMILIO PUCCI 8. GUCCI 9. MICHAEL KORS 10. DEREK LAM 11. ISABEL MARANT

EXOTIC ELEGANCE

이번 시즌 런웨이를 보면 과연 봄/여름 컬렉션인지, 아니면 리조트 컬렉션이라고 불러야 좋을지 고민스러울 정도로 이국적인 여행의 느낌을 가득 담은 의상이 대거 등장했다. 다만, 최근의 리조트 컬렉션이 그러하듯이 딱히 휴양지에서만 입어야 어울릴 법한 아이템이 아니라 휴양지의 느낌과 도시적인 느낌, 남성적인 요소와 여성적인 요소, 데이 웨어와 나이트 웨어가 혼합되어 나타난 것이 특징. 사실 상표를 떼면 누구의 옷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 그 원인은 요즘 ‘이것 없이는 팔리지 않는다’며 모든 패션 브랜드가 호소를 해대는 디지털 프린트가 이그조틱, 혹은 트라이벌 트렌드와 접목되어 나타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프린트 그 자체가 하우스의 상징인 브랜드들이 정체성을 표현하기에는 유리한 법인데, 이 점을 제일 잘 활용한 건 역시 이탤리언 디자이너들이었다. 금색과 초록 등 시즌 트렌드 컬러로 떠오른 색을 바탕으로 이카트 프린트와 프린지 등으로 그래픽적인 히피 무드를 표현한 구찌를 비롯해 시칠리아 섬의 노천 시장을 연상시키는 과일과 채소 프린트로 무장한 돌체&가바나, 푸치 프린트만으로 15세기 르네상스를 근사하게 되살린 에밀리오 푸치, 하우스의 전통인 프린트 실크 스카프를 재활용해 화려한 형형색색의 드레스를 만들어낸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이 이 무드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에스닉한 장식을 하우스 특유의 트렌치코트에 버무려 포장해낸 버버리 프로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와 아이티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가지고 이를 어스 톤의 그래픽적인 의상과 접합한 도나 카란, 스페인의 성당 유리와 투우사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색색의 보석과 프린지 장식에 접합해 성공적인 데뷔 컬렉션을 치러낸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을 비롯해 여행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젯셋족의 영원한 친구, 마이클 코어스의 아프리칸 컬렉션 역시 이국적인 그래픽 무드에 힘을 더했다.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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