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암울한 경기 침체의 예보 속에 떨고 있다지만, 이곳만큼은 지상낙원. 새소리, 꿀 향기, 꽃내음으로 가득했던 백스테이지는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그렇게 블루밍 가든 한가운데에서 2012 S/S 메이크업 트렌드가 피어났다.

CHILD-LIKE INNOCENCE

요즘 대세는 아이유라지만, 이번 시즌엔 아이유도 긴장해야 할 듯. 아이유보다도 훨씬 앳된 12살의 롤리타들이 아티스트들의 뮤즈로 떠올랐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아이 같은’ 메이크업. 글로시한 입술, 솜털까지 보일 정도로 보송보송한 피부 표현, 손질하지 않은 듯 구겨진 머리카락, 장난끼 가득한 모티프의 손톱, 민트·핑크·라벤더 같은 달콤한 컬러들이 몇 시즌째 화장대를 점령해온 무거운(혹은 무서운!) 컬러들을 가볍게 넉아웃시킬 기세다. 롤리타 현상은 사실 캣워크에서부터 시작됐다. 루이 비통, 샤넬, 프라다 컬렉션에서 선보인 컬러들은 하나같이 메리고라운드와 솜사탕이 연상되는 파스텔 컬러였고, 함께 매치된 소재 역시 플라워 아플리케, 깃털 장식들로 여심(혹은 삼촌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0대가 아닌 이상 얼굴 여기저기를 파스텔 컬러로 물들이는 건 무리수다. 눈두덩에 민트 컬러를 발랐다면 입술은 바셀린만 바른 듯 립밤으로 처리하는 게 낫고, 피치 컬러의 블러셔로 광대뼈를 봉긋하게 연출했다면 그 외의 모든 부분에서는 제발 욕심을 버리라고 아티스트들은 진심으로 조언한다. 마스카라나 아이라인 컬러는 선명한 블랙보다는 다크 브라운이 더 안전하고, 때론 이것마저도 생략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솜사탕처럼 가볍고 달콤한 메이크업을 ‘그저 예쁘기만 한 메이크업’이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컬러 하나, 선 하나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생각해서 선택하도록. 사실 나이 든 여자들에겐 가장 어려운 테크닉이 바로 이런 것일 테니까.

TROPICAL ANGEL

백스테이지에 퍼진 달짝지근한 솜사탕 냄새 때문에 이번 시즌 강렬한 스모키 컬러나 전위적인 테크닉처럼 무거운 에너지를 풍기는 뷰티 코드는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조금 강렬하다 싶은 색상은 트로피컬 오렌지나 곤충이나 새를 연상시키는 네온 컬러들. 어두운 이미지보다는 건강하다 못해 의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색상들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타히티로 떠난 폴 고갱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꾸미진 않았지만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을 발산해내는 메이크업이다. 종종 보이는 펄 메이크업 역시 마찬가지. “완벽하게 완성된 듯한 느낌이 아니에요. 그저 소녀가 펄을 좋아해서 조금 뿌려본 것뿐이죠. 완벽한 테크닉의 흔적은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오히려 모던해 보인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로렌 파슨의 조언에서 알 수 있듯, 2012 S/S 강렬한 색상을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최고의 방법은 전문적인 도구들을 모두 배제한 채 재미 삼아 도전해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소심쟁이들을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캐롤 콜롬바니의 트로피컬 메이크업 팁을 소개한다. 1. 가벼운 컨실러로 촉촉하게 정리한 피부 여기저기를 커버해 균일한 피부톤을 연출한다. 피부톤은 타히티 여성들처럼 촉촉해 보여야 하므로 두꺼운 파운데이션 화장은 금물. 2. 연한 핑크 블러셔를 웃었을 때 튀어나오는 광대뼈 중앙을 중심으로 바른다. 자연미 넘치는 모습을 위해서는 자국이 잘 남는 손가락이나 브러시를 사용하기보다는 손바닥의 튀어나온 부분으로 가볍게 눌러주듯 바르면 된다. 3. 장밋빛 틴트를 블러셔 바른 다음 가운데 쪽에 한 번 더 바르고, 같은 컬러로 입술도 물들인다. 립 틴트를 바르기 전에 컨실러로 입술선을 눌러주면 훨씬 부드러운 인상의 입술을 만들 수 있다. 4. 파우더를 극소량 묻힌 스펀지로 살짝 눌러준다.

HONEY-TONES SHADES

전 세계에 음울하게 내려앉은 경기 불황을 의식한 것일까.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는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밝고 가볍고 낙천적이다. 사용된 컬러들도 하나같이 파스텔 일색이고 앞서 말했듯, 가장 강렬한 색상조차도 걱정거리 하나 없는 열대 낙원의 빛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피부 메이크업도 마찬가지. 말 그대로 ‘꿀피부’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는 “캐러멜 컬러, 근사한 얼굴 라인, 시크함, 신선함, 황금빛 벌꿀 같은 컬러들” 이라고 요약했고, “땀 흘리는 우아한 발레리나들”이라 언급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캐롤 콜롬바니의 조언은 이번 시즌 피부 표현에 있어서 건강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는 듯하다.

피부 표현 하나만으로도 즐겁고 낙천적인 무드에 편승할 수 있을까?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가 명쾌한 해답을 준다. “베이지와 누드 컬러의 조합. 반짝이는 질감과 매트한 질감의 조합. 여러 가지 요소들이 대비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피부 메이크업은 어느 때보다도 다이내믹해졌어요.” 덕분에 이번 시즌 피부톤은 도시적이면서도 유연해 보인다. 인위적이거나 경직된 듯한 모습은 없다. 물론, 행복한 안색이란 피부 메이크업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 알고 있듯 성능 좋은 파운데이션보다 더 필요한 건 정신적, 육체적인 컨디션. 톰 페슈는 메이크업 전 간단한 페이셜 마사지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림프절을 따라 마사지하는데요. 눈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얼굴 안에서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쓸어주는 거죠. 경직되어 있던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순환이 안정적으로 된다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이것만큼 피부에 좋은 것도 없죠.